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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글,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저자는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장인, 달인, 고수라고 바뀌어 불러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베테랑을 만나서 그 시간들을 알고 싶어 이야기를 듣고 이 책에 담게 됐다.
이 책에는 세공사부터 조리사, 로프공, 어부, 조산사, 안마사, 마필관리사, 세신사, 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 전시기획자, 배우, 식자공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노동을 거친 직업의 베테랑분들과의 인터뷰가 소개되어있다.
그들에게서 저자는 자신만의 원칙이 무엇이건, 모두 견디고 버티고 인내하며 꼴을 갖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보게 된다. 그 가짐은 때로 이해의 영역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특히 노동이라는 것이 손에 무언가를 쥐고, 땅에 발을 딛고, 나와 다른 존재들과 연루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해를 부여잡고, 헤아리고, 읽어 내리고 귀를 열어야만 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연결된 노동의 속성으로 인해, 그들의 다채로운 마음가짐을 다듬는 과정에서 그동안 이루어낸 일의 과정 속 그 시간들이 자기 자신 그 자체가 된 현재가 그저 존경스러웠다.
주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직업임에도, 평소에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던 시간들에 대해 감사함과 존경을 표하게 되는 시간이다. 특히 그들에 대한 저자의 언어 표현이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게 너무도 예뻐서 마음 깊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베테랑들을 응원하고 존경하며, 추천하는 책 :)
📖 그날의 만남은 주말 저녁에 이뤄졌는데, 그는 다른 도시에 사는 가족에게 가기 위해 기차표를 끊은 참이었다. 기차 시간이 촉박하게 인터뷰가 끝났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인파를 헤치며 사라졌다. 걸음을 재바르게 옮길 때마다 상체가 양옆으로 흔들렸다. 허리를 혹사해온, 아니 꾸준함을 지켜온 사람의 뒷모습이었다.
📖 "그래도 내가 참 잘 살았구나 싶네요. 이 일 하나만 파기를 참 잘했다. 식당에 가면 셰프나 조리사에게 별점을 주고, 맛집을 선정하잖아요. 그런 게 아니라도, 나를 이렇게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이렇게 산 게 참 고맙네요."
📖 맨발로 시골의 자갈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스팔트같은 삶이다.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 길 위에서조차 과속을 하진 말아야지. 영국, 독일 등 유럽 등에선 주요한 국가기록물은 여전히 활판인쇄 방식으로 제작한다고 했다. 봉숭아 꽃물 들이듯 기록하고 보관한다. 오래 잘 기억하기 위해서.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