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 걸려온 19년 전의 옛 애인의 전화 목소리에 기억의 거대한 호수 바닥으로부터 둥실 떠오른 이름. 유키코. 서로의 아픔을 달래주며 시작된 유키코와의 지난 날의 삶과 애로 잡지의 편집장으로의 삶을 살고 있는 야마자키의 현재의 이야기가 미묘하게 조화되어 섞여 책을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와타나베씨 가족과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 와타나베씨의 죽음, 유키코의 필요악과 같은 존재 이쓰코, 19년 동안 직장에서 함께 해온 사와이씨의 죽음, 인기 풍속 아가씨 가나, 현재의 여자친구 나나미와의 인연. 일련의 사건과 인물들이 정말 유기적으로 이어져 읽는 내내 빠져든다.
가나가 떠나며 남긴 쪽지 속의 우산의 자유화는 성공하셨나요?를 읽을 땐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나왔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나의 볼을 타고 또로록 내려왔다. 한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다른 물고기들의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살아가는 파일럿 피쉬. 우리 인간의 세계에도 파일럿 피쉬가 존재한다. 와타나베씨나 사와이씨처럼 그들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살기 좋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간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지금의 내가 있도록 한 나만의 파일럿 피쉬를 떠올려 보고, 나도 누군가의 파일럿 피쉬가 되겠지라고 생각해 본다.
나중에, 인생에 대해 더 알고 난 뒤 읽으면 또 다른 깨달음과 감동을 느낄 것 같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