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미소
줄리앙 아란다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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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미소, 책 제목도 예쁘고 달 아래 하얀 슈미즈를 입은 고개숙인 소녀의 분위기에 취했다. 저자는 개인이 직접 출판하는 방식의 온라인 작품을 선보이고 그 다음 큰 인기를 얻어 출판사와 정식 계약해 종이책이 출간된 것이다. 재미는 보증된 소설책 오랜만에 푹 빠져들어 읽었다. 주인공의 여정과 결말을 보면 절로 탄성이 지어진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우연처럼 만나지만 그 만남은 어느 새 필연이 되어 운명이 되었다. 폴은 독일군 장교를 만나 내가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카트린에게 꼭 전해달라는 부탁들 받는다. 상황도 상황인게 죽기 전 만난 장교는 폴에게 유언을 남기고 그 유언은 고향의 딸에게 그의 사랑을 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사랑한다고 꼭 전해달라도. 부탁은 들어줄 수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선택했다. 딸에게 말을 전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로. 폴이 장교를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되며 유언을 전하고자 하는 그의 선택은 그의 이후 삶을 결정지었다. 그는 짐작하지 못했겠지만 카트린을 찾아가는 여정은 참으로 길었다. 그도 평생에 걸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쉽게 카트린을 찾고 유언을 전했다며 이야기는 금방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폴이 마주한 사람들과 사건사고들을 함께 따라가며 도대체 언제나 그녀를 만날까 하는 궁금증을 멈출 수 없다. 그리고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폴의 여행을 함께 하며 때론 뭉클하며 즐거웠다. 아른다운 인간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왜 제목을 달빛 미소라 정했는지 잠시 생각해본다. 달빛 미소라는 제목과 정말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시작이든 끝이든 모든 존재ㅡㄴ 우리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사실은 곤충에게도, 별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플루티스트가 연주하는 신비의 음률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인간도 춤을 추고, 푸성귀도 춤을 추고, 우주 먼지도 춤을 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글을 책 앞에 담았는데 이 글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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