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아르뱅주의
신광은 지음 / 포이에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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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명의 청년들이 다닌다는 한 교회의 존경받는 담임목사가 사실은 여러 청년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사건은 크게 불거지는 듯하더니, 이내 쉬쉬하며 애꿎은 피해자만 큰 상처를 입으며 끝나버린 적이 있었다. 문제의 목사는 다시 새 교회를 개척하였고, 그곳에도 벌써 2천 명의 성도가 다니고 있다고 한다.

 

또 얼마 전, 우리 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어느 대형교회 담임 목사가 성전건축과 관련한 재정적 비리와 논문 표절 루머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진위여부를 가리는 언론 기사와 홈페이지에는 엄청난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그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우리 목사님"을 옹호하는 성도들이었다. "누가 감히 권위 있는 목사에게 죄를 운운하느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그런 데 쓰라고 생겨난 성경구절이 아닐텐데 ㅠㅠ) "아무 문제 없다" 며 오히려 진위를 가리려는 무리를 "사탄"이라 명하고 대적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들의 댓글을 읽으며..

각종 범죄에 앞장 서고 계시는 목사님들보다 이런 성도들이 더 위험하고, 어리석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의심해보지 않고, 진지한 사유 정도는 다 패스해버리고, 오로지 왜곡되고 맹목적인 신앙을 가지고, 죄를 범하는 목사들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그렇다면. 나 같은 성도들이 저런 범죄형 목사를 생산해내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범죄형 목사님들은 하나같이 개인적으로 회개를 해서 하나님께 용서 받았다 하고

하나같이 자숙할 겨룰 없이 다시 강단앞에서 열심히 설교를 하신다.

우린 모두 구원받았으니, 천국에서 모두 만날 거라고 그렇게 설교를 하신다.

 

그 옛날 신학자들은, 자신이 구원을 받았는지 안받았는지, 수십 년 피를 토해내는 고민을 해도 알 수 없었다고 했는데, 우리 한국 개신교회 성도들은 어떻게 그런 강한 확신이 생겼는지. 이 책은 그 부분에서부터 차근차근 출발한다. 저자가 만들어낸 조어 '아르뱅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면, 칼뱅주의 아르미니우스주의를 알아야 하고, 그전에 칼뱅주의는 어떻게 생겼는지, 종교개혁 시대도 전체적으로 개관해준다. 어렵지 않게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나오는 사건이 만약 초대교회 시대 때 벌어졌더라면, 중세교회 시대 때 생겨난 사건이라면, 가정하에 풀어논 글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이 책이 교계나 신학자들 사이에서 글자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에 꼬투리를 물며 논쟁만 하고, 자신의 앎을 내세우다 끝나는 책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앎에 무지하고, 그저 성령체험, 복, 은사, 믿음, 더 강한 믿음에 붙들려 있느라 어리석게 이용만 당하는 나같은 불쌍한 성도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의 편의주의 신학이 얼마나 교회를 썩게 만들고, 세상을 썩게 만드는지, 이 책을 통해 문제의식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500쪽이 쉽게 쉽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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