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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 창비소설집
현기영 지음 / 창비 / 1979년 11월
평점 :
절판
제주에 와서 제주를 여행하면서 대학교때 교양학회에서 배웠던 4.3사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제주를 여행하다보면 곳곳에서 4.3이 남긴 흔적을 만나게 된다. 제주사람들에게 4.3은 잊고 싶은 기억임과 동시에 훼손된 명예의 회복을 위해 어떻게든 알려야만 하는 그런 것 같았다. 마치 강간당하고 창녀라고 욕먹는 처녀의 마음이랄까. 제주를 여행할 때 일이다. 대정의 추사적거지를 찾아가기 위해 길을 찾던 중 알뜨르 비행장(일제시대 일본군 군사비행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4. 3 당시 학살되었던 양민들의 유해발굴터와 유해 발굴했던 시신들을 안치한 백조일손지묘(百祖一孫之墓, 백할아버지 한 자손의 묘)를 지나쳤다.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갔았으나 일정이 바빴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저런 묘가 생겼을까 하는 의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4.3을 다룬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소설이 바로 현기영의 '순이삼촌'이다.
순이삼촌은 누구일까? '순이'는 여자이름인데 '삼촌'은 남자를 가르키고....?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그런 의문은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님을 알게된다. 현기영은 순이삼촌이라는 사람의 구슬픈 일생을 통해 4.3이 우리에게 남긴 흔적을 추적해 올라간다.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 그런 그들을 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옮아매는 광분한 사람들... 소설 '순이삼촌'은 지나간 질곡의 역사를 너무나 생생하게 재생시켜 준다.좀 무거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자신있게 '순이삼촌'을 권한다. 질퍽한 제주 사투리가 당신을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