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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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출간했던 최진영 작가님이 2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인 <단 한 사람>이 신간으로 나왔다.

열여섯 살이 된 목화는 현실처럼 생생한 죽음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단 한 사람만은 살릴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삶과 죽음, 신과 인간의 틈에서 피어나는 저자의 사랑의 세계에 대한 표현력은 경이로웠다.

조금 빠져들 때쯤 끝이나버린, 감칠맛 나는 가제본이었다.

가제본이라 작가의 말을 접해보지도 못하였고 완독도 아직 하진 못했지만, 꼭 끝까지 읽어보고싶은 책이다.

📖 그러나 그들은 이제 위가 아닌 옆으로 성장하고 싶었다. 두 나무의 끄트머리 이파리는 이미 맞닿아 있었다. 그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너의 꽃과 나의 꽃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가까워지고 싶어서.

📖 일화는 노력하면서 노력하는 자신을 비웃었다. 1등을 놓치지 않으면서 1등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신을 경멸했다. 어른이 되면 잘 살고 싶었지만 어른이 될수록 불행해질 것 같았다. 자기는 노력하는 인간이니까. 결국 오테수 같은 애들이 치고 올라갈 테니까.

📖 악순환. 돌고 도는 쳇바퀴에서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패배감과 무력감뿐. 이제 중요한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임천자의 기적, 장미수의 악마, 신목화의 목표인 신은 무엇인가.
(가제본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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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한국 - 랩 스타로 추앙하거나 힙찔이로 경멸하거나
김봉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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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음악평혼가로 불리지만 힙합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을 더 선호하는 저자는 2003년부터 음악에 관한 글을 써왔으며, 19권의 책을 냈다. 좋은 문장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그는 힙합과 평생 함께한다고 말한다.

올해는 힙합이 탄생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우리는 서양에서 시작된 힙합이 한국에 들어와 어떤 역사를 거쳐 고유한 맥락과 색채를 지니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힙합이 완전 긍정적인 존재로 인식되진 않는다. '랩 스타'로 추앙하거나, '힙찔이'로 경멸하거나, 한국은 힙합을 전혀 다른 두 얼굴로 동시에 대해왔다는 그의 표현이 정확했다.

힙합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하지만, 빈첸의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에 대한 부분은 특히 인상깊었다.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 없음에도, 그의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라는 영상은 본 적이 있다.

그의 노래와 가사에 공감을 할 순 없었지만, 처음 접한 가수의 노래를 통해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경험이었다. 아마 빈첸의 진정성이 대중들에게 닿았던 것이 아닐까.

책의 끝자락에 담겨있는 정지우 작가님과의 대담도 매우 흥미로웠다. 힙합에 대한 그들의 대화를 읽으며, 힙합이 대중들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편견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힙합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 :)

📖 어쩌면 이 당시야말로 새로운 문화가 낯선 땅에 상륙해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결국은 정착해내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다시 말해 한국 힙합의 진정한 시작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모두의 역경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역경도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힙합을 더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마이너스 대신 플러스로 가자. 오늘도 자기의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두를 응원한다.

📖 래퍼와 개그맨이 한데 모여 누가 래퍼이고 누가 개그맨인지 모를 랩과 개그를 발산 중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도 역시 누구도 놀라거나 화내지 않을 것이다. 괜스레 감회에 젖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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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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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경영학을 전공했던 저자는 다방면에 지적 호기심을 느끼다, 미술에 본능적으로 끌려 진심으로 즐기게 된다. 10여 년의 순수한 미적 탐구의 결과는 시간이 흘러 그 유명한 <방구석 미술관>을 창안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는 40만부 이상 판매되고, 6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스테디셀러를 넘어 국민 미술교양서로 자리매김까지 하게 되었다.

나또한 <방구석 미술관>을 유익하게 읽은지라, 출간 전부터 이번 신간 <삶은 예술로 빛난다>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이 책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을 매개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얼마든지 우리 삶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나간다.

그저 미술 작품들에 대한 시대적 배경이나 디테일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보다 더 깊이 우리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삶을 돌아볼 계기를 선사해주는 뜻깊은 책이다.

미술 관련 도서에서 나의 삶을 되짚어보며 사유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흔치 않은데, 나의 삶의 일부가 예술이 되기까지 오래오래 곁에 두고 곱씹고 싶다.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넘어, 삶을 사색할 수 있어 추천하는 책 :)

📖 우리가 지성을 발휘해 그 진실을 매일 매 순간 의식하려 노력한다면, 무미건조하게 여기던 것들이 번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의미로, 전혀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 듣도 보도 못한 색과 형과 향을 지닌 꽃이 피어날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삶에 예술이 피어날지 모른다.

📖 당신은 현재 어떤 기억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그것은 또렷하고 생생한 것들인가? 아니면 희미하게 퇴색되어 있는 것들인가? 삶에 걸작이 될 기억을 자기 내면에 고이 깃들게 하는 작업. 그것은 '진심의 관심'을 쏟기로 결정하는 우리의 지성에 달려있다.

📖 예술은 고맙게도 바로 그런 소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 맛을, 그 가치를 아는 자에게만 그런 기회를 제공해 준다. 예술을 가지고 놀며, 내 생각과 감정을 분출하듯 표현한다. 그렇게 나 자신과 만난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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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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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주제로 책을 쓴 이유는 그곳에서 어떤 음식을 팔았으며 그 맛은 어땠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조선에 외식 메뉴가 자리 잡고 분화되는 시기였는데, 그래서 경성의 맛집은 즉 근대 조선에서 일어난 외식의 정착과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저자가 음식을 공부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기억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은 지금의 식습관을 구성한 사회적, 문화적 취향과 그 근간에 놓인 제도를 더듬는데 머물고 있지만, 나중에는 이전의 음식에 담긴 상징적인 사고를 밝히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멋있었다.

추가로 자본이 모든 것을 가늠하기 전의 사고이니, 이전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야 할 과제라는 말에 나또한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생소할수도 있는 위치와 이름들에도 세부적인 설명들과 그 당시 가격과 현재 가치의 비교, 지도, 더불어 삽화와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어 더욱 이해도 쉽고,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아서원이라는 경성을 대표하는 중화요리점에서 열린 김유정의 신춘문예 당선 축하회 사진은 매우 흥미로웠다.

1935년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으로 각 얼굴이 흐릿하여 알아볼 순 없었지만, 애정하는 소설가의 그 시기의 사진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한편으론 깃든 역사에 마음이 아리지만,
그럼에도 2023년에 경성 시대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기에 추천하는 책 :)

📖 지금 우리에게는 한복을 입고 백화점에서 일하는 숙채의 모습이 어색하지만, 당시에는 백화점 점원들의 복장이 일반적이었고 오히려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 목포에는 두 곳의 지점이 모두 있었고, 그곳에서 이들 백화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필자가 목포에 방문해 보니 화신연쇄점과 동아상회 지점은 같은 골목에 20~30미터 정도 떨어져 자리하고 있었다. 식민지 시대 구도심으로 쓸쓸함마저 느껴졌다.

📖 순호는 애꿎은 냉면 그릇을 발로 차버리고는 집을 빠져나온다. 안 먹으려면 뒤집어엎지나 말 일이지••. 공교롭게도 <냉면 한 그릇>, <냉면> 두 소설 모두에서 결국 주인공은 냉면을 먹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달랐지만 말이다. 하지만 두 소설에 등장하는 냉면에는 어떻게든 당시 식민지 조선인들의 삶의 무게가 아로새겨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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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듀엣
김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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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계속 살아가며, 무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11편을 담은 김현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우선 표지의 눈길을 확 끄는 이미지부터가 제목과 잘 어울리면서도 매력적인 느낌과 색감이었다. 반면 각 주인공들의 삶은 무게가 있었다.

다급하면서도 조금 즐거워보이기도 한 모습들에 밝은 내용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무언가, 누군가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덤덤하면서도 애잔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없나'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단 나누기가 하나도 없었던 특이함과 '고스트 듀엣'에서는 독특한 스토리가, '유미의 기분'에서는 미묘한 감정선이 인상깊은 소설이었다.

책 속 한 구절처럼 누구나 간직하진 않지만, 누군가 간직하게 되면 오래 사랑받는 소설이 되길 바라며, 추천하는 책 :)

📖 그 소설에는 사루비아가 핀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는 홀로그램 인간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무너지지 않았기에 서로의 이름을 자주 부른다. 마음이 여린 네 사람이 서로를 애써 지탱하는 형우의 이야기에 답하는 상민의 이야기인 셈이다. 말하자면 행복이 불행에게.

📖 '오늘 밤리 지나면 우리는 여행의 피로감을 안고 함께 집으로 가게 될 것이다. 여행은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라고들 하니까.'

📖 "내가 사라지더라도 간직해줘. 이건 오랫동안 변하지 않으니까. 누구나 간직하진 않지만, 누군가 간직하게 되면 오래 사랑받으니까."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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