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용도 ㅣ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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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사라져버릴 욕망과 우연의 흔적을 어떤 구성과 방식으로 기록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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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ㅣ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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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성의 운명과 공동의 기억은 어떨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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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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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응급 출산 호출을 받고 분만실에 들어간다. 분만실에서 출산하는 산모는 22살의 젊은 여성이다. 그녀가 임신 중 먹어서는 안 될 궤양 약을 몰래 먹은 탓에 조산을 했고 청색증에 걸린 조그마한 아이가 출생했다. 태어나자마자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간호사는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간 아이에게 자신이 겪은 모든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아이가 엄마의 곁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 아이에게는 소피아 무라토레라는 이름이 붙는다. 간호사는 마지막으로 소피아에게 이런 말을 한다.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14쪽

이 책은 소피아의 출생부터 불안한 청춘까지를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청춘소설이고 또 다르게 보면 성장소설이라 볼 수도 있지만 청춘이나 성장을 다룬 여타의 소설과는 달리 연작소설의 형식을 취한다. 총 10개의 연작소설들은 소피아의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했던 청소년 시기,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의 시기를 묘사한다. 연작소설인만큼 시간이 선형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엄마와 아빠의 불화를 가까이서 지켜보던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했던 청소년 시기, 배우를 준비하는 시기 등 여러 시간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나온다.

책 맨 끝에 나오는 옮긴이의 말에서 각양각색의 퍼즐을 맞추는 것 같다는 비유가 나오는데 이 소설 느낌을 정확히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퍼즐 조각을 한 조각씩 맞추면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연작소설 하나 하나를 읽어가다보면 전체 틀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소피아라는 사람의 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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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연작소설에서 소피아가 화자로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첫 출생부터 소피아를 보살핀 간호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자동차 엔지니어로 단순한 삶을 사는 아빠와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인 엄마, 젊은 시절 좌파운동에 심취해 있었고 청소년 시절 소피아를 데려와 돌본 고모, 소피아와 룸메이트 생활을 하는 친구, 소피아의 첫사랑 레오, 미국에서 소피아를 만난 소설가 지망생 피오트르. 그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이 소피아와 맺는 관계를 통해서 독자는 소피아의 삶과 내면, 성격을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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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들 속에서 소피아라는 인물을 상상하는 과정만큼이나 연작소설에서 등장하는 시대를 주목해볼 필요도 있다. 이탈리아 현대사를 잘 모르더라도 연작소설에서 등장하는 불안정한 시대상들 역시 소피아라는 인물을 좀 더 정확히 설명해주는 부수적인 요소다.

구조조정으로 아빠가 근무하는 자동차 회사에서 대량으로 해고당하는 노동자들, 소피아의 고모 마르타가 사회주의 활동을 열심히 했던 1970년대 사회 등 불안정하고 변화가 많았던 당시 이탈리아 사회가 연작소설에서 꾸준히 묘사된다. 소피아가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도 추측해볼 수도 있고 잘 모르는 이탈리아의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소피아라는 인물은 곧 그 당시 이탈리아에서 성장한 불안정한 청춘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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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들에서 물이나 바다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눈 여겨볼 필요도 있을 거 같다. 간호사가 막 태어난 소피아에게 속삭인 말,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다는 말을 시작으로 바다나 물과 연관있는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해적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고 어린 소피아와 동네 친구들을 모아 해적놀이를 자주 했던 오스카. 그 이후로 해적과 바다 이미지는 소피아에게 영향을 미친다. 소피아가 자신의 연인에게 선원이라고 부르는 장면이나 자살시도를 시도했던 소피아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을 쓰던 어린 소녀에게 자신을 요나라고 지칭하는 장면(요나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신의 말씀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바다에 빠졌지만 거대 물고기 뱃 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면한 인물이다), 그녀가 안정을 취할 때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그 속에 몸을 담그거난 잠수를 하는 장면 등 다양한 물의 이미지가 변주돼서 나온다.

소피아는 거칠게 몰아치는 삶이라는 바다에서 거세게 요동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대로 멋지게 배를 조종한다. 어릴 적 오스카가 책에서 보여줬던 멋진 여자 해적처럼 말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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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조지 오웰 ㅣ 더 저널리스트 2
조지 오웰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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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시리즈에서 두 번째로 소개하는 인물은 조지 오웰이다. 그가 집필한 1984, 동물농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워낙 인기가 많아 이름이 매우 익숙한 작가지만 그 외에 다른 정보들이 알려진 적은 없다. 그저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를 비판했다,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

조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을 묶은 이 책은 흐릿한 조지 오웰에 대한 윤곽을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 그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지지했다는 점, 그가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는 점, 그가 저널리스트로서나 작가로서 끊임없이 정치적인 글을 작성했다는 점 등 그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그의 기사를 묶은 이 책 안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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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편은 주제별로 기사를 분류해 나눴다. 기사를 분류한 주제는 평등, 진실, 전쟁, 미래, 삶, 표현의 자유로 총 6개이다. 그가 워낙 폭넓은 주제를 다뤄 시기별로 나누면 하나를 관통하는 주제를 찾기 힘들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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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쓴 기사들은 굉장히 신랄하며 냉정하다. 헤밍웨이가 자신의 문학적인 소양을 기사 쓰는데 발휘한데 비해 조지 오웰은 정확하면서도 직설적으로, 아주 신랄하게 기사를 작성했다. 블랙 코미디를 즐기는 사람처럼 자조적인 농담을 간혹 글 중간에 섞어 넣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그의 글은 잔혹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한 편이다. 하지만 그 냉정함 속에는 세계와 사회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아는 그의 예리함이 번뜩이고 있다.

초거대 국가가 등장할 거라는 미래에 대한 예상이 바로 그렇다. 어느 지역을 경계로 초국가들이 구성되고 정착하고 나면 세게는 두세 개의 초국가들로 분열할 거라고 그는 예견한다. 전쟁이 끝나고 난 후 평화의 시기에 그 거대한 초국가들 사이에 경제적, 심리적 갈등이 일어나며 2차 세계대전과는 다른 형태의 상시적인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는 설명도 덧붙인다. 오웰이 이런 예견을 한 시기가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기 직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가 얼마나 예리한 시선으로 세계와 미래를 파악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종전 이후 찾아온 미국과 소련의 냉전, 그리고 대립하는 국가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는 갈등들은 오웰의 그러한 예견이 여전히 유효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빛을 발하는 그의 예리함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당시 벌어지던 전쟁과 사람들의 위선을 정확하게 파악해낸다. 독일과 일본을 프로파간다 실체를 파헤치며 맹렬히 비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독일과 일본이 위선적인 프로파간다를 내세우며 파시스트 행위와 전쟁을 일삼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비판은 자국인 영국도 피해 가지 못한다. 영국 국민들이 무지로 인해 저지르는 인종 차별, 소수자 차별을 비판한다. 영국인 우월주의와 선입견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소수자들의 환경과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이들의 현실을 알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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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치적인 글을 많이 작성했다. 이 책에 실린 대다수의 글 역시 정치적이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인 동물농장이나 1984를 생각해 보면 그리 놀랄만한 사실은 아니다. 그는 정치적인 글을 굉장히 많이 작성했지만 정치인으로 나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기득권을 비판하는 글을 작성했다. 전쟁으로 역사와 사실을 자신들이 유리한 대로 만들어내 전달하는 파시스트들과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그런 현실을 강하게 고발했다.


무엇보다도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진실이었다. 그는 정부가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알려주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시민들의 정치적인 수준을 파악하고 눈높이에 맞춰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또한 정부가 진실을 왜곡하거나 숨기는 일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을 자각하고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진실을 대중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 이어왔고, 언론을 비롯해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해 최대한 널리 전파하고자 했다. 최대한 명확하고 쉬우면서 정확한 글쓰기로 말이다. 자신이 잘 활용할 수 있는 글을 활용해 기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조지 오웰의 모습은 현재 대한민국에도 많은 바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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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K의 미필적 고의 - 이춘길 소설집 ㅣ 걷는사람 소설집 3
이춘길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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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등단하고 나서 무려 10년 만에 내는 첫 소설집이라고 한다. 등단한 이후 빠르게 소설집을 펴내는 다른 작가들이랑 비교해보면 사뭇 다른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도리어 그 다른 행보로 인해 작가가 펴낸 이 소설집에 흥미가 생겼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숙성된 끝에 나온 소설집에는 어떤 단편들이 실려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처음' 내디딘 그 발자취를 빠르게 확인해보고 싶었다. 장르를 막론하고 누군가의 처음을 보는 건 굉장히 낯설면서도 설렘을 동반하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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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등단작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형사 K의 미필적 고의」부터 2016년에 발표한 단편 「피터의 편지」까지. 어떤 사람은 많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적다고 느낄 수도 있는 이 단편들은 저마다 기묘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소설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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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은 쉽게 읽히면서도 쉽사리 읽히지 않았다. 어려운 단어들을 사용하지는 않아 가독성은 좋았지만 플롯이 선명하지 않은 탓에 한 번 읽고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단편들이 있었다. 표제작인 「형사 K의 미필적 고의」나 「관리인」, 「실종」 이 거기에 속하는 단편들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과 주인공이 가공하고 있는 픽션, 혹은 과거들이 처음에는 일직선을 달리다가 조금씩 혼재되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서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뒤엉켰기 때문이었다. 안과 밖을 구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단편 속에서 이야기들이 뒤엉켜 혼란을 야기했다. 우리가 엄청난 졸음에 시달릴 때 꿈에서 하는 말인지 현실에서 하는 말인지 구분하기 힘든 것처럼 위의 세 단편들에서는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픽션이나 시나리오, 무의식이 시시때때로 개입하며 이야기를 불확실하게 만든다.

그와 달리 다른 4편의 단편은 이해가 쉬운 단편들이었다. 네 편의 단편들은 플롯을 꼬기보다는 알레고리를 사용해 소설을 서술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기에 읽는데 수월함이 느껴졌던 단편들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단편들이 있었는데, 「카라반」과 「잡식동물의 딜레마」, 「피터의 편지」였다.

「카라반」 같은 경우는 중년 여성이 동생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불편함, 그리고 남편에 대한 의심 같은 감정들을 카라반을 활용해 서술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좀 단순한 상징이라고 느끼기도 했지만 자신의 의견이 배제된 폭력적인 투견장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무력함과 분노가 쥐로 상징화해서 나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또 폭력적인 투견장 분위기에 대한 선연한 묘사 덕분에 단편에 그 분위기가 짙게 배어져 나오고 현장감이 느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피터의 편지」는 갱들이 활개치던 197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빌려와 마치 실제 하는 역사인 양 꾸며내고 그것을 주인공인 '강'과 함께 엮어내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역사적인 사실에 허구를 그럴듯하게 섞어내고 현재의 인물들과 엮어 하고 싶은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의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이 단편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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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을 읽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도 이제 막 출간된 첫 번째 작품인 경우엔. 그 처음이 미숙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도리어 그 미숙함이 흥미로운 요소가 되기도 하고 작가의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첫 작품이 마냥 좋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긴 하다. 그렇지만 이춘길 작가의 이번 첫 소설집은 앞으로 나올 다른 작품들을 기대해보게끔 만들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빠른 시일 내로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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