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속담책 풀과바람 지식나무 56
이영란 지음, 문대웅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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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교에서 속담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일상 대화 중에도 속담에 나오는 단어들을 붙잡고 하나하나 물어보는 일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저는 어릴 적에 속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말을 들으면 그저 ‘겁먹지 말고 할 일을 하라’는 뜻 정도로만 이해했지, 구더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장이 어떤 음식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라는 속담을 들었을 때도 어물전이 실제로 어떤 곳인지, 꼴뚜기가 어떻게 생긴 생물인지 궁금해하지도 않았고요. 그냥 ‘한 사람이 전체의 이미지를 망칠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만 알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속담을 들으면 의미보다 먼저 단어에 꽂혀서 질문을 쏟아냅니다. “구더기가 뭐야?”, “장 담근다는 게 무슨 뜻이야?”, “어물전은 진짜 어디 있어?”, “꼴뚜기는 오징어랑 뭐가 달라?” 같은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곤 했습니다. 물론 인터넷을 검색해서 사진도 보여주고 설명도 해 주기는 했지만, 속담 하나를 설명하려고 검색창을 몇 번씩 열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속담책」은 그런 제 고민을 꽤 시원하게 풀어 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제가 일일이 모든 질문에 답하려고 애쓰기보다, 책을 매개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 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를 물어볼 때마다 급하게 제 기억을 더듬거나, 얼버무리 듯 설명하는 대신, 책에 담긴 그림과 설명을 같이 보면서 “아, 그래서 이런 표현을 쓰는 거구나.” 하고 함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엄마, 여기 그림에 이렇게 나와 있네?”, “아, 그래서 구더기 얘기가 나오는 거구나.” 하면서 책 속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납득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요.

또 한 가지 좋았던 것은, 제가 그동안 당연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속담들을 새삼스럽게 다시 보게 된 점입니다. 어릴 적부터 귀에 익숙해서 그냥 쓰고 듣기만 했던 표현들이, 책 속 설명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과 함께 풀어지니까, 속담 하나하나가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이 묻지 않았으면 저 역시 끝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부분들을, 이 책 덕분에 함께 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을 아이들과 책이 함께 채워 주는 느낌이어서, ‘아, 나도 같이 배우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속담 = 외워야 하는 국어 공부”가 아니라, “이야기가 숨어 있는 말”이라고 느끼게 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평소처럼 “이 속담은 이런 뜻이야.”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아이들이 단어까지 궁금해하며 파고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서는 그림, 짧은 글, 예시 상황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읽고 이해하고 질문하는 과정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속담책」은 초등 1학년, 4학년 아이와 함께 읽기에 부담 없는 구성인데도, 그 안에 꽤 깊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서 부모인 저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예전의 저처럼, 속담의 세세한 단어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아이들의 질문세례 앞에서 당황해 본 적이 있으시다면, 이 책을 아이 손에 쥐어 주고 함께 읽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궁금증을 책 속에서 스스로 풀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어른들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새롭게 배우는 기쁨을 맛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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