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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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소설이다.

생각해보니 근 1년여간 다양한 책들을 만났으면서도 소설은 잘 읽지 않은 듯하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늘 잠이 부족한 관계로 가급적이면 너무 재밌는 책은 피했던 것도 같다.

그러다보니 슬슬 지루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로 재밌는 소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제목이 <집행관들>이다.

읽기전부터 입소문이 자자해서 내용이 어떻길래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가 궁금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비리와 부패는 늘 우리 주위에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이 지구촌에 비리와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부패 공직자를 응징하고 처단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아마 우리나라만큼 그들에게 국민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제 깨어 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사법기관에 더 이상 맡길 수는 없다.

대안이 없다고 고민하기 전에, 철저한 감시자가 되고 집행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직무다. (P.23)

시작부터 강렬한 메시지가 전해져 온다.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속이 답답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또한 뉴스를 보면서 전에 없이 거친 어휘가 자주 튀어나오곤 한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 정의나 공정이 존재하는가? 의문이 들정도다.

권력의 속성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 권력에 오르는 것인지...

아무래도 전자일 확률이 높겠지만... 권력이라는 금단의 맛에 취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추악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런 답답함을 작가도 풀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이런 답답한 세상을 향해, 그리고 추악한 그들을 향해 시원하게 펀치를 날린다.

이야기는 역사학자이자 대학교수인 최주호에게 어느날, 25년만에 고교 동창인 허동식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기억에서조차 희미한 허동식은 그에게 뜻밖의 자료를 부탁하는데...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가 요구한 대로 자료를 건네주게 된다.

그러나 며칠 뒤 대한민국이 떠들썩해지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의 평범한 일상은 조금씩 흔들리게 된다.

친일파, 비리 정치인, 부도덕한 기업인 등의 인간 쓰레기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하나둘 살해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게 되고 , 그 과정에서 최주호는 자신이 건네준 자료가 중요하게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다.

과연 이런 일을 벌이는 그들은 누구일까?

"이해가 안 가는군·····.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

"난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야. 불타는 정의감 때문도 아니지. 그런 건 나와는 맞지 않아."

"그럼, 대체 이유가 뭐야?"

"굳이 말하자면·····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분노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

(P.161)

죄를 짓고도 법의 테두리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부패 세력들을 향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집행관들.

그리고 그들을 향해 국민들의 환호와 응원은 이어지는데...

그들은 지금 전쟁 중이라고, 전쟁 중에는 모든 게 정당하다고.

이들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P.407)

책은 읽기 시작하자마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정도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

더불어 긴장감과 흡입력도 강한 편이다.

물론 중간이후부터는 약간 예측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 섥히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상당한 재미를 준다.

특히 마지막 반전의 묘미까지.... 왠지 후속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정의 실현을 졸필로나마 구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을지 짐작케한다.

집행관들의 뜨거운 심장,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하나 덧붙인다면, 이 기록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고 싶었다.

(P. 280)

불공정한 세상으로 인해 답답해진 마음에, 시원함을 선물하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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