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킹 온 록트 도어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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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인 노킹 온 록트 도어. 사무소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노킹 온 록트 도어라는 이름에 맞게 문을 먼저 두드려야 한다. 인터폰이나 초인종, 차임벨, 노커 같은 건 없다. 사무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맨손으로 문을 두드려야 한다. 똑똑똑.

이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사무소를 운영하는 인물은 두 명이다. 범행의 동기와 이유를 밝히는 불가해 범죄 전문 가타나시 히사메와 범죄에 사용한 트릭을 밝히는 게 강점인 불가능 범죄 전문 고텐바 도리. 2인조로 움직이지만 탐정과 조수로 역할이 명확히 나누어진 홈스와 왓슨과는 달리 그들은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해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업자 관계다.

그런 그들의 사무소에 복잡한 트릭과 풀기 힘든 동기로 가득한 본격 미스터리 범죄들이 들어온다. 안에서 문이 닫혀 외부인이 침입하기 어려운 밀실 살인사건, 독살당한 전(前) 국회의원, 긴 머리가 단발로 잘린 채 발견된 시체 등등 일반적인 살인사건과는 달리 풀기 힘들어 보이는 사건들이 노킹 온 록트 도어 사무소로 날아든다. 히사메와 도리는 아옹다옹하면서도 사건을 눈앞에 두면 그 누구보다도 의기투합해 진상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한 캐릭터는 공격력이 높고, 다른 캐릭터는 점프력이 좋다. 도리가 아니면 쓰러뜨릴 수 없는 적도 있고, 내가 아니면 도달하지 못할 발판도 있다. 눈앞의 적과 지형에 맞추어 우리는 바쁘게 교대한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스테이지의 목표 지점으로 향한다. 서로 보완한다. 협력한다. 함께 싸운다.

289 ~ 290쪽

본격 미스터리 장르를 표방한 소설이지만 이야기나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심각한 살인사건과 범죄가 등장하는데도 마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그건 바로 소설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들 덕분이다. 보통 범죄를 밝히는 인물들이 두 명 이상 등장해 극을 이끌어가는 경우, 그 관계는 유명한 홈스와 왓슨의 관계처럼 탐정과 그를 받쳐주는 보조의 관계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도리와 히사메는 둘 다 범죄를 푸는데 주력하는 탐정이다.

또한 서로 주력하는 범죄가 다른 만큼 그들의 개성도 뚜렷하게 갈린다. 별 특징이 없고 모범생적인 히사메, 한여름에도 목을 가리는 니트를 입으며 아름답고 윤기나게 빛나는 곱슬머리에 능글거리는 성향의 도리. 너무도 다른 외적 특성과 내적 특성을 가진 이들은 마치 토크쇼나 예능 버라이어티에서 견원지간으로 나오지만 서로 합이 잘 맞는 만담 듀오 같은 매력을 뽐낸다. 마치 캐릭터쇼를 보는 듯한 이들의 관계와 합은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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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는 총 7편의 사건이 나온다. 그 7가지 사건들은 한 쪽으로 치우쳐있다기보다는 범행 동기와 트릭이 섞여있는 것들이 많다. 풀기 힘든 트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범행 동기를 추측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범행 동기만 추측하면 될 줄 알았는데 복잡한 트릭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강점인 분야의 범죄를 밝히는 데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힘을 전혀 못 쓰는 히사메와 도리는 항상 티격태격하면서도 조사에 함께 임하며 서로를 보조해 준다. 그 덕분에 벌어지는 범죄의 종류에 따라 활약하는 인물이 히사메가 되기도 하고, 도리가 되기도 한다. 아니면 둘이 서로 동등하게 활약을 펼치거나. 7편으로 나누어진 사건들을 보면서 이번 사건은 누구 전문인지, 이번에는 어떤 인물이 활약할지 추측을 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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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캐릭터쇼가 재미있다고 해도 사건이 진행되고 풀리는 게 비슷한 형식으로 계속 반복된다면 소설은 재미가 없어진다. 다행히도 소설은 그런 단점을 피해 간다. 대학교 때 같은 교수의 수업 '관찰과 추론학'을 들으며 수많은 범죄를 상대로 토론하고, 배우며 친해진 동창 두 명이 등장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사건도 등장한다. 형사인 우가치, 범죄 설계사(?)로 범죄자들에게 트릭을 짜 맞춰주는 미카게의 등장은 독자의 긴장과 흥미, 호기심을 유발한다. 특히 이 네 인물이 전부 다 얽히는 [칩 트릭]과 [99퍼센트 확실한 독살]이 인상적이다. 미카게의 정체가 처음 밝혀지는 [칩 트릭]은 색다른 미스터리를 선사하고 네 인물의 과거를 암시하는 [99퍼센트 확실한 독살]은 그들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동시에 밝혀지지 않은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후속편을 암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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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7개의 사건이 등장한다. 많은 사건들 중에서도 [십 엔 동전이 너무 없다] 편이 인상적이었는데 다른 사건들과는 결이 조금 달라서였다. 의뢰를 받아 사건에 착수하는 사건들과는 달리 사무소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논리적으로 접근하며 추측하는 방식을 취한 사건이라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안락의자에 앉아 사건을 해결하는 천재 탐정을 보는 것과 같은 재미였다.

그 외에도 나오는 다양한 사건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임팩트를 남겼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추리를 따라가기에 바빠서 트릭이 정교한지, 탄탄한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정교한 트릭과 원한이 뒤섞인 범죄를 추리하는 두 사람을 따라가는 게 방 탈출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쾌감과 스릴을 선사해 주었다. 그 어떤 범죄여도 이들에게 오면 다 풀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들이 풀어나갈 또 다른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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