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평원이 하늘과 닿은 곳이었다. 도깨비는 그 한가운데를 향해 걸었다. 그 중심에 묘비들이 늘어서 있었다. 검은정장과 손에 든 꽃다발은 그들을 위한 것이었다.
‘유금선, 고려에서 태어나 이국땅에서 잠들다.‘
"그간 편안하였느냐."
캐나다의 땅에 한자로 적힌 묘비는 무척 이질적이었다.
‘유서원, 그대 위의 흙이 가볍기를.‘
‘유문수, 좋은 벗이자 좋은 스승 여기에 잠들다.‘
그는 묘비에 적힌 글자들을 훑었다.
"자네들도 무고한가.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 있고, 편안하진 못하였네." - P82
"꿈에서 깬 것 같아서요. 저, 살면서 외국여행 같은 거 상상도 못 했는데, 덕분에 외국도 가보고 감사했습니다."
단풍잎 사이에서도 그랬지만, 도심 한복판에서도 참 멋지다. 은탁은 그를 눈에 한번 더 담았다. - P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