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아무나라도, 제발요…!
숨이 거의 다 끊어졌는데, 생명이 미약하기 그지없는데, 여인은 끈질기게도 신을 찾았다. 도깨비의 잘 뻗은 눈썹 사이미간에 주름이 졌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 훅, 빌딩 아래로뛰어내렸다. 푸른 도깨비불이 되어. - P32

"인간의 생사에는 관여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저, 이렇게 죽으면 안돼요."
여인이 울며 도깨비의 발목을 붙잡았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실로 대단하였다. 인간들이란 그렇다. 저도 한때 인간이어서 잘 알았다. 조금 안타까운 눈길로 여인을 보았다.
"네가 살려달라는 것이 네가 아니구나."
"제발.…. 아이만이라도."
발목을 간신히 잡고 있던 손에서 툭 힘이 빠져나갔다. 배속의 생명 또한 사그라지는 게 느껴졌다. 도깨비는 긴 숨을내쉬었다. - P33

"케이크다! 우리 지금 파티할 거예요?"
사랑스러운 딸을 보며 여인이 미소지었다.
"응. 얼른 와서 앉아. 촛불 켜고."
"내가 켜도 돼요?"
"우리 은탁이 이제 다 커서 할수 있어."
"나 이제 아홉 살이니까." - P37

"엄마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사랑한다. 우리 강아지."
"나도요.
나도사랑해요, 엄마 엄마.… 안녕. 엄마 잘 가요."
볼 수는 있지만, 사라져가는 엄마를 만질 수 없어 은탁은더 서러워졌다.
"엄마꼭 천국 가요."
은탁의 인사를 들었는지 여인이 마지막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은탁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부터 아무도없었던 것처럼. 은탁은 엄마, 하고 바닥에 엎어져 울었다.  - P40

노인은 신기한 말을 많이 해주곤 했다. 엄마는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 덕에 자신이 살았다며, 은탁은 아직 알지 못하는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끄덕이는 은탁의 눈이 울어서 그런지 더 반짝이며 빛나고있었다. 노인은 한 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예쁜아이였다. 모든 아이가 소중했지만 이 아이를 점지할 때는 유독 행복했던 것 같다. 앞으로 고생할 일만 남아 안쓰러웠지만별수 없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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