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그랬어 ㅣ 트리플 1
박서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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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동세대 청년들의 삶을 기후를 통해 표현한다는 발상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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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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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어게인이라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원래는 유명 가수들이 외국을 돌며 버스킹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작년엔 코로나로 외국여행이 막히면서 국내에서 소규모로 관객들을 모아놓고 버스킹을 하는 방향으로 촬영을 했다. 많은 노래들을 불렀지만 그중에 내가 본 건 지오디의 노래 '길'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편곡해 부르는 영상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각자 거리를 유지한 채로 관람을 하는 관객들 앞에서 그 곡을 부르고 나서 한 가수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래를 듣던 사람들 중에서도 눈물을 흘리던 사람이 몇몇 있었다. 방송이 끝난 후 이 영상 클립이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 떠있었던 걸 보면 영상을 본 사람들 역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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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 지오디 노래 [길] 가사

막연해 보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선택의 끝을 알 수 없는대서 오는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꿈이 없어 막막한 이들, 자신이 선택한 진로가 적성에 맞는지 고민하는 사람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올지 불안한 사람들 등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은 평생을 따라다닐 문제가 아닌가 싶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로 인해 급변한 사회는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한 불안감을 가져다준다.

이다혜 기자가 이번에 펴낸 인터뷰집은 그런 사람들이 읽어보면 딱 맞을 책이다. 7명의 전문가에게 직업과 미래, 꿈 등 진로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그걸 엮어모은 책이다. 영화감독, 소설가, 경영인, 바리스타, 학자, 배구 선수, 범죄심리학자 등 각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 전문가들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솔하게 터놓은 인터뷰집이다. 성공한 사람들이니만큼 화려하고 과장된 성공담이 있을 거란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전문직 여성들이 나오는 만큼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인터뷰는 그 같은 오해와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직업을 쉽게 설명하면서도 자신이 왜 이 직업을 선택했고, 그를 위해 걸어온 여정을 진솔하게 터놓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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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에 실린 전문가들의 여정은 각기 다르다. 어릴 때부터 진로를 정해놓고 쭉 한 길만 걸어온 사람,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직업의 길을 가고는 있지만 과연 이 길이 적성에 맞을지 고민했던 사람,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진로를 택한 사람, 한곳에서 쭉 근무하지 않고 여러 곳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던 사람 등등. 숱한 고민과 고뇌, 변화를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직업과 길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초조해하는 사람들에게 이정표와 같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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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바리스타 직업을 선택했지만 자신이 잘 해내는 걸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일에 매달려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주연 바리스타.

매체나 환경이 변화하는 속에서 글을 쓰겠다는 큰 테두리를 유지한 채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던 정세랑 작가.

여러 회사에서 근무해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적성과 목표를 발견해 C프로그램이라는 벤처 기부 펀드를 설립한 엄윤미 대표.

자신이 학자의 길을 오래 걸을 수 있었던 이유를 포기하지 않고 심드렁한 태도로 해내서라고 말한 고인류학자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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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 인류학과 종신교수로 재직 중인 이상희 교수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오래 하는 비밀은, 심드렁함이에요.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라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것에는 반대해요.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은 누구든지 잘할 수 있어요. 그보다는 하기 싫은 일도 심드렁하게 해낼 줄 아는 사람이 오래가고 생산적인 일을 하더라고요.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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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 이전 덧붙여진 이다혜 기자의 글 역시도 인상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시작부터 재능이 있나,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에 매이기보다 고민을 그만두고 심드렁하게 계속하는 것이 그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178쪽

이상희 교수의 인터뷰에 실려 있는 문구이지만 어쩌면 이 말이 이 인터뷰집에 실린 사람들과 인터뷰집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막연한 미래에 지레 겁먹지 말고, 적성에 맞을지 계속 고민만 하지 말고 현재 마주한 일에 집중하면서 버티는 일.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불안함과 고민으로 길을 잃기보다는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일에 집중한 이들이다.

현재 자신이 서있는 길이 맞는 방향인 건지, 과거 자신이 내린 선택으로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정확한 길인 건지 당장 확인해볼 수 없어 불안한 사람들에게 공허한 응원이나 노력이나 하라는 채찍질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먼저 나서서 직접 비슷한 길을 걸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이다혜 기자가 만난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지도나 이정표 같은 역할이 되어줄 수도 있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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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다니엘 튜더 지음, 김재성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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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영국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발표됐다. 당시 영국 총리였던 테레사 메이가 '외로움 장관'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제정했다는 소식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 황당해 보이는 직책이 만들어진 이유를 확인해보기 위해서는 브렉시트 투표 일주일 전으로 시간을 잠시 돌려볼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 투표를 하기 일주일 전, 브렉시트를 옹호하던 백인 우월주의자에게 살해당한 조 콕스 의원은 외로움 예방 캠페인을 주도했었다고 한다. 그가 살해당한 이후 의회에서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외로움 위원회를 신선했고, 그 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테레사 메이가 '외로움 장관'이라는 이전에 보지 못한 직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조 콕스 의원을 살해한 테러리스트가 사회가 고립된 생활을 하며 외로운 생활을 하다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살펴보면 이 직책이 왜 만들어진 건지 납득할 수 있다. 또한 이 사실은 다른 한 가지 사실 또한 알려주고 있다. 외로움이 더 이상 개인의 특이한 문제가 아닌 범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다니엘 튜더는 그런 외로움 장관이 신설된 나라, 영국에서 온 사람이다. 한국생활 11년 차인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방인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낱낱이 해부한다. 그는 한국 사회에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경계에 서있는 사람만이 견지할 수 있는 경계인의 시선으로 내부인인 한국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점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영어강사, 금융맨, 외신기자, 경영인 등 다양한 직업과 소속을 거쳤기에 그의 시선은 폭이 상당히 넓다.

그는 책 서두에서 우울증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를 언급한다. 자신의 가정사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그가 아버지의 우울증을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 전반을 훑어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우울함이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외로움까지. 그는 외로움이 자신에게 좀 더 큰 문제라 여기고 홀로 탐구를 해보다 이 외로움이라는 문제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현대사회의 문제점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지난 3년간의 사유를 담은 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현대사회의 어떤 요소가 사람들을 단절시키고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지, 그리고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태도를 이야기하는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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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먼저 외로움을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꼬집는다. 우울증은 동정받을 수 있지만 외로움을 느낀다는 말은 동정은커녕 어딘가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쉽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입 밖으로 내길 꺼려 한다.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정작 그것을 적극적으로 논할 수 있는 장은 펼쳐지지 않은 셈이다. 다니엘 튜더는 유전적으로 외로움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설명하면서 더 이상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적인 문제로 놓고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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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바라본 한국은 어느 사회보다도 외로움에 취약한 국가다. 이전부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 사회 역시 외로움의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일부 북유럽 사회 같은 경우 사람들 간의 단절을 보완해 주는 제도가 사회를 받쳐주고 있다. 그와 달리 한국은 외로움의 문제를 보완해 줄 사회적 제도가 빈약하다. 그 대신 그를 보완해 줄 만한 공동체가 발달해있으면 좋으련만 한국 사회는 그렇지도 않다. 빠른 경제 성장은 한국이 지금 이 위치까지 오를 수 있게 한 큰 동력이 되었지만 그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고 극심해진 빈부격차는 공동체와 집단주의적 문화를 빠르게 와해시켰다.

한국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현대화와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지만 덩치 큰 동물을 통째로 삼킨 뱀처럼 아직 소화가 덜된 것이 많다. 물질적 성장과 함께 발달해야 할 긍정적인 문화(이를테면 부유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아무런 사회적 안전망도 없이 아득한 상공에서 서구 자본주의가 한국 땅에 투척된 셈이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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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만이 외로움을 겪는 건 아니다. 다니엘 튜더가 태어나 자란 영국을 포함한 서구 사회 역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런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거나 기계나 산업에게서 외로움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본질적인 외로움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로움 때문에 애완동물을 기르는 선택을 한 사람들의 경우 자신들의 외로움은 해결되었겠지만 정작 그들이 기르는 애완동물들이 또 다른 외로움과 불안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례가 그렇다. 책에서 언급한, 불리 불안을 느끼는 개와 고양이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한다는 미국의 사례는 사람의 외로움 때문에 또 다른 생명체에게 그것을 전가시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에게 정서적으로 기대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역시 정서적인 고립을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들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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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러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여러 개 제시한다. 대표적인 것이 '걷기'이다. 그는 어릴 적 공원이나 숲에서 산책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조금이라도 핸드폰을 꺼놓고 어디든 걸어보기를 제안한다. 자연 속에서의 걷기는 거대한 세상의 작은 부분으로 존재할 뿐이라는 일종의 일체감을, 도시에서의 걷기는 한발 떨어져 상황을 볼 수 있는 관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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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자신이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예시로 들며 우리가 지금과 달리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 또한 제시한다. 냉철한 듯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나오는 글들은 흔하디흔한 힐링 문구들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어느 한 사람의 문제라면 본인의 잘못일 수 있지만 수백만이 공유하는 문제이고, 이 문제로 곤란을 겪는 사람의 숫자가 해마다 증가한다면 그건 사회문제다. 외로움은 지금 그 단계에 와 있다.

189쪽

그가 마지막에 말한 것처럼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문제의 단계에 도달한 이 외로움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숨겨놓거나 혼자 끙끙 앓지만 말고 함께 이야기해보기 시작해야 한다. 그의 이 책이 외로움을 공개적으로 논하는 첫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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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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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 온 록트 도어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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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인 노킹 온 록트 도어. 사무소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노킹 온 록트 도어라는 이름에 맞게 문을 먼저 두드려야 한다. 인터폰이나 초인종, 차임벨, 노커 같은 건 없다. 사무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맨손으로 문을 두드려야 한다. 똑똑똑.

이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사무소를 운영하는 인물은 두 명이다. 범행의 동기와 이유를 밝히는 불가해 범죄 전문 가타나시 히사메와 범죄에 사용한 트릭을 밝히는 게 강점인 불가능 범죄 전문 고텐바 도리. 2인조로 움직이지만 탐정과 조수로 역할이 명확히 나누어진 홈스와 왓슨과는 달리 그들은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해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업자 관계다.

그런 그들의 사무소에 복잡한 트릭과 풀기 힘든 동기로 가득한 본격 미스터리 범죄들이 들어온다. 안에서 문이 닫혀 외부인이 침입하기 어려운 밀실 살인사건, 독살당한 전(前) 국회의원, 긴 머리가 단발로 잘린 채 발견된 시체 등등 일반적인 살인사건과는 달리 풀기 힘들어 보이는 사건들이 노킹 온 록트 도어 사무소로 날아든다. 히사메와 도리는 아옹다옹하면서도 사건을 눈앞에 두면 그 누구보다도 의기투합해 진상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한 캐릭터는 공격력이 높고, 다른 캐릭터는 점프력이 좋다. 도리가 아니면 쓰러뜨릴 수 없는 적도 있고, 내가 아니면 도달하지 못할 발판도 있다. 눈앞의 적과 지형에 맞추어 우리는 바쁘게 교대한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스테이지의 목표 지점으로 향한다. 서로 보완한다. 협력한다. 함께 싸운다.

289 ~ 290쪽

본격 미스터리 장르를 표방한 소설이지만 이야기나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심각한 살인사건과 범죄가 등장하는데도 마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그건 바로 소설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들 덕분이다. 보통 범죄를 밝히는 인물들이 두 명 이상 등장해 극을 이끌어가는 경우, 그 관계는 유명한 홈스와 왓슨의 관계처럼 탐정과 그를 받쳐주는 보조의 관계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도리와 히사메는 둘 다 범죄를 푸는데 주력하는 탐정이다.

또한 서로 주력하는 범죄가 다른 만큼 그들의 개성도 뚜렷하게 갈린다. 별 특징이 없고 모범생적인 히사메, 한여름에도 목을 가리는 니트를 입으며 아름답고 윤기나게 빛나는 곱슬머리에 능글거리는 성향의 도리. 너무도 다른 외적 특성과 내적 특성을 가진 이들은 마치 토크쇼나 예능 버라이어티에서 견원지간으로 나오지만 서로 합이 잘 맞는 만담 듀오 같은 매력을 뽐낸다. 마치 캐릭터쇼를 보는 듯한 이들의 관계와 합은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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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는 총 7편의 사건이 나온다. 그 7가지 사건들은 한 쪽으로 치우쳐있다기보다는 범행 동기와 트릭이 섞여있는 것들이 많다. 풀기 힘든 트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범행 동기를 추측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범행 동기만 추측하면 될 줄 알았는데 복잡한 트릭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강점인 분야의 범죄를 밝히는 데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힘을 전혀 못 쓰는 히사메와 도리는 항상 티격태격하면서도 조사에 함께 임하며 서로를 보조해 준다. 그 덕분에 벌어지는 범죄의 종류에 따라 활약하는 인물이 히사메가 되기도 하고, 도리가 되기도 한다. 아니면 둘이 서로 동등하게 활약을 펼치거나. 7편으로 나누어진 사건들을 보면서 이번 사건은 누구 전문인지, 이번에는 어떤 인물이 활약할지 추측을 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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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캐릭터쇼가 재미있다고 해도 사건이 진행되고 풀리는 게 비슷한 형식으로 계속 반복된다면 소설은 재미가 없어진다. 다행히도 소설은 그런 단점을 피해 간다. 대학교 때 같은 교수의 수업 '관찰과 추론학'을 들으며 수많은 범죄를 상대로 토론하고, 배우며 친해진 동창 두 명이 등장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사건도 등장한다. 형사인 우가치, 범죄 설계사(?)로 범죄자들에게 트릭을 짜 맞춰주는 미카게의 등장은 독자의 긴장과 흥미, 호기심을 유발한다. 특히 이 네 인물이 전부 다 얽히는 [칩 트릭]과 [99퍼센트 확실한 독살]이 인상적이다. 미카게의 정체가 처음 밝혀지는 [칩 트릭]은 색다른 미스터리를 선사하고 네 인물의 과거를 암시하는 [99퍼센트 확실한 독살]은 그들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동시에 밝혀지지 않은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후속편을 암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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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7개의 사건이 등장한다. 많은 사건들 중에서도 [십 엔 동전이 너무 없다] 편이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사건들과는 결이 조금 달라서였다. 의뢰를 받아 사건에 착수하는 사건들과는 달리 사무소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논리적으로 접근하며 추측하는 방식을 취한 사건이라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안락의자에 앉아 사건을 해결하는 천재 탐정을 보는 것과 같은 재미였다.

그 외에도 나오는 다양한 사건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임팩트를 남겼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추리를 따라가기에 바빠서 트릭이 정교한지, 탄탄한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정교한 트릭과 원한이 뒤섞인 범죄를 추리하는 두 사람을 따라가는 게 방 탈출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쾌감과 스릴을 선사해 주었다. 그 어떤 범죄여도 이들에게 오면 다 풀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들이 풀어나갈 또 다른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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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사회학 - 디자인으로 읽는 인문 이야기
석중휘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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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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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어사전에 호구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여러 가지 뜻이 나온다. 그중 위에서 인용한 호구 뜻풀이가 오늘날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쪽에 해당한다. 이 호구라는 단어는 사회생활 속에서 어리숙하거나 약아빠지지 못해 이용해먹기 좋은 사람을 조롱하기 위해서나 혹은 반대로 자기 자신을 자조적으로 비하하며 폄하하는 용으로 주로 쓰인다. 어느 쪽으로 주로 쓰든 간에, 이 호구라는 단어는 결코 좋은 뜻이나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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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호구의 사회학을 탐색해보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디자인과 그 업계와 세계를 통해서 호구를 탐색해보고 그 선을 정의를 내려보려 한다.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일하고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출간한 책이니만큼 다양한 디자인과 그 사례들이 등장한다.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잠깐 언급한, 디자이너인데도 글을 잘 쓴다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이 전혀 과장된 게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적감각이라고는 영에 수렴하고 디자인의 종류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데도 작가가 쉬우면서도 재치 넘치는 글로 서술한 덕분에 후루룩 읽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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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대략 3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디자인의 배신]에서는 작가가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며 겪었던 경험들이, [디자인이 살았던 시간]에서는 이전의 문화콘텐츠와 사회현상을 언급하며 의미를 분석해보고, [욕망 그리고 디자인]에서는 디자인 속에서 포착한 사람들의 욕망과 사회적인 구조를 파악해본다.

디자인으로 호구를 분석해보려는 책답게 글 중간중간에는 디자인과 사진, 그림 등이 컬러로 삽입되어 있다. 책에 수록된 이 이미지들을 텍스트를 보조해 주는 동시에 주제를 좀 더 깊이 파악하고 글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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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호구라는 단어와 호구와 호구가 아닌 사람을 나누는 '선'으로 디자인 업계, 사람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욕망과 무의식,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어렴풋이 인지는 하고 있지만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해는 사회적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디자인을 통해서 사람들과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까지도.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분석,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문장을 읽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던 것들을 재정립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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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파트는 [디자인의 배신]이었다. 작가가 오래 근무한 디자인 업계의 관행을 먼저 이야기한다. 관행이라 부르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경직된 관료주의로 워라밸이 처참히 무시당하는 디자이니 업계의 환경은 한숨과 답답함을 유발한다. 낭만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 은폐되어왔던 디자인 업계의 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디자인에 무지하면서도 한 마디씩 말을 보태며 야근을 유발하는 기업의 '갑'들, 디자인이 모든 걸 바꾸어 주고 막대한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막무가내의 요구를 해오는 사람들, 면접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민감한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던 면접관들...... 이런 부조리는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것이기에 더욱 갑갑하게 다가온다. 또 이것을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퉁치고 넘어간 날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호구가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를 호구로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 '선'을 먼저 파악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처럼 말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호구를 만드는 구조와 욕망을 예리하게 감지해낼 수 있는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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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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