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자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고정순 그림, 배수아 옮김, 김지은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평점 :
<그림자>를 읽고 한동안 생각이 많았다. 최근에 본 책 중에서 날 이렇게 흔들어 놓은 책이 있었는가 싶다. 진짜 안데르센에 대해 알고 싶다고 <그림자>를 꼭 읽어 보길! 두려움을 알고 싶다면, 마지막장을 넘기기 전에 심호흡 한 번 하길!
이 책은 젊고 착한 한 학자가 자신의 그림자에게 유린당하고 마는 내용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짜가가 판을 치는 세상’ 속에서 사라지는 진실을 처연하게 바라보게 한다. 책을 읽고 나면, 읽기 전, 책표지에 적힌 ‘나는 사람이 되었어요.’라는 문구가 참 안데르센스럽구나 싶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고정순 작가는 안데르센의 마지막 한마디를 최적의 한 컷 그림으로 나타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까. <그림자> 속 마지막 장은 질문을 여는 첫 장이다. 질문이 과하다면, 최소, 자신의 그림자는 다시 되돌아 볼 것이다. 도발하지 않는 자신의 그림자에 감사할지도 모르겠다.
문득, ‘지금 내가 진짜 나일까?’ .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을 때가 있지 않는가. 나의 진짜는 사라지고 가짜인 내가 진짜인 척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이 진짜라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렇지않다면, 잃어버린 진짜 나는 뭘까. 안데르센의 <그림자>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안데르센이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동화를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데르센 동화가 아름다운 것은 디즈니의 대책없는 해피엔딩이 아니라서이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고학년 여자 아이가 물거품으로 사라진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서 디즈니의 인어공주이 절대 가르쳐주지 못할 비장미를 알았다고.
이 책은 읽고, 안데르센 동화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움 이면의 또다른 감정들의 근원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림자> 존재가 흔들릴 때, 불편하지만 한 번씩 꺼내 읽어 보자 따로 꽂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