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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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감명깊게 본 플란더즈의 개란 만화에 그 이름도 짠한 네로가 마지막 숨을 다해 보고 간 루벤스의 그림. 그 장면을 보며 그림이란 것이 뭐길래 저렇게 한 어린이의 세계를 덮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플란더즈의 개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사하게도 미술관을 많이 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부터, 프랑스 오르세이, 로마 바티칸, 런던 내셔널 갤러리.. 그 외 기억에도 없는 많은 자잘자잘한 미술관까지..네로가 보고 죽어서 여한이 없다 했던 루벤스의 그림도 보았다. 그런데 놀랄만한 사실은 그렇게 많은 미술관을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기억에 남는 것 없음.. 감동 받은 것 없...음 이었다.

음악을 듣다가, 시를 읽다가는 잘도 울면서 미술품을 보곤 마음이 움직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아는만큼 보인다고 혹시 내가 미술을 너무 몰라서 그런걸까? 하는 마음에 매우 늦었지만 미술에 관한 책을 한 번 읽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첫책으로 너무 괜찮은 책을 골라잡은 나 칭찬해.

#1

11명의 화가의 삶과 그 작품들을 나레이션형식으로 작가가 들려준다.

첫 화가인 샤갈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부터가 범상치 않다.

예술가들 중 특히 화가들은 여러명의 여인을 사랑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샤갈은 평생 한 명만 사랑했고 그의 그림의 주된 피사체가 그가 사랑한 그 여인이라니. 정말로 샤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그림들을 보는데, 몽실몽실한 사랑의 감정들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그런 기분이었어.

유대 예술의 뮤즈, 내 사랑 벨라.

그대는 세상을 떠났지만 내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리라. _P36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생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샤갈의 그림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삶에 기쁨을 가져다준 것도, 고통을 가져다준 것도. 상상치 못한 상황에 가로막혀 실의에 빠졌을 떄 다시 일어서게 해준 것도 모두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_P38

#2

이어지는 앙리 마티즈.

그림을 시작한 후 고향 사람들이 불렀떤 그의 별명은 '마을의 멍청이'였답니다.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했겠다,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며 멍청이라 불렀지요. 그래도 마티스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습니다.

P_44

사실 이 부분에서 나는 작가와 약간은 다른 각도의 생각이 들었다

그떄의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변호사면 안정적이고 명망있는 탄탄대로. 미술을(예술)을 한다고 하면 그런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한다고 뒷이야기 하는 것. 그런데 이 또한 어쩌면 일리가 있는 생각이지 않을까? 본인이 할 수 있는 안정적인 무언가를 버리고 모험을 택한다는 것이 언뜻보면 멋있어보일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모험을 택해서 실패한 사람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기 때문에(그 실패의 강도라 함은 정상적인 생활 자체를 할 수 없는 정도겠지) 일반적인 인식이 생긴 것이 아닐까? 요즘 유투브에 어린 나이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연 수입 억대를 찍었어요 하는 사람들이 왕왕 보이지만 이 극소수의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에 내가 들어갈 수 있으리란 보장은 100% 할 수 없기에 한끗차이인 무모함과 도전정신을 잘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듯 하다. 물론 성공과 실패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에 때라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3

내가 보면서 실질적으로 울컥하며 감동을 받은 작가 알폰스 무하.

그저 예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물을 대하는 섬세함, 사람에 대한 온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강인한 애국심에서 심쿵해버리고 말았다.

이미 상업적으로 많은 성공을 하고 이룰 것들은 이룬 50대가 되었을 때 민족을 위한 그림을 그리기로 하고 장작 20년의 세월을 바쳐 '슬라브 민족의 원고향'에서 시작해 '슬라브 찬가'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완성한 무하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 한 국가와 국민이 성공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뿌리에서 시작해 계속해서 유기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고. 그리고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몰라서는 안 된다._P110'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와 일맥상통!

무하의 조국이었던 체코의 슬라브민족에게서도 우리 한민족이 약소국가로서 괴롭힘을 당하면서 축적되어 온 한의 정서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 이후 나치가 체코를 점령하면서 민족성을 짓밟아 반항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무하의 그림들을 없애려고 시도하고, 무하도 잡혀가 79세의 노인네가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간신히 살아서는 나왔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몇 주 후 세상을 떠나는 무하. 나치의 악행 때문에 제대로된 장례도 치를 수 없어 가족끼리 조촐하게 장례를 치르는 와중, 나치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무려 10만명의 슬라브인이 장례식작에 모였다고 한다.

아, 정말 마음이 웅장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앞으로 매우 애정하는 화가가 될 거 같아.

#4

그 외에도 프리다 칼로... 말잇못...

같은 여자로, 아니 같은 인간으로 이 분의 삶은 참 읽기 조차 힘든 그런 삶을 산 것 같다.

그런데 그녀가 유작으로 그린 싱싱한 수박에 새겨진 'Viva La Vida' (그럼에도, 인생이여 만세!')

그녀의 인생사를 쭉 읽어오다 마지막에 이 대목을 읽었을 때 떠오른 감정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5

화가의 인생을 알고 그림을 보면 좀 더 풍부하고 밀도 높은 감상을 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화가의 인생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눈앞에 놓인 그림뿐 아니라 그림 너머의 작가와도 교감하게 되지요 P_45

네, 저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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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 - 인생을 리셋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김유진 지음 / 토네이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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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점에서 몇 장 훑어보고 뭔가 마음이 갔던 책이지만, 자기계발서는 딱히 구매하지 않는 성향때문에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서 두어달 대기타던 책.

가볍지만 에너지를 받고 싶은 독서를 하고 싶은 마음에 저번 주말에 구매하여 받은 그날 완독, 그 다음날 재독.

처음에는 다시 팔 것을 고려해 아주 조심히 읽었는데, 중간쯤부터는 줄치고 플래그 붙이고, 재독땐 줄이 아주 빽빽하게 쳐져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몇 권 읽었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느낌. 요즘의 트렌드가 효율성을 너무나도 강조하고 자기계발의 목적은 결국 내가 원하는 레벨의 부를 이루는 것에 집중이 되어져 있는거 같아서 (물론 나도 부자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지만) 조금은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번 책에선 철저하게 내 내면, 인격체에 오롯이 집중이 되어져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2

아무리 친밀한 관계여도 타인은 내가 상처를 치유하고 에너지를 회복할 만큼 풍분히 위로해주지 않는다. 반면 내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는 횟수도 무제한이고 크기도 줄어들지 않는다. 나아가 나는 내가 가장 듣고 싶고 필요했던 말을 언제나 해줄 수 있다. 우리는 상처받거니 우울해하는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자신이 나약해서,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 자책한다. 약해진 자신을 회복시키려고 하기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인간은 강해질 수 있는 만큼 약해질 수도 있는 존재다. 우리에게는 모두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런 시간을 허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_P36

이런 관점에서 나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내 공간, 내 시간속에서 계획을 세우고 일기를 쓰는 행위들은 있어서는 유학생활을 비롯해 남의 집에서 얹혀 사는 그 시절도 무엇보다도 우선순위로 놓고 지켰지만,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내가 나를 그 누구보다 위로해 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거 같다. 항상 위로는 외부에서부터 오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날 아껴줘도 더 큰 관심과 사랑을 갈구했다. 힘들 일이 샐기면 '내가 이렇게 힘든데 먼저 연락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이렇게 외로운데 왜 지금 내 옆에 있어주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이 나를 좀먹었다. _P76

이렇게 번아웃이 왔고 꽤나 힘든 몇달을 보냈었다.

사실 이것뿐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친 번아웃이었고, 덕분에 다시 재정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지만 내가 나를 더 위로해 줄 수 있었다면 조금은 덜 울퉁불퉁한 시절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좌절해도 일어나고 어려움을 극복해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우리는 쉬면서 늘 죄책감을 느낀다.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틈틈이 쉬는 시간을 즐겨야 나를 무너뜨릴 정도로 큰 파도가 오지 않는다. _P212

#3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깨어 있는 시간이 더 많거나 모든 일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로 휘발시키는 에너지를 나의 내면으로 수렴하게 만들 뿐이다. _P132

참 계획을 세우고 이런저런것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다들 내가 엄청 바쁜줄 알았지 ㅋㅋㅋㅋ 그런데 사실 물리적인 어떠한 일정때문에 바쁜 것보다도 아무일이 없어도 마음이 분주하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바쁜 사람처럼 느껴지며 그 분주함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에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 같다.

나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어나서도 그 날의 일정들을 세우며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닌 마음이 바빠지는 때가 많았다.

이젠 외부와 타인을 위한 일정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바삐 돌리기 전에, 그 힘을 나를 위해 사용하는 것에 분배를 해야겠다.

#4.

자신을 위해주기로 마음먹었을 떄,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가에 대해서도 책에서 길을 제시한다.

1. 언런unlearn: 지금까지의 부정적인 배경 지식과 디폴트 값을 지우고 깨끗한 백지의 마인드로 만드는 것. 나에대한 나 자신의 인식이든 타인에 대한 혹은 상황에 대한 인식이든. 나의 계획과 지식들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2. 절제: 내 목표 상충하는 행동들, 내 불만족스러운 행동 절제하기

나쁜 습관을 바로 고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계속 깨닫고 절제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그 믿음을 원동력 삼아 불만족스러운 내 모습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_P122

일종의 스몰 스텝.

한 번 해서 안되면 역시 나는 안되는가봉가 하며 그냥 앗싸리 포기를 하는 모습이 많았던 것 인정.

이젠 내 나쁜 습관들을 조금씩 떨어뜨리는 연습을 하겠다.

#5

이 외에 몇가지 것들

시간낭비를 절제하기 장에서: 핵심은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소요되는 물리적인 시간을 단축시키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무의미한 행동을 절제하는 것이다. P_124.

작가님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뮤지컬에 도전했다는 것... 와우

주변사람을 돕기 위해 CPR자격증을 딴 것.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 당장 내 소중한 사람에게 급한일이 생겼을 때 가장 유용하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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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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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본 빨간머리 앤이라는 만화를 볼때의 그 두근거리던 설레임을 아직도 기억한다.

앤을 따라서 내 주변의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붙였더랬다.

잘려진 나무기둥에서 다이애나와 둘이서 티파티를 하던 앤을 보고 카페인때문에 마시지 못하던 차에 대한 로망을 처음 갖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를 포함, 동시대를 살았던 꽤나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났던 현상인듯 하다. 많은 이들이 원작소설 빨간머리앤이 아닌 지브리의 빨간머리앤을 그리워 하며 그때를 회상하다 관련된 책까지 쓰신 분이 계신다.

#1

작가들, 번역가를 또 시인들의 에세에이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그냥 힘이 빠진 가벼운 수필집을 읽다보면 작가의 의식의 흐름이라든지 깊이 등이 조금 더 잘 보이는 느낌이랄까...

관심이 있던 작가의 수필집도 읽어보고, 작품을 읽고 흥미가 생기면 또 그 작가의 수필집을 읽어보는 편인데 에세이를 읽다가 내용이 나와는 맞지 않다고 느껴 멀어진 작가가 꽤나 있다. 그런데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고 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마구 마구 상승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빨간머리 앤을 그리워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굳이 빨간머리 앤에 대해, 아니 그녀가 했던 대사들에 대해 책을 쓸 것 까지 있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냥 그저 그런 가벼운 글이겠거니 했지만 왠걸... 깊이가 있어서 놀래부렀어.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을 매개로 전해지는 작가의 생각들이, 그 성숙한 생각들이 감동을 준다.

#2

- 꿀을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은 사실 '꿀을 먹는 시간'이 아니라 '꿀을 기대하는 시간'이다. 꽃은 활짝 피기 전이, 꿀은 먹기 전이 가장 달콤하다.

우리는 너무 즉각적인 만족의 세계에 사는 건 아닐까? 기다림은 우리에게 결과를 떠나 과정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히려 만끽이라는 말은 이 설렘 뒤에만 따라오는 충만일지도 모른다. (P45)

- 달아나고 싶었던 고아원으로 되돌아가게 된 앤이 이보다 더 절망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말한다.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어요. 즐기겠다고 결심만 하면, 대개 언제든지 그렇게 즐길 수가 있어요!"

돌이켜보면 걱정했던 일들은 걱정만큼 실제 일어나지 않았다. 내일 벌어질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봄이 왔음을 알아차리는 능력, 현자들은 그것을 현재를 살아내는 능력, 즉 '카르페 디엠'이라고 불렀다. 행복은 지속적인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은 '큰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목'을 '자주'느끼는 것이라고. (P51)

#3

행복은 완결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과정 중에 일어나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심리학에는 '행복의 평균값'이란 용어가 있는데, 이 말은 인간의 행복이 적정선을 넘어서면 더 이상 증폭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행복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중에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것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우리가 의도적으로 해야 할 것은 '뭔가 하기 위해'달리는 게 아니라, '뭔가 하지 않기 위해' 때때로 멈춰 서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일기를 쓰고, 잠시 멈춰서서 내가 받은 복을 세어보며 족함을 느끼는 것이 행복인듯 하다. 다만 요즘은 이 작은 행복인 소확행이란 개념이 소비의 개념으로 많이 바뀐 것 같지만 또 그런 작은 소비들이 순간 순간 삶에 대한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아. 그래도 내 자신에게 잊지 말라고 되뇌이는 것은 소비를 함으로 오는 행복은 결국 더 큰 소비를 하지 않으면 점점 그 작은 행복이 사라지는 매직을 볼게 될 것이란 것.

#4

-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보다 중요한 건 '꿈을 이룬기 위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이다. 세상을 천천히 응시하는 일은 나의 마음을 꼼꼼히 읽는 일이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몰려 쫒기듯 하고 있는 일을 자기 의욕으로 착각하고 나를 소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는 일이다.

삶을 야구에 비유하면, 나는 이제 홈런을 치겠다는 야망보다는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 연습을 거리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삶녀서 중요한 건 어쩌면 타율이 아니라 출루율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좋을 볼을 보고 '안타'를 욕심내기보다, 먼저 출루해 나간 사람을 위해 '번트'를 칠 수 있는 선수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사람은 종종 다른 사람이 내리지 못하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야망의 기준이 '나'에서 '우리'로 확장되는 것이다. (P55)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남자친구를 만났던 당시 내 속에서 있었던, 깊이 깊이 숨겨놓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던 그 목소리는 남들눈에 내 사람이 대단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완벽한 사람이어야 했고 설사 그의 부족한 부분이 보일라치면 그의 부족한 부분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며 사람들에게 포장을 했더랬다. 우리 관계는 그렇게 말라갔지. 감사한 것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이 부러워 하는 홈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욕심이 자의로 타의로 깎여나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과정을 '성숙'이라고 하나보다.

#5

- 어쩌면 고백은 '말'보다 '태도'가 더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다면 '사랑한다!'는 메시지보다 언제, 어떤 방시긍로, 그것ㅇ@ 진심을 담아 상대에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미안하다'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태도는 곧 행동이다. 고백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다. 진심을 다해서!

딱 이부분을 읽었을 무렵, 엄마와 다투고 카페에 나왔을 때다. 내 잘못이 아니고 여러번 말했지만 고쳐지지않는 엄마의 어떠한 습관 때문에 마음이 상할대로 상해 분한 마음을 삭히고자 아이스라테 한 잔 하며 책을 펼쳤는데 말이지...

사실 각작의 입장만을 이야기 할 뿐이지 누구의 입장도 틀리다고는 말할 수 없는, 옳고 그름이 없는 논쟁이었기에 더 억울한 마음이었지만 하나님이 마음속에 계속 주시는 생각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 엄마가 100% 잘못한 상황이었다면 나도 엄마의 사과를 받아야 마땅했겠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었고 이렇게까지 엄마에게 화낼 일도 아니란 것을 마음으론 알았기에 결국은 내가 엄마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카톡을 보냈다. 엄마는 1박2일동안 잠깐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셨었는데 끝끝내 답이 없으셨다. 예전같으면 여기서 또 난리 난리 나겠지. 아니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어떻게 답도 없을 수도 없냐고 2차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이번엔 이 글귀가 마음에 깊이 각인이 되어 있었나보다. 고백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닌 몸으로 하는 것이란 것... 내가 진심으로 엄마에게 미안하다면 엄마의 답장의 유무에 의해 내 마음이 변하면 안되는 거잖아. 그리고 그렇게 엄마가 여행에서 돌아오셨을때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줌으로 내 진심을 담은 미안함을 전달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는 카톡 온줄도 모르셨더라. 나중에 카톡을 확인하시고 장문의 카톡으로 답을 주셨다. 상대방의 반응과 상관없이 내 마음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내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진심 곧 진짜임을 확증하는 것.

#6

-한 때 나는 노력이 의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의지박약이란 마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젠 노력이 일종의 '재능'이라는 걸 안다. 노력은 의지가 아니다. 노력이야말로 어떤 면에서 타고난 재능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특별한 재능 말이다. 노력해서 가장 좋은 건 이게는게 아니다. 노력해서 가장 좋은 건 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언제나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이긴다는 건 지속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젠 이기는 법이 아니라, 지지 않는 법에 대해서 익혀야 한다. 더 나아가 '지는 법'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P298)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것 처럼, 노력하면 (=내 자신을 채찍질 하면) 내가 생각하는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줄 (=이길 줄) 알았다.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새벽에 제일 먼저 일어나고 저녁에 가장 늦게 누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 목표에는 다다를 수 없었다.

열심히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건 잠시 숨을 고르며 나를 먼저 파악하고, 나라는 사람을 충분히 보듬어 주면서 천천히 가는 걸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 내가 넣은 input(시간, 노력)대비 최고의 output을 내야 하는 강박증 비스무리한 증상도 있었던것 같다. 그런데 그 output에 내 마음의 안식은 없었어.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그 시간들을 거치면서 이제는 놓아줄 것은 놓아줄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지는 경험'을 하니 그렇게 지지 않는 방법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는 것 같다.

#7

- 사람들은 과거는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곽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이제 안다. 정확히 말해 과거의 '의미'는 내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변한다. (P329)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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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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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북클럽 구독하던 시절 표지만 보고 다운 받아서 읽어보던 책.

활자덕후에세 메모라니, 못참지!

밧뜨,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에게 치이는 덴샤안에서도 뭔가 이북리더기 밑줄을 치면서 읽었던거 같은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않고, 결국은 다 읽지도 못한채 북클럽을 해지하고 말았다. 기록을 남기는 걸 좋아하면서도, 귀찮아하는 이 모순된 감정을 안고 사는 닝겐에게 메모와 관련된 책들은 항상 숨겨두고 야금야금 아껴먹는 맛있는 간식같아. 그래서 다시 참을 수 없어진 마음에 종이책을 구입했다.

정말 생각보다 좋았고,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 마음껏 줄치며 읽었다.

어느 날 정말로 '갑자기' 결심했다. 달라지기로. 뭔가를 하기로. 그만 초라하게 살기로. 제일 먼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버는 일을 그만뒀다. 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관찰하는 일도 그만뒀따. 남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도 그만뒀다.

엄.. 딱 이구절을 읽었을 때, 본부장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었다.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은 성경에 나오지는 않지만 진리인듯 하다.

이 본부장 그냥 꼰대 수준이 아니다; 처음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들어오고 서류합격 후, 면접 보기전 헤트헌터가 미리 주의를 줬었다. 괴팍하기로 유유명한 분이니 조심하고 설사 뭐라 하더라도 신경쓰지 말라고. 그런데 내 생각이상으로 더욱 괴팍했던 사람. 면접보다 너무 당황해서 울뻔 ㅋㅋㅋ 그런데 지금까지 잘 피하다 입사 3개월만에 본인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본인이 잘못하고 나에게 똥을 던지니 떨어지니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더라. 그날 이 구절을 읽으며 책을 읽다가 위로를 받는 다는 말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이해했다. 더불어 예전 상사 한명이 떠올랐다. 이 사람은 괴팍보다 좀 악한 사람이었는데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의자를 집어 던지며, 발로 차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우리 팀이 참 무능했는데 어떤 안건 진행이 원활하게 안되니 그 층의 모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과장들 들으라며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더라.

' 한번 실수는 용납 되지만 두 번째 실수는 죄야!!' (다행히도 의자는 걷어차지 않았다)

님아,, 죄의 정의가 뭔지 아시나요?

팀의 잘못을 모두의 앞에서 마치 내 죄인양 공개모욕을 당하는데 어찌나 수치스럽던지... 그런데 그 순간 마음에 '저 사람이 모두 앞에서 날 비난하는건 그의 선택이지만, 난 그 비난을 내 속으로 받아들이고 안받아 들이고는 내 선택이다. 당신의 썩은 소리와 의견을 거부한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그 순간 참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마음이 담담했다. 그 층의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 내가 온전히 나를 보호하고 사랑했던 순간이 있나 싶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이날의 해프닝 그리고 책의 한 줄에 내 마음의 탄력성이 바로 회복이 되었다.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똑같은데 내가 어떻게 평가받을지에 마음이 매몰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다시 에너지를 돌려 집중할 수 있게 그 계기를 만들어 준 한 줄, 그 한줄만으로도 이 책은 품고 간다 ㅋㅋ

사회가 힘이 셀수록 그저 흘러가는 대로, 되는 대로 가만히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메모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메모는 '자신감' 혹은 '자기존중'과도 관련이 있다. 스스로 멈추기 때문이다. 스스로 뭔가를 붙잡아 곁에 두기 때문이댜.

cannot agree more. 가만히 있다보면 사회가, 광고가, 다양한 매체가 주는 메세지에 내 마음이 흘러가고 아무런 저항감없이 그것들이 내 사고에 들어와 내 세계관을 형성하고 내 기호를 휘젓고 돌아다니는 것만큼 수동적인 것이 있을까. 멈추고 메모하고(=생각하고) 주도적으로 살자.

세상만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마음의 중심에는 어두움이 있따. 자기 자신에 대해 자기만 아는 것들- 거의 이해하는 것이 없다는 것, 실수했다는 것, 후회스럽다는 것, 말만 앞선다는 것, 유치하다는 것, 속이 좁다는 것. 수시로 자기비하의 유혹에 빠진다는 거, 거의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사항받고 싶어 한다는 것, 칭찬에 중독되었다는 것, 중요해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 무조거 이기고 싶어 한다는 것, 돈을 심하게 밝힌다는 것, 남과 비교를 너무 많이 한다는 것, 비판을 감당 못한다는 것,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것,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한다는 것.

우리 안의 어두움이 다 나온다면 세상은 인류멸망의 아침처럼 어두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슬퍼할 줄 아는 것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P46)

슬퍼할 줄 안다는 것은 양심이 살아있다는 것이고, 돌이길 수 있다는 것이며 회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토대는 자신이 택한 삶의 새로운 원칙과 새로운 '시선'으로 가득 찰수록 좋다 새로운 인간이 된다는 것은 매일매일의 '단련'의 결과다. (P47)

'모름지기 영혼은 향이 나야 한다. 모른지기 사람의 눈은 빛이 나야 한다.' (P58)

'사람이 딱딱해지면서 벌어지는 불길한 일은? 좋은 생각이 뚤고 들어갈 틈이 없어진다는 점이다'(P91)

단 하나의 생각만이 인류를 위하는 것인마냥 목숨을 걸지 않고, 각작의 세계를 인정하고 품을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본질은 타협하지 않고 무릎꿇어야 할 자리에선 얼마든지 경외를 표할 수 있는 온유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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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글씨
강지혜 지음 / 형설미래교육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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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시험공부를 하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유는 항상 같았다.

내 글씨를 내가 알아 볼 수가 없어...

어른이 되어 PC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 한 필연적으로 글씨를 써야 하는데 글씨를 쓸 때도, 그 글씨를 읽을 때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보통 여자들을 글씨를 잘 쓰는데 내 글씨는 왜 초딩 남자아이 글씨보다 하찮을까?

결국은 연습밖에 없다는 생각에 월간 목표를 잡았다. 주말에 글씨 연습을 하자.

연습을 하면 남들이 우러러볼 글씨체는 아니어도 적어도 가독성 부분에선 진전이 있겠지?

그런데 어떻게 연습을 해야할지 모르겠는거다.

가나다라마바사를 쭉 프린트해놓고 그냥 따라서 쓰면 된는 건가? 하던차에 좋은 책을 만났다.

#1

처음은 내 글씨에 대한 진단부터.

정말 다시 봐도..못봐주겠다.



책에서 추천한 대로 속도를 낮추고, 획이 부딪히지 않게 써보았다.

나만 알 수 있는 미묘한 차이일 수 있지만 확실히 가독성이 올라갔다.

일단 너무 급하게 쓰려고 하는 것이 글씨가 망가지는 가장 큰 원인인것같군.



그리고 선 하나 하나를 바로 그어 뼈대를 확실하게 잡아주는 연습을 한다.

마치 빗살무늬토기에서 보일법한 기호들이 글씨의 근간이 되어준다.


.

너무 많은 진도를 나가고 싶진 않다.

한번에 다 써버린다고 글씨가 이뻐지는 것이 아니고, 3n년간 잘못 든 습관을 고치는 것은 롱런이라고 생각하기에. ..

주말에 적어도 30분씩을 투자해서 조금씩 조금씩 바꿔보겠어!

적어도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면서 중요한 순간에 해독이 되지 않아 진땀빼는 일은 없어지겠지?



시중에 많은 손글씨 교본이 나와있는데 이 책의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다양한 손글씨체가 나와있다는 것?

그리고 표지가 이쁘다는 것?

남자분들이 사용하기엔 분홍분홍한 표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여성분들이라면 두 손들고 환영할 봄스러운 분홍 표지.

이쁜 떡이 먹기에도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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