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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터러시 -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김유익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중국인 아내와 광저우 근교 마을에 살면서 서로 다른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주는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김유익은 중국 현지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과 인문학적 견문을 결합해 경향신문에 정기 연재를 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매체와 SNS에 기고하고 있다.
우리도, 중국인들도 개인적인 자기의식이든 집단적인 정체성이든 모두 네트워크 속에서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지, 원래부터 본질적으로 반드시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편견없는 마인드가 시작부터 매력적이었다.
그 중 소분홍의 주장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 여러 의미로 인상적이었다. 소분홍은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팔다리는 길고 얼굴은 갸름하게 눈은 큰 미남 미녀 형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형상뿐 아니라 서사 자체도 항상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저자는 서구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이 실은 서구 중심주의적 미학에 경도되어 있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며, 결론적으로 하급 정부와 지식인, 언론인들이 사회적 여론의 압력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고, 이런 일부 사회적 여론은 암묵적인 중앙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원인은 2021년 중국 정부가 시행한 일련의 정책들이 조성한 거대한 흐름에 거역하기 힘들다는 것들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에 저자의 말처럼 각각의 정책들이 시행된 배경에는 합당한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민간 사회의 자율성을 해치고 활력을 없애 결국 사회 발전이 정체될 것으로 보이는 관점에 대해서 중국은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저자의 많은 말들 중 가장 와닿았던 건, 이러한 주장들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랄 뿐 우리의 미래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나, 우리와 그들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라는 바램처럼, 이 책이 중국을 마주하는 부분에서 시각 전환이 되길 나 또한 바래본다.
📖 중국의 대중문화 평론가와 애호가들은 결과적으로 K-컬쳐에 대한 애호를 숨기지 못한다. 가장 유사한 문화권의 공감대 안에서 거의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지켜보는 쾌감과 이를 통해 얻어 내는 치유의 감각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 뤄샹이 존경하는 중국 근현대 법학의 태두 선자번은 100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 "법가는 전체 통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아서 민중에게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 반대로 법치의 중요한 명제 중 하나는 권력을 구속함으로써 민중에게 자유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법치를 유난히 사랑하는 한중 양국의 위정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 지금 한국도 새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 이 과정에서 특정 세력을 배척하고 어떤 세력을 편애하는 도그마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다른 별에서 지구로 뚝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총합으로 이뤄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