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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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감명깊게 본 플란더즈의 개란 만화에 그 이름도 짠한 네로가 마지막 숨을 다해 보고 간 루벤스의 그림. 그 장면을 보며 그림이란 것이 뭐길래 저렇게 한 어린이의 세계를 덮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플란더즈의 개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사하게도 미술관을 많이 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부터, 프랑스 오르세이, 로마 바티칸, 런던 내셔널 갤러리.. 그 외 기억에도 없는 많은 자잘자잘한 미술관까지..네로가 보고 죽어서 여한이 없다 했던 루벤스의 그림도 보았다. 그런데 놀랄만한 사실은 그렇게 많은 미술관을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기억에 남는 것 없음.. 감동 받은 것 없...음 이었다.

음악을 듣다가, 시를 읽다가는 잘도 울면서 미술품을 보곤 마음이 움직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아는만큼 보인다고 혹시 내가 미술을 너무 몰라서 그런걸까? 하는 마음에 매우 늦었지만 미술에 관한 책을 한 번 읽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첫책으로 너무 괜찮은 책을 골라잡은 나 칭찬해.

#1

11명의 화가의 삶과 그 작품들을 나레이션형식으로 작가가 들려준다.

첫 화가인 샤갈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부터가 범상치 않다.

예술가들 중 특히 화가들은 여러명의 여인을 사랑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샤갈은 평생 한 명만 사랑했고 그의 그림의 주된 피사체가 그가 사랑한 그 여인이라니. 정말로 샤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그림들을 보는데, 몽실몽실한 사랑의 감정들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그런 기분이었어.

유대 예술의 뮤즈, 내 사랑 벨라.

그대는 세상을 떠났지만 내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리라. _P36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생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샤갈의 그림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삶에 기쁨을 가져다준 것도, 고통을 가져다준 것도. 상상치 못한 상황에 가로막혀 실의에 빠졌을 떄 다시 일어서게 해준 것도 모두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_P38

#2

이어지는 앙리 마티즈.

그림을 시작한 후 고향 사람들이 불렀떤 그의 별명은 '마을의 멍청이'였답니다.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했겠다,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며 멍청이라 불렀지요. 그래도 마티스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습니다.

P_44

사실 이 부분에서 나는 작가와 약간은 다른 각도의 생각이 들었다

그떄의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변호사면 안정적이고 명망있는 탄탄대로. 미술을(예술)을 한다고 하면 그런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한다고 뒷이야기 하는 것. 그런데 이 또한 어쩌면 일리가 있는 생각이지 않을까? 본인이 할 수 있는 안정적인 무언가를 버리고 모험을 택한다는 것이 언뜻보면 멋있어보일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모험을 택해서 실패한 사람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기 때문에(그 실패의 강도라 함은 정상적인 생활 자체를 할 수 없는 정도겠지) 일반적인 인식이 생긴 것이 아닐까? 요즘 유투브에 어린 나이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연 수입 억대를 찍었어요 하는 사람들이 왕왕 보이지만 이 극소수의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에 내가 들어갈 수 있으리란 보장은 100% 할 수 없기에 한끗차이인 무모함과 도전정신을 잘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듯 하다. 물론 성공과 실패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에 때라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3

내가 보면서 실질적으로 울컥하며 감동을 받은 작가 알폰스 무하.

그저 예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물을 대하는 섬세함, 사람에 대한 온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강인한 애국심에서 심쿵해버리고 말았다.

이미 상업적으로 많은 성공을 하고 이룰 것들은 이룬 50대가 되었을 때 민족을 위한 그림을 그리기로 하고 장작 20년의 세월을 바쳐 '슬라브 민족의 원고향'에서 시작해 '슬라브 찬가'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완성한 무하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 한 국가와 국민이 성공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뿌리에서 시작해 계속해서 유기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고. 그리고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몰라서는 안 된다._P110'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와 일맥상통!

무하의 조국이었던 체코의 슬라브민족에게서도 우리 한민족이 약소국가로서 괴롭힘을 당하면서 축적되어 온 한의 정서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 이후 나치가 체코를 점령하면서 민족성을 짓밟아 반항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무하의 그림들을 없애려고 시도하고, 무하도 잡혀가 79세의 노인네가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간신히 살아서는 나왔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몇 주 후 세상을 떠나는 무하. 나치의 악행 때문에 제대로된 장례도 치를 수 없어 가족끼리 조촐하게 장례를 치르는 와중, 나치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무려 10만명의 슬라브인이 장례식작에 모였다고 한다.

아, 정말 마음이 웅장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앞으로 매우 애정하는 화가가 될 거 같아.

#4

그 외에도 프리다 칼로... 말잇못...

같은 여자로, 아니 같은 인간으로 이 분의 삶은 참 읽기 조차 힘든 그런 삶을 산 것 같다.

그런데 그녀가 유작으로 그린 싱싱한 수박에 새겨진 'Viva La Vida' (그럼에도, 인생이여 만세!')

그녀의 인생사를 쭉 읽어오다 마지막에 이 대목을 읽었을 때 떠오른 감정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5

화가의 인생을 알고 그림을 보면 좀 더 풍부하고 밀도 높은 감상을 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화가의 인생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공감하다 보면 눈앞에 놓인 그림뿐 아니라 그림 너머의 작가와도 교감하게 되지요 P_45

네, 저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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