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이외수 작가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냉큼 책을 집어 들었다. 깔끔한 파란색 바탕의 표지에 연보라 빛 제목이 적혀있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다. 고심하여 결정했을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겠지만 시간과 공간의 정지에 대해 잠시 상상해 본다. 정지한 그 방에서 나라는 존재는 움직이고 생각하겠지. 이번 책에서는 이외수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 갈지, 솔직한 속내를 담았을지 기대가 컸다.

   빽빽한 글로 채워져 있었다면 오히려 아쉬웠을 듯 싶다. 내용은 짧다면 짧지만 생각거리는 작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정치, 사회, 그리고 그 외의 이슈들)과 이유 없는 안티글에 속 시원히 대응하는 이외수 작가의 궁시렁거림은 역시나 이외수 작가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삽화는 역시나 익숙한 정태련 화가가 그려넣었다. 하악하악이란 책으로 처음 만난 삽화들과 그 그림들을 그린 화가 정태련씨는 세밀화로 인상에 남아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과 책 속 그려넣은 세밀화를 보는 즐거움을 다시 느낄 생각을 하니 더 기분 좋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짧은 글, 삽화로 구성되어 부담스럽지 않은 책으로 짬짬히 읽기에 좋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중간에 혹은 커피 한 잔 하며 쉬는 시간에 읽기 좋다.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이외수 작가의 단상들을 따라가며 공감하며 읽게 된다. 이외수 작가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지만 낯설지 않다. 짧은 단상들 속에 쉽게 읽으려면 순식간에 읽을 수도, 혹은 음미하며 읽고자 하면 몇날 며칠 곱씹으며 읽을만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내용일지 다음글이 궁금해 순식간에 읽을까 하면서도 상상도 하고 공감도 하며 아껴가며 읽었다. 책 읽기 더 없이 좋은 계절, 시원한 가을 밤, 이외수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나 처음 만나는 독자 모두,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과 함께 해도 부담없이 즐겁게 읽기 좋을 듯 싶다.

치열한 인생, 사랑 하나면 두려울 것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