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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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한 웃음을 주는 책이다. 작가가 비공개라니! 오로지 작품으로 승부수를 띄운 책이다. 읽으면서 혼자서 하는 말, 도대체 작가가 누구냐! 그의 작품을 더 읽고 싶다 말이지


이 책은 블랙코미디이다. 책상물림 한수생과 한 때 장보고의 수하로 장보고의 찐팬인 장희를 중심으로 둘러싼 사람과 사건들이다. 해학도 이런 해학이 없다. 시쳇말로 뼈 때리는 웃음으로 이야기를 잘도 풀어 냈다. 배은망덕한 한수생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가 언뜻 떠올랐다. 물론 한 번 비틀어서. 적반하장 베짱이 버전이랄까.


사람들은 솔직함을 속이고 자기합리화를 위해 참 어이없는 변명들을 주절거린다. <신라 공주 해적전> 속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말들이 대부분 그렇다. 독자라는 전지적 시점에서 책을 읽어 그런 변명이 확실히 보이지 나의 이야기라면, 나 역시 논리적이라며 쏟아낸 말들이 어쩌면 언불성설, 그야말로 아무말 대잔치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정신차리고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도 안되는 변명에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니깐.


삶에 노련하지 못하지만 도리를 아는 한수생과 정반대의 장희 콤비는 정말이지 웃지 않을 수 없다. 장희가 쏟아내는 말들은 마당극 한마당 같았다. 장희의 기막힌 술수에 연신 얼씨구 추임새를 달았다. 어디 장희 같은 없나.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런 사람 옆에 두면 얼마나 든든할까. 보장성 뛰어난 보험이다. 내가 장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겪은 산전수전이 턱없이 부족하다.


허상을 쫓는 인간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 비꼽은 여러 장면 중 백미는 백제의 마지막 풍 태자가 남겼다는 보물을 찾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장면도 약간 예상을 빗나갔다. 한수생의 선택에서 그래도 인간은 도리를 지켜야지요 하는 작가를 생각을 엿본다.


두껍지 않은 책인데, 내용이 참 깨알같다. <신라공주해적단>이 책은 위정자들에게 내밀고 싶다. 양심이 있다면 뜨끔할거다.뜨금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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