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소유했던 것들과 기억들을 두고 간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
그것만이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
- 랭 리아브 <별의 먼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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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
김준 지음 / 부크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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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발맞추며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마음이 파랗게 물이 들면,

억지로 애쓰며 사느라 지쳐버린 내게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라는 물음을 던져온다.

지금이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알려오는 것이다.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



화이트 톤의 표지가 깔끔하다.

책을 받고 내용을 천천히 읽어가다가 맨 앞장으로 돌아가 작가 소개글을 살펴봤다.

사진 속 얼굴이 무척이나 앳돼보인다.

김 준.

이름이 낯설어 잠시 검색을 해보니... 92년생이란다.

그리고 이 책은 그의 5번째 에세이집이다.

거의 매년 한 권씩 책을 내고 있는 꽤 부지런한 작가다.

이렇게나 젊은 작가가 이토록 삶의 여백이 가득 담긴 글을?하는 의문이 일어나는 찰나, 나이와 생각은 비례하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글을 뱉어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자신 안으로 침잠했을지... 책 곳곳에서 그 흔적들이 가득 묻어나온다.

최근들어 20~30대 작가들의 글을 접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예리한 감각으로 솔직하게 감정들을 잡아내는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면 자주 다정한 동시에 때로 까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깊이 공감할 줄 알면서도 거절에 능숙한 사람.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조언하는 사람. 자기 색깔을 확고하게 가져가면서도 사회에 잘 스며드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면 쉽게 대하는 이들이 생기고, 너무 멀어지면 절해의 외딴섬처럼 혼자가 되어 버린다.

- P.72 「가는 실 위를 걷는 사람처럼」 中에서

나이가 들면 좀 쉬울 줄 알았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깨달아지는 것은 평생 갈 사람과 스쳐 지나갈 사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조금은 심플해진 인간관계가 오히려 더 편해지는 것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얻게 되는 지혜가 아닌가 싶다.

타인의 행복을 염려하는 동안 나 자신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지 몰랐어.

·····(중략)·····

정이 많다는 게 되려 약점이 될 줄이야.

뒤늦게 나 자신을 위해 살아 보기로 결심하지만 그간 살아온 관성 때문에 또다시 호의를 자처하고 상처 입게 되더라.

포옹과 포용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싶지만 세상은 아직 날 선 듯 차갑고 데워 놓은 마음은 둘 곳이 없는 걸.

- P. 91 「자화상 」 中에서

다른 사람도 내 마음과 같으려니 하고 생각하다가 뒷통수를 몇 번 맞고나면, 세상은 나와 타인으로 정확하게 나눠지며,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이타심이 강하다는 것이 때론 약점으로 작용하는 세상. 착하게 살아온 삶의 방식을 후회하도록 강요하는 세상.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좋을 수 없는데... 세상은 우리의 바램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려다가는 많은 걸 놓쳐.

때로는 오직 현재의 너를 위해 살아야 해. 스스로 돌볼 줄 알아야지. ····· (중략)·····

내일을 뛰려면 오늘은 충분히 자 둬야지. 안 되는게 있으면 붙들고 있지 말고 일단 눈부터 붙여.

지금 이 시간을 몽땅 현재의 너를 위해 쓰도록 해.

그래도 된다고 자기 자신에게 허락해 줘.

그러면 돼. - P. 128 「 차라리 잠을 더 주무시길」 中에서

쉬자고 마음먹으면서도 그러질 못하고 있다.

끝없는 열정 뒤에 숨어있는 조급함이 원인일 것이다.

한번 흐트러진 리듬은 피곤한 몸을 잠시 뉘는 것만을 허용하는 잔인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멍하니 있는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마냥 쉽기만 한 그 일이, 어떤 이에게는 가장 힘든 과제가 되기도 한다.

성공이 인생의 완성이 아니므로

실패도 인생의 결말이 아니기에 - P.181 「 여전히 희망」 中에서


내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날은

성공한 날이 아니라

비탄과 절망 속에서

생과 한번 부딪혀 보겠다는 느낌이

솟아오른 때다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


이 책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편하다.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들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끔 그런 책을 만날 때가 있다.

뭐랄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쓴 듯한 기분이 드는 책.

내밀한 나의 마음이... 나조차도 알지 못해 제대로 표현조차하지 못하던 마음이,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선연히 드러나는 기분이랄까?

남들에게는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마음을 섬세한 글이 오롯이 받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공감의 깊이도 더 컸던 책이었다.

담백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시간을 통과해 마음에 살랑거리며 잔 물결을 일으킨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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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 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의 기술이 되는가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 지음, 조율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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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봄꽃이 가득하다.

예년보다 이른 꽃망울을 터트린 벗꽃을 필두로 서서히 다른 꽃들도 제 빛깔을 뽐내기 시작하자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온다.

TV에서는 최근 백신접종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다시금 증가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따뜻해진 날씨가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야외로 나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1년 전만해도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출조차 꺼려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 두려움을 많이 내려놓은 듯하다. 그런 느슨한 마음들이 다시금 4차 유행이라는 불길한 곡선을 그리고 있으리라.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지난한 싸움을 벌인 지난 1년여의 시간을 돌아보니 머릿속을 가장 많이 채웠던 단어가 "인내" 였던 것 같다.

예전처럼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맘 편히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수시로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누르고나면 마음속에는 저 단어가 남았다.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기에 억누르며 참고 있지만, 한정된 공간안에 몸과 마음을 가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러다보면 과연 삶이란 무엇인가? 지금과 같은 시대에 불안한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답을 요구하는 끝없는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올라온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철학에서 찾아보았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스토아 수업>으로, 라이언 홀리데이라는 사상가이자 미디어전략가가 쓴 책이다 .

그의 저서 중의 하나인 <에고라는 적>을 통해 우리에게도 알려져있다.

그는 철학이 언제부턴가 똑똑함을 자랑하고 싶거나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하고 싶을 때 이용되는 학문으로 변질된 것을 보고, 철학의 본래 취지를 되살려서 보다나은 삶을 위한 실용적 지혜를 배워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고 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소망일 것이다.

철학은 과거부터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학문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비록 시대의 요구에 의해 과학서나 실용서로 대체되기도 하고 지금은 심리학 서적 등에 그 자리를 많이 빼앗긴 느낌도 들지만, 큰 틀에서보면 그 모든 학문들이 철학이라는 범주안에 들어가므로 철학이 가진 근본적인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스토아 철학자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지금의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구한다.

스토아 철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금욕과 절제를 통해 고통을 참아내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스토아 철학에서는 우리가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기· 절제· 정의· 지혜'라는 네가지 덕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는 끈기, 마음을 다스리는 평정심, 실수를 줄이려고 하는 마음가짐, 완벽하진 않더라도 계속 발전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강한 의지를 통해서 원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가르친다.

책은 총 4부에 걸쳐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인 제논에서부터 철인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스토아 철학사의 500년을 장식한 26명의 철학자들의 삶을 살펴본다.




책은 순서대로 읽으면 가장 좋겠으나 별도로 관심있는 철학자가 있다면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책에는 다양한 철학자들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이동의 자유가 제한을 받고 있는 시기다보니, 진정한 자유를 몸소 보여준 에픽테토스가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온다.

에픽테토스는 현재 터키 남부 지역 히에라폴리스에서 노예 여성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부분의 다른 스토아철학자들과는 출발부터가 달랐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신체조차도 온전히 그의 것이 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마음에 오롯이 자유가 새겨지게 된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에픽테토스에게 있어서 자유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매일 힘들게 씨름하고 쟁취해야 하는 현실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는 인생은 한 편의 연극과 같다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 장애인, 총독, 아니면 일개인을 자연스럽게 연기해서 극작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잘 연기하는 게 각자가 해야 할 일이다. 배역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P. 317)

그는 인생의 최고 과제는 통제할 수 없는 일과 통제할 수 있는 일을 식별하고 분류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세상에는 손쓸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기에 그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멈춘다면, 역설적으로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말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혈기가 넘치던 시절에는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만심도 있었기에 이런 말들은 뭐랄까...나의 한계를 규정짓는 숙명론적인 사고라고 무시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파도가 모난 돌을 부드럽게 만들듯이 세상은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을 다스리게 만든다.

지금은 이 말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마도 삶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우리의 인생이 한정된 시간속에서 한번 뿐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에픽테토스는 모든 사물에는 양면이 있다고 했는데 한쪽만 보면 답이 안 보이던 것도 다른 쪽을 보면 쉽게 해결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처한 조건과 관계없이 우리는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 선택할 수 있다. 매일 여러 사람과 상대하면서 그들의 어떤 면을 바라볼지 결정하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될지를 결정한다. (P.324)

지금의 시기를 사람들은 답답해하며 허송세월을 보내지만 또 어떤 이들은 이 시기를 이용해 새롭게 한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는 결국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지 않나 싶다.

에픽테토스는 30여 년을 노예로 지내다 자유의 몸이 된 이후로 순수하게 학문에만 전념하게 되면서, 기존 철학자들과는 다르게 오직 학문을 업으로 삼은 최초의 스토아 철학자로 남는다.

에픽테토스가 직접 쓴 저서는 없지만, 그의 제자인 아리아노스가 스승의 가르침을 필기해 정리한 것이 <편람>이다.

한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책을 의미하는데 항상 가르침을 '손에 쥐고 다녀라'라고 한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8권이었으나 현재는 그 중 4권만 전해지고 있는데 후에 이 책은 최초의 철인황제라 불리운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에게까지도 전해진다.

국내에는 <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 <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라는 이름으로 출간돼 있다.

위 제목들을 보는 순간 10여 년 전의 어떤 기억하나가 떠올라 잠시 책장을 뒤져보니 낯익은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

당시 막막한 생활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중에 만난 책이었는데... 삶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만난 많은 철학자 중에서도 에픽테토스가 다시 마음을 잡아 끄는 것을 보면... 과거에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자유를 찾아 헤매다니나보다.^^



이 책을 통해 26명의 철학자의 삶을 지켜보면서 철학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외부 가치가 아닌 내부 가치에 초점을 맞춰 살아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결국 실천해야만 내 것이 될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도 같은 당부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철학자들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이를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지 고민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 (중략) ·····

배움을 삶으로 옮길 수 있는 자만이 어떤 불행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자기 삶의 철학자'가 될 수 있다. (p.13)

스토아 철학은 다른 사람이나 적과 맞서 얻은 승리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위대하다고 말한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외부의 적들과 싸워 이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자기자신이랑 왜 싸우냐'라는 말을 듣고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게.... 왜 나는 이렇게 매번 나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일까? 그냥 좀 편하게 되는대로 살면 안되나?

그러나 어쩌랴. 이런 모습이 또한 나인것을....

좀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도 내 마음은 치열하게 전투중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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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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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소설이다.

생각해보니 근 1년여간 다양한 책들을 만났으면서도 소설은 잘 읽지 않은 듯하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늘 잠이 부족한 관계로 가급적이면 너무 재밌는 책은 피했던 것도 같다.

그러다보니 슬슬 지루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로 재밌는 소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제목이 <집행관들>이다.

읽기전부터 입소문이 자자해서 내용이 어떻길래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가 궁금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비리와 부패는 늘 우리 주위에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이 지구촌에 비리와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부패 공직자를 응징하고 처단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아마 우리나라만큼 그들에게 국민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제 깨어 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사법기관에 더 이상 맡길 수는 없다.

대안이 없다고 고민하기 전에, 철저한 감시자가 되고 집행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직무다. (P.23)

시작부터 강렬한 메시지가 전해져 온다.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속이 답답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또한 뉴스를 보면서 전에 없이 거친 어휘가 자주 튀어나오곤 한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 정의나 공정이 존재하는가? 의문이 들정도다.

권력의 속성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 권력에 오르는 것인지...

아무래도 전자일 확률이 높겠지만... 권력이라는 금단의 맛에 취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추악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런 답답함을 작가도 풀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이런 답답한 세상을 향해, 그리고 추악한 그들을 향해 시원하게 펀치를 날린다.

이야기는 역사학자이자 대학교수인 최주호에게 어느날, 25년만에 고교 동창인 허동식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기억에서조차 희미한 허동식은 그에게 뜻밖의 자료를 부탁하는데...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가 요구한 대로 자료를 건네주게 된다.

그러나 며칠 뒤 대한민국이 떠들썩해지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의 평범한 일상은 조금씩 흔들리게 된다.

친일파, 비리 정치인, 부도덕한 기업인 등의 인간 쓰레기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하나둘 살해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게 되고 , 그 과정에서 최주호는 자신이 건네준 자료가 중요하게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다.

과연 이런 일을 벌이는 그들은 누구일까?

"이해가 안 가는군·····.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

"난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야. 불타는 정의감 때문도 아니지. 그런 건 나와는 맞지 않아."

"그럼, 대체 이유가 뭐야?"

"굳이 말하자면·····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분노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

(P.161)

죄를 짓고도 법의 테두리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부패 세력들을 향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집행관들.

그리고 그들을 향해 국민들의 환호와 응원은 이어지는데...

그들은 지금 전쟁 중이라고, 전쟁 중에는 모든 게 정당하다고.

이들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P.407)

책은 읽기 시작하자마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정도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

더불어 긴장감과 흡입력도 강한 편이다.

물론 중간이후부터는 약간 예측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 섥히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상당한 재미를 준다.

특히 마지막 반전의 묘미까지.... 왠지 후속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정의 실현을 졸필로나마 구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을지 짐작케한다.

집행관들의 뜨거운 심장,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하나 덧붙인다면, 이 기록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고 싶었다.

(P. 280)

불공정한 세상으로 인해 답답해진 마음에, 시원함을 선물하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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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 - 최고의 나를 이끌어내는 부의 심리학
롭 무어 지음, 이진원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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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따르라'... 라고 말하고 있는 이 책은, 성공 비법을 얘기하는 일반적인 재테크 서적과는 조금은 결이 다르다.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한번 읽어 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인 롭 무어는 30세라는 이른 나이에 막대한 부를 이룬 백만장자이다.

그의 전작인 <머니>와 <레버리지>를 통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롭 무어는 지난 15년간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많은 이들을 돕고자 부의 시스템과 공식을 알려줬지만, 그들을 도울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자주 심리적인 함정에 빠지다보니 실행하는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부의 시스템과 공식을 활용해 투자를 실행하려면 결단력이 필요한데 , 결단력은 강한 자기 확신과 자존감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존감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총 6개의 파트에 걸쳐 우리가 빠져 있는 감정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PART1. 당신이 자존감에 관해 오해하는 것들

제1원칙 - 가난을 만드는 가짜 자존감을 버려라

PART2. 부정적 자기 인식이라는 덫

제2원칙 - 자기 가치를 스스로 저평가하지 말라

PART3.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힘

제3원칙 - 성공하려면 직접 운전대를 잡아라

PART4. 내 안의 위대함을 이끌어내는 전략

제4원칙 - 자신에게 최고의 투자를 하라

PART5. 감정으로부터 자신과 부를 지키는 비결

제5원칙 - 돈보다 감정을 더 철저히 관리하라

PART6. 부와 성공이 찾아오는 사람의 내공

제6원칙 - 머니 콤플렉스를 이기고 소득 잠재력을 발휘하라

 

우리가 투자의 과정 중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자존감'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1장부터 3장에 걸쳐 우리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에 대한 분석과 떨쳐내야 할 것, 그리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되고 있는 '나에 대한 타인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4장과 5장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 6장에서는 자존감이 경제적 성공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설명한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자주 확인하게 되고, 그 감정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실 이러한 과정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은 있었지만, 어떻게 극복하면 되는지에 대한 실천방안이 같이 제시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각자 처한 환경속에서 주변의 사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믿음이나 감정, 심지어 신념까지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환경이, 특히 돈과 관련된 과거의 경험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현재 돈을 대하는 자신의 관점도 달라진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도 각자 생각의 투영이듯이... 돈에 대한 기억도 이와 같다고 한다.

돈은 그냥 돈일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거기에 의미, 목적,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또한 실제 내 모습과는 다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수 있다.

세상만물은 양이 있으면 음이 있듯이 얼핏 보기에는 단점으로 보이는 것일지라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가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영원히 실패한 인생이 아닌 것이다.

자책할 때 느끼는 감정과 스트레스를 180도로 바꿔서 생산적인 에너지로 만들어라. (P.104)

 

<< 원하는 인생을 끌어당기는 확신의 3단계>>

1단계(인식하라) :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명명한 뒤 통제하라.

2단계(수용하라) : 순리를 따르라.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다. 이 사실을 수용하고, 아직 보지 못하고 있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라.

3단계(행동하라) : 어떤 상황에서도 장단점의 균형을 잡아라. 이후 그 상황에 대해 긍정적이고 선제적으로 행동하라.

완벽주의의 역설은 우리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는 데 있다. 우리는 지금의 우리만큼 완벽하다. (p. 116)

 

살다보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때면 주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하게 되는데... 때론 잘못된 조언으로 인해 오래도록 후회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예전에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작고 사소한 일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후회를 덜 남기는 길'이라고...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말이 마음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주변의 의견을 듣는 것도 좋지만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과연 그들이 그만한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현재 부를 이루고 살고 있는 사람의 조언을 들어야 하듯이, 결혼이 고민이라면 현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야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전략적이고 신중하게 조언을 받아들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참조하라.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경험도 없이 잘못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P. 190)

 

'돈을 자신을 잘 다루는 사람에게로 가서 머문다'는 말이 있다.

즉, 돈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가치를 가장 낮게 평가하는 사람에게서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기술과 재능에 걸맞는 가치를 스스로 제대로 매길줄 알아야 하고,

둘째, 타인에게 내가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제공할 때는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 만큼의 개방적이고 충분히 높은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셋째,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규모와 속도,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

자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여부가 당신의 몸값, 급여 그리고 소득 능력을 외부에 드러내주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유일하고 절대적인 척도다. (P. 343)

 

 

이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사례와 더불어 저자의 경험담까지 실려있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 저자의 열정적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가끔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어려운 일로 인해 마음이 힘들 때면 이 책을 꺼내 다시 읽고 싶어질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당신이 살아온 인생이 당신의 자존감이다. 그리고 부는 자존감에서 결정된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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