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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비밀의 부채 1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이어져온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란 한없이 낮고 순종과 무한한 인내의 덕을 요구했다. 그리고 무었보다 아들을 출산하여 대를 이어야하고 아들을 낳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이로 여겨지고 가족 안에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지 못하였다. 책을 읽으며 이런 과거의 우리 문화와 중국의 문화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절실히 느끼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부조리하게 느껴지는 여성의 역할과 지위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존경스럽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특히나 여성에게 가해지는 고통과 학대는 전족이라는 풍습에서 절정을 이루는 것 같다. 여성의 작은 발을 선호하여 전족이라는 풍습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7센티미터의 작은 발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나니 온몸에 소름이 돋고 분노에 감정이 격해졌으며 생생한 묘사에 그런 고통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내 발끝까지 그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족의 풍습이 사라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주인공 나리와 설화의 평생에 걸친 우정에 관한 내용이 큰 줄거리이지만 책을 읽으며 옛 중국의 문화와 무엇보다도 친정식구들과 시댁식구들 사이에서 겪게 일련의 일들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나리의 행동과 마음가짐으로부터 예쁜 발을 가진 평범한 중국 여인의 평생에 걸친 삶을 알게 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문화 중에서 그래도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글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누슈라는 글이 존재와 평생 단짝 친구의 개념인 라오통이라는 풍습은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누구와 평생에 걸친 우정을 나누는 라오통의 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어릴적 계약으로 맺여진 라오통의 풍습이 없지만 그와 같은 우정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그런 우정을 위해서는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머리와 가슴에 많은 긍정적인 자극을 준 책으로 여성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