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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이책은 2015년에 보고 이번에 다시 보게되었다. 두번 다 독서모임의 덕이다.
처음에 봤을때는 조르바의 호탕하고 유쾌하고 앞뒤안가리고 바로 행동하는 인물의 재밌는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면 이번에 다시보니 두목으로 나오는 작가 본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사상과 고뇌가 마음에 깊이 들어온다.
항상 번민하고 생각이 많으며 육체와 정신사이의 조화를 꿈꾸며 자유를 갈구하는 작가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조르바를 만나 깊이 감명받아서 그와 지냈던 이야기를 이책으로 탄생시키게 되었다. 조르바는 실존인물이며 작가와는 정반대 성격으로 작가가 쉬어가고 싶었던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현시대에서는 조르바의 여성에 대한 편견등은 욕먹어 마땅하지만 따뜻한 인간성과 정열, 자유의지등은 시대가 달라도 여전히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신들의 나라 그리이스 크레타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푸른 바닷가 오두막에서 두남자가 기거하며 나누는 대화, 춤, 일, 마을사람들의 이색적인 문화등을 엿보며 책속에서 긴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가벼운듯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조르바가 생각없이 툭툭 내뱉는듯한 말속에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깊은 의미들이 담겨있다.
상반된 두남자의 생각과 말들을 보고 듣다보면 어느새 자유라는 것의 거대한 담론과 정신과 육체의 조화 그리고 해방등 , 독립을 위한 전쟁속에서 인류가 저지르는 만행, 종교가 가지는 모순, 위기상황의 나라에 살면서 어떤 길을 가야할지 고민하는 청년, 여성을 단지 한 동물처럼 취급하는 문화와 그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등이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진정한 자유와 해방은 무엇일까?
조르바처럼 저울질 하지 안고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며 마음이 시키는대로 살아가는 삶, 누구나 한번쯤 이것 저것 재지 않고 자유영혼 조르바가 되고싶을때가 있지 않을까?
다음은 밑줄 그었던 책속의 대화들이다.
두목
-인생을 그토록 사랑하던 내가 어쩌자고 책 나부랭이와 잉크로 더럽혀진 종이에다 그토록 오랫동안 내박쳐둘수 있었던 말인가!
- 나는 내 원고 나부랭이를 팽개치고 행동하는 인생으로 뛰어들 구실을 찾고 있었다.
-나는 책벌레 족속들과는 거리가 먼 노동자, 농부같은 단순한 사람들과 새생활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내 삶의 양식을 바꾸려고 결심했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나에게 타일렀다. 이제껏 너는 그림자만보고서도 만족하고 있었지? 자 이제 너를 본질 앞으로 데려갈테다.
조르바
-왜요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건가요? 가령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됩니까?
-당신역시 저울 한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감고 해버리는 거요.
-나는 계산같은 걸로 씨름 할때면 땅속 구멍에라도 기어들어가고픈 심정이 된답니다. 그러니 뭐가 보일리 없지, 고개를 들고 바다를 보거나 나무를 보거나 여자를 보면 그때까지 하던 계산이나 숫자가 바람결에 날아가지 않으면 그게 우습죠,
두목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땅의 만물은 어쩌면 이다지도 서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일까? 대지는 어쩌면 인간의 심장과 이렇게 잘 어울릴수 있는 것일까? ... 이같이 사소한 육신의 즐거움이 어쩌면 이다지도 빨리 그리고 간단하게 엄청난 정신의 즐거움으로 변하는 것일까?
-나는 내인생을 돌아보았다. 미적지근하고 모순과 주저로 점철된 몽롱한 반생이었다. 나는 하망한 기분으로 지난일을 생각했다. 허공중에서 바람을 받은 한조각 구름처럼 내인생을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 깄다.
조르바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한조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험한 경사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를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 잘난 놈들은 모두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 대로 합니다. 부딪쳐 작살이 나면 그뿐이죠 기왕 갈바에야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나는 사람에게 제 나름의 냄새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냄새는 아주 복잡하게 섞여 있어서 별로 의식하지 않은채 살고 있고 이건 누구냄새, 저건 누구 냄새, 이렇게 구별하기도 어려워요. 우리가 아는 건 고약한 냄새 소위 인간성 이라는 냄새가 하나 있다는 겁니다.
두목
-영혼이 곧 육체 , 다소 변화무쌍하고 투명하고 더 자유롭긴 하지만 역시 육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육체 또한 영혼 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세계란 무엇일까? 세상의 목적은 무엇이며 우리 한순간의 목숨이 어떻게 하여 세상의 목적을 이룰수 있을까?
조르바
-새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조르바 지금 이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두목
-나는 모든것을 잃었다. 돈, 사람, 고가선, 수레를 모두 잃었다. 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것은 정확하게 모든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걸 발견한 것이었다. 모든것이 어긋났을때 ,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나위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과 바뀌는 것이었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만났다가는 헤어지면서도 우리의 눈은 하릴없이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모습, 몸매와 몸짓을 기억하려고 하니 ....부질없어라
몇년만 흘러도 그눈이 검었던지 푸르렀던지 기억도 못하는 것을
조르바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줄을 잘라버리지 못해요. 그런줄은 자르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