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피아의 출생부터 불안한 청춘까지를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청춘소설이고 또 다르게 보면 성장소설이라 볼 수도 있지만 청춘이나 성장을 다룬 여타의 소설과는 달리 연작소설의 형식을 취한다. 총 10개의 연작소설들은 소피아의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했던 청소년 시기,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의 시기를 묘사한다. 연작소설인만큼 시간이 선형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엄마와 아빠의 불화를 가까이서 지켜보던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했던 청소년 시기, 배우를 준비하는 시기 등 여러 시간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나온다.
책 맨 끝에 나오는 옮긴이의 말에서 각양각색의 퍼즐을 맞추는 것 같다는 비유가 나오는데 이 소설 느낌을 정확히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퍼즐 조각을 한 조각씩 맞추면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연작소설 하나 하나를 읽어가다보면 전체 틀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소피아라는 사람의 틀 말이다.
각 연작소설에서 소피아가 화자로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첫 출생부터 소피아를 보살핀 간호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자동차 엔지니어로 단순한 삶을 사는 아빠와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인 엄마, 젊은 시절 좌파운동에 심취해 있었고 청소년 시절 소피아를 데려와 돌본 고모, 소피아와 룸메이트 생활을 하는 친구, 소피아의 첫사랑 레오, 미국에서 소피아를 만난 소설가 지망생 피오트르. 그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이 소피아와 맺는 관계를 통해서 독자는 소피아의 삶과 내면, 성격을 짐작해볼 수 있다.
관계들 속에서 소피아라는 인물을 상상하는 과정만큼이나 연작소설에서 등장하는 시대를 주목해볼 필요도 있다. 이탈리아 현대사를 잘 모르더라도 연작소설에서 등장하는 불안정한 시대상들 역시 소피아라는 인물을 좀 더 정확히 설명해주는 부수적인 요소다.
구조조정으로 아빠가 근무하는 자동차 회사에서 대량으로 해고당하는 노동자들, 소피아의 고모 마르타가 사회주의 활동을 열심히 했던 1970년대 사회 등 불안정하고 변화가 많았던 당시 이탈리아 사회가 연작소설에서 꾸준히 묘사된다. 소피아가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도 추측해볼 수도 있고 잘 모르는 이탈리아의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소피아라는 인물은 곧 그 당시 이탈리아에서 성장한 불안정한 청춘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연작소설들에서 물이나 바다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눈 여겨볼 필요도 있을 거 같다. 간호사가 막 태어난 소피아에게 속삭인 말,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다는 말을 시작으로 바다나 물과 연관있는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해적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고 어린 소피아와 동네 친구들을 모아 해적놀이를 자주 했던 오스카. 그 이후로 해적과 바다 이미지는 소피아에게 영향을 미친다. 소피아가 자신의 연인에게 선원이라고 부르는 장면이나 자살시도를 시도했던 소피아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을 쓰던 어린 소녀에게 자신을 요나라고 지칭하는 장면(요나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신의 말씀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바다에 빠졌지만 거대 물고기 뱃 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면한 인물이다), 그녀가 안정을 취할 때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그 속에 몸을 담그거난 잠수를 하는 장면 등 다양한 물의 이미지가 변주돼서 나온다.
소피아는 거칠게 몰아치는 삶이라는 바다에서 거세게 요동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대로 멋지게 배를 조종한다. 어릴 적 오스카가 책에서 보여줬던 멋진 여자 해적처럼 말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