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 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의 기술이 되는가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 지음, 조율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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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봄꽃이 가득하다.

예년보다 이른 꽃망울을 터트린 벗꽃을 필두로 서서히 다른 꽃들도 제 빛깔을 뽐내기 시작하자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온다.

TV에서는 최근 백신접종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다시금 증가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따뜻해진 날씨가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야외로 나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1년 전만해도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출조차 꺼려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 두려움을 많이 내려놓은 듯하다. 그런 느슨한 마음들이 다시금 4차 유행이라는 불길한 곡선을 그리고 있으리라.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지난한 싸움을 벌인 지난 1년여의 시간을 돌아보니 머릿속을 가장 많이 채웠던 단어가 "인내" 였던 것 같다.

예전처럼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맘 편히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수시로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누르고나면 마음속에는 저 단어가 남았다.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기에 억누르며 참고 있지만, 한정된 공간안에 몸과 마음을 가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러다보면 과연 삶이란 무엇인가? 지금과 같은 시대에 불안한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답을 요구하는 끝없는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올라온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철학에서 찾아보았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스토아 수업>으로, 라이언 홀리데이라는 사상가이자 미디어전략가가 쓴 책이다 .

그의 저서 중의 하나인 <에고라는 적>을 통해 우리에게도 알려져있다.

그는 철학이 언제부턴가 똑똑함을 자랑하고 싶거나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하고 싶을 때 이용되는 학문으로 변질된 것을 보고, 철학의 본래 취지를 되살려서 보다나은 삶을 위한 실용적 지혜를 배워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고 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소망일 것이다.

철학은 과거부터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학문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비록 시대의 요구에 의해 과학서나 실용서로 대체되기도 하고 지금은 심리학 서적 등에 그 자리를 많이 빼앗긴 느낌도 들지만, 큰 틀에서보면 그 모든 학문들이 철학이라는 범주안에 들어가므로 철학이 가진 근본적인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스토아 철학자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지금의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구한다.

스토아 철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금욕과 절제를 통해 고통을 참아내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스토아 철학에서는 우리가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기· 절제· 정의· 지혜'라는 네가지 덕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는 끈기, 마음을 다스리는 평정심, 실수를 줄이려고 하는 마음가짐, 완벽하진 않더라도 계속 발전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강한 의지를 통해서 원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가르친다.

책은 총 4부에 걸쳐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인 제논에서부터 철인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스토아 철학사의 500년을 장식한 26명의 철학자들의 삶을 살펴본다.




책은 순서대로 읽으면 가장 좋겠으나 별도로 관심있는 철학자가 있다면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책에는 다양한 철학자들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이동의 자유가 제한을 받고 있는 시기다보니, 진정한 자유를 몸소 보여준 에픽테토스가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온다.

에픽테토스는 현재 터키 남부 지역 히에라폴리스에서 노예 여성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부분의 다른 스토아철학자들과는 출발부터가 달랐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신체조차도 온전히 그의 것이 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마음에 오롯이 자유가 새겨지게 된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에픽테토스에게 있어서 자유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매일 힘들게 씨름하고 쟁취해야 하는 현실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는 인생은 한 편의 연극과 같다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 장애인, 총독, 아니면 일개인을 자연스럽게 연기해서 극작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잘 연기하는 게 각자가 해야 할 일이다. 배역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P. 317)

그는 인생의 최고 과제는 통제할 수 없는 일과 통제할 수 있는 일을 식별하고 분류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세상에는 손쓸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기에 그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멈춘다면, 역설적으로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말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혈기가 넘치던 시절에는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만심도 있었기에 이런 말들은 뭐랄까...나의 한계를 규정짓는 숙명론적인 사고라고 무시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파도가 모난 돌을 부드럽게 만들듯이 세상은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을 다스리게 만든다.

지금은 이 말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마도 삶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우리의 인생이 한정된 시간속에서 한번 뿐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에픽테토스는 모든 사물에는 양면이 있다고 했는데 한쪽만 보면 답이 안 보이던 것도 다른 쪽을 보면 쉽게 해결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처한 조건과 관계없이 우리는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 선택할 수 있다. 매일 여러 사람과 상대하면서 그들의 어떤 면을 바라볼지 결정하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될지를 결정한다. (P.324)

지금의 시기를 사람들은 답답해하며 허송세월을 보내지만 또 어떤 이들은 이 시기를 이용해 새롭게 한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는 결국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지 않나 싶다.

에픽테토스는 30여 년을 노예로 지내다 자유의 몸이 된 이후로 순수하게 학문에만 전념하게 되면서, 기존 철학자들과는 다르게 오직 학문을 업으로 삼은 최초의 스토아 철학자로 남는다.

에픽테토스가 직접 쓴 저서는 없지만, 그의 제자인 아리아노스가 스승의 가르침을 필기해 정리한 것이 <편람>이다.

한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책을 의미하는데 항상 가르침을 '손에 쥐고 다녀라'라고 한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8권이었으나 현재는 그 중 4권만 전해지고 있는데 후에 이 책은 최초의 철인황제라 불리운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에게까지도 전해진다.

국내에는 <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 <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라는 이름으로 출간돼 있다.

위 제목들을 보는 순간 10여 년 전의 어떤 기억하나가 떠올라 잠시 책장을 뒤져보니 낯익은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

당시 막막한 생활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중에 만난 책이었는데... 삶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만난 많은 철학자 중에서도 에픽테토스가 다시 마음을 잡아 끄는 것을 보면... 과거에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자유를 찾아 헤매다니나보다.^^



이 책을 통해 26명의 철학자의 삶을 지켜보면서 철학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외부 가치가 아닌 내부 가치에 초점을 맞춰 살아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결국 실천해야만 내 것이 될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도 같은 당부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철학자들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이를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지 고민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 (중략) ·····

배움을 삶으로 옮길 수 있는 자만이 어떤 불행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자기 삶의 철학자'가 될 수 있다. (p.13)

스토아 철학은 다른 사람이나 적과 맞서 얻은 승리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위대하다고 말한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외부의 적들과 싸워 이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자기자신이랑 왜 싸우냐'라는 말을 듣고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게.... 왜 나는 이렇게 매번 나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일까? 그냥 좀 편하게 되는대로 살면 안되나?

그러나 어쩌랴. 이런 모습이 또한 나인것을....

좀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도 내 마음은 치열하게 전투중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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