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모두 자신의 탓으로 안고 가야 했다. 아이의아름다울 스무 살, 행복할 서른 살, 그 모든 생을 위해. 그 어떤 달콤한 것보다 다디단 고백이 될 뻔했던고백은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고백이 되어 있었다. 도깨비의 무감한 표정을 보며 은탁은 이를 악물었다.
"아니요. 아니요! 싫어요! 죽어도 싫어요. 그러니까그냥 나 찾지 마요. 나 찾지 말고 각자 모르는 사람으로 살자고요. 나한테서 멀리 가서, 그냥 오래오래 살라고요. 김신 씨는 알겠어요? 다신 나타나지마요. 또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면 그땐 진짜 죽여버릴 거니까."
차갑게 받아치는 은탁의 진심을 모르지 않았다. - P79
은탁은 주먹 쥔 손을 끌어내렸다. 도깨비가 울고 있다. 그가 무섭다고 하고 있다. 은탁은 더 무서웠다. 은탁의 구원이었고 은탁이 구원이 되어주리라 마음먹었던 이가 우니까. 저승의 말이 아른거렸다.
‘네가 그 검을 빼면 그자는, 먼지로, 바람으로 흩어질 거야. 이 세상, 혹은 다른 세상 어딘가로 영영.‘
눈물이 눈물을 만나 슬픔이 바다와 같이 넓어졌다.
애처로운 연인들이 서로를 안은 채 울었다. - 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