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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깐뎐 ㅣ 푸른도서관 25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평점 :
양산여성회 동무동무씨동무의 도서선정단으로서의 활동은 두 가지 행복을 주어 나를 들뜨게 하고 있다.
첫째는 아이들이 읽을 양질의 책을 고르는데 직접적으로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이 책들을 아이들 보다 먼저 읽으면서 나 역시 간과했던 여러 문제들을 되새김질 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 책에는 어쭙잖은 성인용 책들보다 더 많은 것을 묻고 생각케하는 책들이 많았다.
그렇게 나를 감탄시키는 책들 중에 이용포 작가의 <뚜깐뎐>이 있었다.
도서구입 목록 선정 중 걸러질 수도 있었던 이 책. '뚜깐뎐'
딱 보는 순간 내 맘을 꽉 부여잡아서 꼭 목록에 넣고 싶었던 책이다.
직접 책을 읽고 나니 역시 잘 했다 싶었다.
최근 이정명 원작의 <뿌리깊은 나무>가 드라마화 되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뚜깐뎐>은 한 번쯤 아이와 함께 읽어 봐야하는 책이다. 특히 딸이 있다면 더욱이 말이다.
'뚜깐'은 아직 우리말의 뛰어남과 아름다움을 채 알기도 전인 호재에게,
영어동화 읽어 주는 것에 흥미를 갖는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한글'보다 '영어'에 대한 흥미를 돋궈 주고 있었던 나를 확 깨게 했다.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이야기는 2044년, 한글 창제 600주년이 되는 해에 시작되어 500년 전 조선시대로 거슬러 간다.
이미 한글과 영어의 공용화 정책이 시행된 지 꽤 흘렸다. 사람들은 이젠 한글보다 영어를 쓰는 것에 더 익숙하다.
열 여섯이 되는 제니에게 500년 동안 어머니에서 딸에게로만 전해져 내려왔다는 엄마의 유품이 전달된다.
그 속에는 뒷간에서 태어났다 하려 이름 또한 '뚜깐'이라 불리며 천시여김을 받았던 열여섯 소녀의 이야기가 있었다.
우여곡절 속에 한글을 배우고 '해문이슬'로 거듭나 아름다운 우리말 시를 남겼다는 이야기가 본문 속에 알알이 박힌 사늑하고 사랑옵은 우리말들로 쓰여 있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글을 아는 걸 죄악시했던 시절. '뚜깐'은 이단아였다.
여자가 글을 모르는 것을 미덕으로 알던 그 시절에는 으레히 다 그랬으니까 대부분은 ' 그런갑다'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뚜깐'을 꿈꾸었고, 그 중 아주 소수 만이 '뚜깐'이 되었다.
나의 할머니도 '뚜깐'를 꿈꾸었던 소녀였다.
야학에서 글을 가르쳐준다 해서 아버지 몰래 다니시다, '딸이 무슨 글자냐'는 아버지의 호통 속에 좌절되었던 '뚜깐의 꿈'.
그것은 글을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는 자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답답함 그 이상의 간절함이었다.
일흔이 넘으신 나이에 당신의 이름 석 자를 처음 적으시고 부끄러워 하시면서도 행복해하시던 모습이 <뚜깐뎐>을 읽는 내내 아련거려 가슴 한 켠이 먹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