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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ㅣ 전복과 반전의 순간 1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6월
평점 :
우연히 음악 평론가 강헌의 북콘서트 팟캐스트를 들으며, 음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구나 싶어 발제 도서로 제안하였다.
1장과 2장에 걸쳐 강헌이 주목하는 미국 재즈의 탄생을 통해, 이 비주류의 음악이 어떻게 전세계적으로 주류 음악으로 진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음악 마이너리티의 혁명 과정을 함께 알아보고, 과연 지금 우리 나라에서 통기타를 중심으로 했던 청년 문화가 현재에 이르러 사라진 이유에 대하여 의견을 나눠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더불어 변방 주비류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이 현대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토론하고 싶다.
강헌은 음악평론가이자, 다양한 방면에서 강의,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평론가이다. 저자 소개는 이 책 첫페이지를 통해 더욱 상세하게 본인이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 <명리>라는 두번째 책을 세상에 내 놓은 이 평론가는 수십년동안 글쟁이로 살아오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복과 반전의 순간>이 첫 책이라고 한다. 그만큼 산만하고, 게을러서 자신과는 책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벙커원 강의를 시작하였고, 그 녹취를 모아 책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책은 두께와 빽빽한 글자에 비해 한번 읽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이유도 이 분이 강의하는 어조 그대로 책에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예를 들어 p260, 베토벤이 자신의 후원자로부터 프랑스 군을 위한 음악을 요구하자 베토벤 스스로도 프랑스에 가기 위해 프랑스 군에 로비한 적도 있으면서 거절한다 그러자 귀족은 속으로 '왜 저렇게 오버해? 그래 잘됐다. 돈도 없는데 잘됐네. 나도 연금 안보내! ' 그러면서 그에 대한 연금을 끊어버렸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마치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어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심지어 이 분의 좌파적인 성향이 그대로 책을 통해 드러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의 의도와도 맞닿아 있듯이, 거대한 인류의 음악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어떤 동기와 진화의 도약을 만들어 냈으며, 정치경제적 요소와의 상호작용을 이끌어 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블로그에서는 1장만 소개한다.)
- 1장 : 마이너리티의 예술 선언 (재즈 그리고 로큰롤 혁명)
최하층 계급이였던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의 음악, 재즈의 시작과 재즈만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펴본다.
p. 18 "재즈는 가장 가난한 민중의 일상에서 탄생한 주류의 문화가 된 극히 보기 드문 첫번째 예이다"
p. 22 "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음악을 사실 클래식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내가 볼 때 클래식은 그냥 '엄격한 음악'이다"
p. 41 "흑인 노예가 하늘을 향해서 부르짖던 소리인 필드홀러는 당연히 음악이라고 볼 수 없다. 그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절망의 소리일 뿐이다. 그런데 재즈에는 바로 이것이 들어 있다. 악기도, 연주도, 음반도, 그 밖의 99개의 요소들이 모두 백인들이 만든 것이라고 해도,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이 그 모든 것들에 바로 이 필드홀러 하나를 그 안에 담았기 때문에 재즈는 온전히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의 음악이 된 것이다."
우리는 재즈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이 책에서도 소개한 '필드홀러'에 초점을 맞췄다. 재즈를 흑인들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들 내부의 억압과 자유를 향한 강렬하고도 절박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필드홀러만이 진정한 에센스라고 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실력을 갖춘 백인이라고 해도 그들이 절대 흉내낼 수 없다에 모두가 공감했다.
아울러 이 책의 시작이 재즈에서 시작된 이유도 그로 인해 블루스, 로큰롤, 락이라는 음악적 장르를 탄생하게 한 장르가 재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재즈라는 음악을 발전시키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들 수 있었던 것은 백인들이 갖고 있는 인프라의 혜택과 매스미디어의 발전, 그리고 돈이라는 거대한 자본주의적 수혜가 필수였다는 것에 주목한다. 동시에 문화가 문화라는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 자체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어야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 앨비스 프레슬리가 로큰롤의 아이콘이 될 수 밖에 없어던 이야기로 넘어간다. 60년대 중산층 가정에서 전쟁의 공포 없이 자라난 세대들은 부모님 세대에서 벗어나 반항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를 음악에서 찾고자함이다.
p.65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출구 전략으로 '문화'를 선택한다. 문화를 통해서 자신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선생과 부모들에 대해 복수할 것을 결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이 부모한테 반항하는 패턴은 똑같다. 부모들이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인 중산층 부모들이 제일 싫어했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은 그것을 잘 알았다 '화이트, 앵글로 색슨, 프로테스탄트' 라는 부모 세대들을 대표하는 특성을 부정하면서 모든 종교적 교리를 넘어서는 비백인적 행동, 다시 말해서 음탕한 흑인의 밑바닥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 이름이 바로 리듬앤블루스였다"
하지만, 10대의 폭발적인 로큰롤 혁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부모 세대는 이 음악을 억압하고 뮤지션들을 차례대로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앨비스 프레슬리는 그 시기에 군대로 도망가고 출소하자마다 40대 아줌마들의 품 안에서 노래하는 굿보이로 전락한다. 그러나 그 뒤로 비틀즈와 롤링스톤즈, 밥딜런으로 이어지는 음악의 전복과 혁명은 막지 못하게 되고, 한 세대의 음악적 종말과 새로운 세대의 음악이 교체되는 과정이 이어진다
- 음악사적인 흐름은 세계를 비롯하여 한국에서도 통기타 중심의 청년문화로 이어진다. 신중현의 음악사적 라이벌은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대통령이였다는 것.아침이슬을 중심으로 입으로 입으로 전해졌던 음악이 모두를 대동단결하게 만드는 혁명의 불꽃이 되었다는 것. 그 뒤를 이어 이문세, 변진섭, 조용필이 여고생들에게 인기를 모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음악성에 비해 외모가 떨어졌다는 것. 그래야만 나는 외모라는 겉 모습이 아닌 내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내세울 수 있었고, 그래야 부모들한테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 뒤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10대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필수불가결한 흐름이였다는 것. 그럼에도 지금의 아이돌 중심의 자본의 논리로 이끌어지는 문화 생태는 가히 염증을 불러 일으킨다, 지금은 모두를 연대할 수 있게 하는 음악이 부재하며, 이것은 생존이라는 법칙 아래 먹고 살기 바빠서라는 이유로 거세당한 문화적 현실이 안타깝다 것 등등에 주목했다
- 3장과 4장의 걸친 클래식을 통해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차별점, 그리고 사의 찬미 스캔들을 통하여 일제 식민지 시대의 음악세계, 트로트가 과연 한국음악인가 일본음악인가에 대한 이야기 등을 언급하고 있다. (사의 찬미를 둘러싼 스캔들의 전모는 일본 축음기 회사의 자회사인 레코드 회사의 음모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저자의 추측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 박학다식한 작가의 지식과 말솜씨는 감탄스럽지만, 혹여 넓고 얕은 지식의 한계, 즉, 깊이감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가수 이적이 반박했다고 한다. 강헌 평론가는 전문적인 음악적 지식은 부족하고, 락이라는 협소한 장르에 편향되어 있다고.
- 많은 내용을 담고자 했기 때문에 압축되어 축소된 부분이 아쉽다. 3장의 모차르트 베토벤 이야기는 뜬금없는 카테고리가 아닌가 라는 지적. 그래서 이 부분을 보완해서 2권, 3권까지 출시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역사적 의식이 생생하게 잘 드러난 책이기도 하며, 모든 인물과 음악, 그리고 배경이 필요한 부분은 깨알 같은 주석들이 달려 있어 몰랐던 부분까지 확장시켜 알려주는 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