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탁이 뒤돌아 마주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미소조차 슬픔이었다. 슬프고 또 사랑스러웠다. 도깨비는 지금 마음껏 사랑받고 있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도깨비를 벅차게 했다. 벅차서 또 슬펐다. 눈물흘리는 대신 웃기로 했다. "웃어도 안 빼줄 거예요. 내 눈엔, 아저씨 지금도 엄청 예뻐요." 가장 예쁜 것은 너였다. 어린 얼굴에 맺힌 눈물 자국들을 도깨비가 닦아주었다. - P88
"인간의 간절함은 못 여는 문이 없고, 때로는 그 열린 문 하나가 신의 계획에 변수가 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찾아보려고, 간절하게. 내가 어떤 문을 열어야신의 계획에 변수가 될 수 있는지. 백 년이 될지 열 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 아이 옆에 있는 선택을해보려고." - P95
인파 속에서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눴다. 특별한 날만나게 되니 더 특별한 사이 같았지만, 한쪽은 만나는상대가 사람인지 저승사자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손 좀 잡겠습니다." 이 여인의 전생을 저승은 조금 더 알고 싶었다. 도리에 어긋나는 일인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늘 물러서기만 하던 저승이 대뜸 손을 잡자고 하니써니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손을 내밀순 없었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기분대로 저승을 쫓아온 터였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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