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야 -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다이앤 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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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야, 제목이 특이하죠? 속삭여보는데 여운이 남는 단어네요. 찾아보니 꿈이나 이상을 뜻하는 페르시아어라고 하네요. 책을 고를 때 제목과 표지를 유심히 보는 편이예요. 계단 위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는 의자가 눈에 띄네요. 곧 떨어질 듯 아슬아슬합니다. 그 의자에 멋모르고 앉아있는 새 한마리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네요. 선인장 옆에 한 여인이 있어요. 머리를 묻고 스스로를 꽉 안아주고 있는 그녀는 불안해보입니다. 외로워보여요. 그녀만의 아픔이 있겠지요. 오른 편 닫힌 문과 얌전히 앉아았는 검은 고양이가 보입니다.

오랜만에 눈에 들어와 읽은 한국소설이예요. 저자는 다이앤 리로 처음 접하는 작가입니다. 이름을 읽어보면 한국인은 아닌가봅니다. 아니 한국인이면서 캐나다로 이민을 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거주해 살고 있네요.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고통을 상기하게 되고 그 근원을 돌아보게 됩니다. 자기 스스로 그 고통을 마주하고 회복하기 위해 소설을 썼는데 그 소설이 <로야>입니다. 첫 작품인데 제 15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네요.

책은 주인공이 평상시처럼 빨래를 하고 건조기에 넣어놓은 빨래가 마무리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빨래를 꺼내기 전 그 사이 여유를 갖고 이메일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메일을 열어봅니다. 처음 확인한 메일은 수영 클럽에서 온 이메일이었어요. 일반적인 수영 대회 관련 소식이려니 했는데 총기사건 피해 사망 학생에 관한 통신문으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교통 사고를 당하고 며칠 후 콕콕 찌르는 깨질 것 같은 아픔과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찾아온거지요. 후유증을 치료하며 처음으로 오랜 시간 내면 깊숙한 곳에 눌러 숨겨놓은 근원적인 상처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타지에 살아가며 때때로 찾아오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한순간에 엄청난 기운으로 몰려옵니다. 보고싶어 전화한 엄마의 태도는 주인공이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지요. 알면서도 보고 싶어 전화하고 상황은 반복되네요.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회복하기 힘든 상처라지요? 책 전반에 가라앉은 기운이 가득했어요. 가족에 얽힌 일화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하고 화가나기도 합니다. 다행히 치료를 통해 감춰온 자신의 상처를 올곧이 들여다보고 점차 회복해가네요.

가라앉으면서 긴장된 문체는 책을 쉽게 놓치 못하게 합니다. 서로 치밀하게 얽혀있는 글의 구성은 순식간에 한 권을 읽게하는 가독성의 만드네요. 때로는 무심한듯 하지만 어느새 몰입하며 주인공의 심리를 느끼게 하는 글, 참 매력적이네요. 상처없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 책이 하나의 치유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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