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오랜 만에 접한 프랑스 소설. 역시나 난해하고 그 숨은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왜인지 딱딱한 글 속에서 조곤조곤함을 느끼게 되고 편안하게 술술 읽어나갔다. 분명히 의미 없이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 어떤 의미가 숨어있는지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이야기 그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 속에서 한 여인의 삶 그리고 그녀가 짊어진 인생의 무게가 느껴진다. 레이스를 뜨는 여자. 예쁜 제목과 독특한 표지에 낚였고 낚인 것 치곤 꽤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소설과 영화 비교하기에 재미를 붙인 요즘 아직 접하지는 못했지만 이 책이 동명의 제목으로 제작된 오래된 영화가 있다기에 읽는데 서슴이 없었다.  

 전혀 평범하지 않은 가정 환경 속에서 뽐므, 사과란 예쁜 이름의 아이가 소녀가 되고 여인이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제 삼의 시선에서 바라본 뽐므의 삶은 너무나도 평범하지 않다. 자신의 평범하지 않은 삶을 불평불만 없이 살아가며 묵묵히 받아들이는 뽐므가 더 특별해보인다. 그녀의 어머니가 택한 삶 또한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녀를 그렇게 몰고간 상황도. 나라면 정말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멀찍이 떨어져 뽐므의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 주고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해 더 그녀의 삶이 표현되지 않은 마음이 내 가슴까지 전해졌다. 프랑스 문학이 지닌 독특함과 신선하고 때론 충격적인 주제와 사람들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 영화가 전해주는 고유의 특별한 분위기와 향기가 글 속 분위기에서 뭍어나왔다. 

 온전한 내 자신만의 시선으로 처음 바라본 뽐므의 삶 그 자체도 의미있었지만 옮긴이의 도움으로 바라본 레이스 뜨는 여자는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읽은 기분이었다. 소설 속 숨은 그림을 하나씩 찾아가는 기분이랄까? 제 삼의 소설가가 들려주는 레이스 뜨는 여자, 같은 소설을 또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니 좋았다. 한 번 더 읽으면 이번엔 어떻게 내게 다가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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