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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 1 - 그대가 하늘이오
허수정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것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로 우리 역사와 철학 관련 서적을 발견하기만 하면 시선이 머무르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이번에 선택한 책은 해월이다. 열정적이시면서도 소신있고 냉철한 강의를 하기로 유명한 도올 김용옥 선생이 그리 극찬한 위대한 사상가라는데 도대체 어떤 분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궁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고통받는 민중의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 두터운 민중 층의 호응을 얻은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의 사상을 이어받아 더욱 널리 그 정신을 알리고 그 자신 스스로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 교리를 실천한 2대 교주인 최시형이 바로 해월이었다.
해월과 동학을 따로 떨어뜨려 말할 수 없고 우리 민족 고유의 철학인 동학은 당시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는 이해될 수 없을 것이다. 그 당시 사회적 배경을 보면 동학이 등장하게 된 이유와 민중 사이의 그 넓고 깊은 호응이 절로 이해가 될 것이다. 말로만 번드르하게 주상 전하를 섬기고 유교의 이념을 숭상하는 탐관오리의 횡포로 해를 더 할수록 심해져가는 과중된 세금과 이자에 민중은 죽지 못해 살며 민중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져갔다. 고을을 책임지는 사또 나리는 엄청난 뇌물로 그 직책을 얻어 단숨에 보상을 받으려는 듯이 안 그래도 살기 빠듯한 민중의 등골을 휘게 하다못해 빼먹기 시작했다. 단지 양반이라는 이름으로 권위를 내세우고 오히려 이자를 줄여달라 애원하는 민중을 매질하는 참상을 보며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고 얼토당토한 이유로 민중을 핍박하는 양반과 고통받는 민중의 모습을 내내 불끈 쥔 두 손을 펼 수가 없었다.
관리의 횡포로 민중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진 이 시대에 인간은 양반 평민 남녀노소 모두 평등하며 민중 뿐 아니라 양반 모두 가슴 속에 하늘님을 모시며 살 때 풍요롭고 평화로운 모두가 행복한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 등장한 것이고 민중들의 정신적인 의지처가 되었고 희망이 되었던 것이다. 동학의 종교적 성격과 당시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서학이다 천주학이라는 모함으로 홀홀단신 도망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개인의 이익이 아닌 나라와 민중의 행복을 위한다는 근본적이고도 올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동학을 널리 알리려 두 발로 뛰고 실생활에서 몸소 실천했기 때문에 수십만 동학도들이 그와 그 사상을 따르고 실천했던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허구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으므로 실제 해월이 어느 순간 누군가를 만나 득도를 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중요한 건 그가 몸소 실천하고 전한 자주적, 주체적, 실천적 삶과 그와 동학도들이 추구한 정신이다. 동학이 추구한 모두가 풍요롭고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는 해월이 살던 시대나 지금이나 이상적으로 꿈꾸는 사회이다. 지금 우리도 행복한 개인과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위해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상적인 사회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직접 발로 뛴 해월이 지나온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짜임새있는 진행에 지루하지 않고 읽는 동안 궁금증을 자아내었으며 해월의 삶 뿐만아니라 그 시대의 역사도 함께 맞물려 이해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