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사진은 작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인가?"
이 말을 접하고 난 뒤 이것은 나의 사진찍기에 있어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카메라를 들면 렌즈 속으로 들어 오는 빛처럼 이 말이 머리 속에 섬광으로 스친다. 물론 이렇게 거창하게 말한다고 해서 사진을 전업으로 하는 프로 사진작가는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을 좇고, 담는 아마추어일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있어 사진은 단순히 주위의 아름다운 추억을 담는 기록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카메라의 렌즈는 제2의 사유의 눈이 된 것이다.


김홍희 작가의 "나는 사진이다"를 통해, 이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봤다.
더불어 책을 읽는 내내 작가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자 하는지 생각해 봤다. 그에게 있어 사진은 거울인 동시에 창문인 것 같았다. 작가 스스로 인터뷰를 통해 사진찍기가 '자기 치유의 한 과정'이라 밝혔듯이, 책을 통해 작가의 그런 일련의 고민의 과정을 그의 거울과 창으로 바라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자 오랫동안 머뭇거리던 셔터를 누른 기분이다. 이 셔트의 누름이 앞으로 서투른 나의 사진찍기에 어떤 결과물로 나올련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그러나 그 느낌을 단편적으로나마 본문 중에 수록된 사진(2003년 네팔 카두만두의 몽키 사원에서 찍은 사진)속 한 구절을 인용해 나름대로 써 본다. "사진과 사진 사이의 간격, 글과 글 사이의 간격, 사유와 사유 사이의 간격"

 

 

작가는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그것을 즐길 줄 알아야하며, 그 전에 다양한 경험과 진지한 사유를 두터운 배경지식으로 깔고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 것이 수반되어야 어떤 피사체를 보았을 때 과감히 셔트를 누를 수 있고, 그 사유의 흔적이 사진 속에 남는다고 한다. 작가의 이 같은 말은 사진 가운데 꽃처럼 떠있는 그의 글들을 통해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 나는 사유의 흔적을 나의 사진 속에서 충분히 담아 낼 수 있을까? 그것의 해답은 작가가 말하듯이 사진찍기가 육화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셔트를 눌러야 얻어질 것이다.


작가는 사진찍기를 일러 '손가락 끝으로 생각하기' 라고 했다.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들은 방바닥에 흩어 놓고 바라 본다. 무엇을 찍으려고 했을까, 이 사진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가, 치유받기 원하는 상처는 무엇인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 보고 있는가 등등 수많은 질문이 포화처럼 쏟아진다. 이 질문들은 당장 답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도 답을 구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질문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 답의 힌트를 '나는 사진이다'를 통해 조금은 얻는다.


'셔터를 끊는 행위가 곧 그가 본 세계를 자신의 사유의 틀 속에 가두어 버리는 행위' 라고 말하는 사진의 숙명.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라면, 의미있는 사유의 틀에 가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삶의 진실의 한단면을 짧은 운율로 풀어 낼 줄 아는 하이쿠의 명인들처럼,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결정적으로 담아 낼 수 있다면 나의 사진찍기는 신명을 얻을 것이다. 작가 김홍희가 전해주는 말들을 추임새 삼아, 나의 낡은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즐거운 사진찍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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