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달

바람과 달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 클래식 8
이지숙 지음, 조지 맥도널드 / 책고래 / 2017년 10월

   정말 오랜만의 그림책이다. 어른을 위한 책들만을 그동안 접해서 그런지 바람과 달을 보니 설레였다. 바람과 달, 움직이는 바람과 하늘에 떠있는 달로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호기심에 책을 골랐다. 어른을 위한 동화도 많이 있다지만 이는 말 그대로 동화를 어른에게도 깨달음을 주기위해 어른에게 맞춰 만들어진 책이라, 실제 그림을 더한 이야기 책을 보니 아이 마냥 설레였다. 두근두근. 하드커버에 그림이 가득했고 책 사이즈도 컸다. 몇 번 되지 않지만 친구 딸 아이를 옆에 앉게 하고 읽어주었던 동화책과 다르게 달랐다. 내가 고른 그림책. 몇 장 되지 않는 책장에 가벼웠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바람과 달의 이야기. 바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바람이 생각하기에 밝게 빛나는 달은 높은 하늘에서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재주로 달을 날려버리려 바람은 불고 불었다. 바람을 불때마다 달은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바람이 한 껏 우쭐함은 잠시. 펄쩍 뛸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저 멀리서 다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분에 못 이긴 바람은 볼을 한껏 부풀려 바람을 마구 불어댔지만 달은 점점 더 영글어 갔고 더 환하게 빛났다. 이전보다 더 높이 빛나고 아름다운 달을 보게 된다. 이때 다시 바람은 말한다. 내 힘으로 하늘 밖으로 보냈다가 다시 돌아오게 한거라고. 하지만 달은 바람의 말을 듣지 못한다. 저 높은 곳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을 비추고 나눌뿐이었다. 바람이 아무리 요란하게 불어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달을 날려버리려 안간힘을 쓰는 바람과 그와 상관없이 묵묵히 사라지는 듯하다가 영글어 가는 달의 이야기이다. 달이 기울과 여무는 과정을 그림책을 통해 전달한다. 달이 변한다는 사실을 전달하면서 높게 감시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 달을 쫓아 내려는 바람의 마음을 유추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자신의 일을 하며 빛나는 달에게는 바람이 어떠한 방해를 하던 상관하지 않는다. 바람은 쫓아내려 안간힘을 써도 날려보내지 못했다. 오히려 환하게 빛나는 달을 보며 바람이 던진 말은 사람의 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다.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책의 매력을 다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