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은탁의 마음에 조금 더 깊숙이 자리 잡았다.
좋아하는 것은 은탁만의 감정이 아니었다. 둘의 감정이 되어 있었다. - P56

"감사합니다. 조금 정리되면 다시 뵈러 올게요."
써니의 마음이 고마워 은탁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 실은 다시 혼자가 되는 게 싫었다. 혼자인 것은 어떻게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달리 방도가없어 떠나야만 했다. 겨우 갖게 된 안락한 공간을 떠나게 만든 도깨비는 세상에서 제일 미운 사람이었다.
아, 사람도 아니지. 가장 미운 도깨비였다. 너무 미워서 이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드는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 P67

은탁이 당장 검을 뽑아줄 필요는 없었다. 안 예쁘게해줘도 됐다. 가슴에 검이 꽂혀 조금 못생긴 채로, 그러나 행복하게 함께 백 년 정도 더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려고 했다. 그러니 은탁을 찾아, 네가 내게 죽음이 되는 일은 네가 죽는 순간뿐일 거라 말해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조차 없었다. 울었다고 했다. 꿋꿋하지만 작은 아이는 많이 울었을 것이다. 화 또한많이 났을 테니, 은탁이 도깨비를 먼저 부를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허나 은탁에게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때였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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