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태도 -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
이수현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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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온기, 세상의 온도에 마음을 기울이며 독자와의 연대를 꿈꾸는 이수현 작가님의 두 번째 신간이다. 이전에도 <유리 젠가>라는 첫 소설집을 먼저 좋은 기억으로 접한 적이 있는터라, 새로운 장르인 작가님의 에세이는 더욱 기대감에 부풀었다.

<기록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진심이 담긴, 깊은 문장들의 모음 그 자체였다.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그러한 모든 것을 기록한다는 것, 그리고 그 문장들로 행복해진다는 것,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일을 행하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지난 번 <유리 젠가>에서도 느꼈지만, 이수현 작가님만의 문체를 나는 너무도 애정한다. 쓰면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쓰는 일은 모두에게나 주어진 공평한 일이자 스쳐 지나갈 모든 계절을 낱낱이 감각 하는 것이라는 작가님의 말이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번 책에서는 특히 현재 쓰는 이 기록이 사랑이자, 가장 어린 마음, 순수함이었으면 한다는 말이 현재 나에게는 너무도 아려왔다.

한 해가 지날수록 점점 나의 내면적 순수함을 잃어간다고 생각하기에, 하루하루 나의 기록들을 남겨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나의 가장 어린 마음 또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무어라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저자의 내면 속 살아있는 감각이 들어있는 책 :)

📖 마음을 써 내려간 뒤로는 내일 써 내려갈 하루가, 미래가 기대되었다. 조급해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의 단계를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래된 일기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운다. 쏟아지는 햇살처럼 쓰는 기쁨을 맞이하며, 음지에 놓여 있던 내가 서서히 밝아짐을 느끼며.

📖 분명 누구의 마음에나 황량하고 매서운 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내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 것인지, 마지막 지점을, 마음의 계절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니. 그 생각과 작은 실천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씩 봄과 가까워지는 중일 테다.

📖 그것이 내가 쓰는 사랑이자, 가장 어린 마음, 순수함이었으면 한다. 기록의 정답은 밖이 아닌, 바로 내 안에 있으므로. 때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무의 모습처럼 그저 내 곁을 스치는 하루를 담백하게 적어 내려가다 보면 분명 아름다운 결실을 볼 수 있을 테니. 서서히 나이테를 늘려가는 묵묵한 나무처럼 우직한 기록의 힘을 믿는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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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오다
호르바 지음 / 좋은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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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오다>는 고등학교에서 20년간 수학을 가르치고, 2021년 명예퇴직 한 저자가 자신의 성장과 경험을 배경으로 한 자전소설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수학 실력이 부족해도 편하고, 재밌게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을 학생들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수학 교사였던 기종은 퇴직 후, '파란뫼'라는 카페를 차리게 되고, 그 곳에서 '나누고파'라는 수학 모임을 만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임에는 어머니, 제과제빵학원장,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쉬리, 어두운 과거를 가진 여중생, 어르신이 참여하게 되며, 그들의 삶과 관계를 수학과 관련해서 해석하고 서술한다.

기종의 과거부터 시작된 첫사랑 이야기와 현재 시점이 교차하며, 그 속에서 수학에 대한 거부감 없이 수학 관련 지식들이 점점 이야기 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토리 진행 또한 매끄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하여 정말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게되는 책이다.

삶 속에서의 생각, 행동, 관계, 소통에도 수학이 있다는 것을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보여주어, 수학의 따뜻함을 느끼길 바라는 저자의 바램처럼, 학생들에게 적합한 도서이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수학과 좀 더 친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에 스며든 기종의 삶을,
수학에 대한 거부감 없이 흥미롭게 풀어내기에 추천하는 책 :)

📖 공간이 필요했던 거면 그냥 오피스텔이나 얻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외롭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공간을 원하지 않았다. 나만의 공간이지만, 누군가 찾아주길 원했다.

📖 실수와 허수를 합쳐서 복소수라고 부른다. 나와 상혁은 아이도 어른도 아닌 복합적인 애어른에 속한 원소다. 철없음이란 허수 부분을 가진 나와 어른스러움이란 허수 부분을 가진 상혁은 누가 더 나은지 더 못난지 비교할 수 없다. 둘 다 그냥 각자의 위치에서 존재하는 원소로서 가치 있다.

📖 그녀는 나에게 충분조건이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 그녀와 나는 서로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그녀가 존재하고, 날 기억해 준 것으로 행복했다. 그녀가 나를 위해 존재할 필요는 없다.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운 오로지 그리움뿐이다. 그녀를 내 삶에 필요조건으로 만들고자 했던 바람은 욕심이었다. 블루마운틴에서의 첫 만남은 내가 그녀의 부분집합이 될 수 없음을 일깨웠다. 그녀의 존재와 침묵만으로 내 위치를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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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지음, 조동섭 옮김 / 세계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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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당시 미국의 유망했던 여배우들 중 한 명이었지만, 1969년 임신 만삭의 상태로 찰스 맨슨 일당에게 살해당한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의 사건을 각색한 소설이 바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다.

이 책의 짜임새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표현이 개인적으로 소설집 보다는 각본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인물들의 디테일한 행동과 세부사항들을 먼저 알게 되었으니, 그 이후엔 좀 더 숨을 불어넣은 생동감 넘치는 영화를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비록 영화와 책은 실제사건과는 다르게 각색되었지만, 악을 처벌하는 결과에 대하여 반감을 가질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품 속에서나마 할 수 있던 그의 최선의 행동이 실제 사건을 아는 누군가에겐 위로와 추모가 되는 책과 영화라는 사실이다.

영화를 본 후에 다시 이 책을 접하게 된다면, 머릿속에 그려졌던 이미지와 분위기를 비교해보면서 샤론 테이트가 평생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다시 한 번 맞이하고 싶다.

'옛 할리우드에 보내는 타란티노식 연가' 라는 한 마디로 정의되는 책이다.

스토리, 결말, 필력 그 어느 하나도 부족하지않은 예술 작품으로 추천하는 책 :)

📖 구로사와 감독은 순수 예술가로 시작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먹고살기 위해 일했다. 노동자를 위한 영화를 만드는 노동자였다. 순수 예술가가 아니라, 드라마와 통속적인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영상화하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 클리프는 <붉은 수염>을 보다가 중간에 포기하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영화감독에 대한 존경심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노인네'가 <붉은 수염>에서 빌어먹게도 엄숙했기 때문에 미후네 도시로가 앞으로 구로시와 감독과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클리프는 미후네 편을 들었다.

📖 조지가 감춰 둔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것을 제공한 건 짹짹이였다. 사랑이 담긴 손길, 다정한 목소리, 잘 들어주는 귀. 짹짹이나 조지가 다른 누구에게 '조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말은 그저 히피의 뻔한 말이 아니었다. 이 노인을 돌보면서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는, 진짜 감정을 표현한 말이었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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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일, 생활, 연애, 인간관계, 돈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정신과 의사 TOMY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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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란 낱낱이 해결하려고 하면 늦는다.'라는 걸 깨달은 그는 고민이 어떻게 하면 줄어들까를 생각하다가, '조금만 발상을 바꾸면 고민이 줄어든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고민이라는 건 고민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이므로, 고민하지 말자는 생각 또한 하나의 선택지로 머릿속에 '고민을 사라지게 하는 말'들을 가득 모아, 이 책의 페이지마다 담았다.

각 페이지마다 주제와 더불어 상황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말들이 제시되어 있으며, 마냥 위로하는 말이 아닌, 짧으면서도 고민을 사라지게 하는 말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이 책만의 매력이다.

인생에는 아무리 해결해도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고민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나와있는 말들을 통해 고민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이 조금이나마 사라지길 바라며, 추천하는 책 :)

📖 사람은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왜 잃어버렸을까."하는 후회도 당연히 생길테죠. 하지만 누구나 인생을 살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립니다. 당신만 터무니없는 실수를 해서, 보통은 잃지 않는 걸 잃은 게 아니에요. '잃는다.'라는 건 보편적인 거예요.

📖 각각의 인생이 있고, 모두가 힘들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그 사람에겐 그 사람만의 마음이 있어서, 다른 사람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요. 다들 고독 속에서도 노력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기에 모두를 존경하게 됐고, 인간의 존엄성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죠.

📖 정리했어! 내 인생 목표는 이거야.
"인생에 최대한 감동을 더하자."
- 이 서평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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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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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의 향연은 언제 어디서나 다채로운 모습으로 펼쳐지기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 주변에서 날씨의 속삭임을 쉽게 느껴볼 수 있다며, 이 책이 날씨가 주는 작은 즐거움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는 저자의 말로 <날씨의 음악>은 시작된다.

날씨와 음악을 연결 지어 다루는 이 책은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다소 어려울 수 있음에도, 독자들의 보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초반에 기압에 대한 설명이 겻들여 있는 것 또한 독자들에 대한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목차 순서대로 쓰여져 있었다. 여름이 날씨의 기후 현상이 많은지라 가장 내용이 다양했으며, 개인적으로 가을은 좋아하는 계절이라 매우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과학과 음악을 연결 지어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결국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친절한 설명을 통한 책을 완성하기까지 저자의 많은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었으며, 가볍게 읽기보다,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과학, 그리고 음악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도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책 :)

📖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대지의 따스함이 느껴지면 변화무쌍한 구름이 연출해내는 드라마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날씨의 변주가 아름다운 건 오랜 세월 견고하게 삶의 터전을 지탱해주었던 땅의 숨결이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 여행의 묘미란 날씨 박람회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면서 그곳의 기후에 적응한 현지인이 먹고 입고 자는 대로 체험해보는 데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날씨는 화음이 되어 오감의 체험을 더욱 기억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 미래학자 폴 사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껴안으라고 조언한다. 예측대로 굴러가는 시장은 투자할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임을 상기하면서도 나에게만큼은 안개가 걷히기를 바라는 건 풀리지 않는 딜레마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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