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시인 신달자 늦은 나이지만 화려하게 등단해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된 그녀에게 이런 아픔이 있었는줄 몰랐다. 인자한 웃음으로 밝게 우리를 맞아주었던 사진 속 그녀가 그런 큰 아픔을 겪었을 줄이야.  

때마침 그녀를 인터뷰한 방송을 보았다. 아주 운 좋게도. 가슴을 콕콕 쑤시는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본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신달자에 대해 조금은 알 때 쯤. 그동안 그려낸 그녀의 글과 시 속에 그녀를 온전히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작가가 자신의 글에 자신을 드러낸 적이 아주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그녀가 그동안 쓴 글 속 어느 한켠에야 조심스레 드러냈을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책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를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그녀의 인생을 그녀가 가슴 깊이 담아두었던 어쩌면 숨기고 싶었던 그녀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고통, 아픔, 미움을 드러내기란 정말 어렵다. 그것도 솔직하게.  

범인이라면 자신의 일기장을 어느 누가 쉽게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보여주려할까?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고 이미 그 간의 고통과 고뇌에서 벗어났고 책을 읽은 독자들뿐만 아니라 세간의 이목과 수근거림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시작부터 남다른 결혼생활을 한 그녀가 혼자서는 몸을 가눌 수 없는 남편을 이십년 넘는 세월을 병수발하며 살아왔다. 하루 아침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편의 짜증과 화에도 심지어 자살 소동에도 꿋꿋히 이겨내며 살아왔다. 남다른 희생정신이 강한 그녀라도 힘든 병수발과 일상에 자신에게 짐을 지운 남편이 그냥 빨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 나라면 과연 그 고통과 아픔을 견뎌낼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책 속에 녹아난 그녀의 인생을 들춰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고 책장을 넘기기가 무서웠지만 큰 아픔을 이겨낸 그녀를 바라보며 지금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고통과 아픔을 딪고 당당히 일어선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우며 그런 그녀의 아름다움을 진정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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