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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장편소설 / 열린책들
*2023년 공쿠르상 수상작
수도원 지하에 누구도 볼 수 없게 가둬진 피에타
그 조각상에 숨겨진 신비롭고도 가슴 아픈 비밀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왜소증으로 태어난 미모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석수장이 알베르토에게 맡겨지게 된다.
어느 날 미모는 알베르토를 따라 이탈리아의 명문가인
오르시니 가문에 일을 하러 갔다가 아름답고 지적인 소녀
비올라를 만나고 심장의 동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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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뜻하는 말로
기독교 예술의 주제 중 하나이다
주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떠안고
비통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것을 말하며 주로 조각작품으로 표현된다
그런 피에타가 누구도 볼 수 없는
수도원 지하에 가둬지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이 책은 삶의 끝자락을 맞이한 천재 조각가 미모와
그의 과거의 삶을 오가며 우리에게
가슴 시리도록 아프고 뜨거운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준다
아직 정제되지 않은 돌, 대리석의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키가 작고 가난한 조각가 미모
명문가의 딸로 남부러울것 없는 환경이지만
그 시대의 여자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자유, 지식, 꿈을 가진 당찬 소녀 비올라
그 둘의 운명같은 만남과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위태위태하지만
영혼의 형제라는 말처럼 죽을때까지 이어진 둘의 관계
깊고도 깊은 우정인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사랑인지
감히 딱 이거야! 라고 딱잡아서 말할 수 없는 미모와 비올라
어린 시절 피에타를 보고
어머니는 슬픈 것 같지 않아 엉터리라며
예수의 팔이 너무 길고 외투 자락이 길어서
진짜가 아니라는 평을 이야기하는 미모
다시는 조각을 할 수 없을것 같았던 수십년후의 미모는
엄청난 지진으로 자신의 소중한 시간들을 간직한
고향 마을과 그의 영혼의 형제 비올라를 잃고 피에타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 피에타는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뒤
여기서 저기로 옮겨다니다 결국은 수도원 지하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자리잡게 된다
*p213
"늘 너와 나, 미모와 비올라가 있을 거야. 조각하는 미모와 하늘을 나는 비올라가."
*p618
나는 나의 삶을, 겁쟁이와 배신자와 예술가의 삶을 사랑했고, 비올라가 내게 가르쳐 줬듯이 우리는 사랑하는 어떤 것을 돌아보지 않고서는 그것과 이별하지 않는 법이다.
왜소증이라는 신체적인 불편함을 가지고 태어난
천재조각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읽어나가며
전쟁으로, 사상으로 인해 너무나도 불안정했던
그 시절 이탈리아의 시대적인 모습과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는 말로도 다 설명하지 못할
너무나도 지적이고 자유로우며 당당했던 비올라
이런 모든 요소들이 모여 이 책을 더욱 더 시리도록 아프게
아련하게 사무치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다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라는 시를 읽을 땐 나도 모르게 뭉클해지고
더이상 이 정권을 위해 일하지 않겠다는 연설에선 통쾌했다
문장들 하나하나가 참 아름다우면서도
깊이있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녀를 지키다
오래도록 기억속에 남을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