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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매력 1
브루노 베텔하임 지음, 김옥순.주옥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6월
평점 :
얼마전 아이들에게 세계명작동화를 50여권 사주었다. 간단 요약본정도이긴 한데, 권수와 가격때문에 구입할때 살짝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권수나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었다. 한국전래동화 30여권을 CD를 통해 먼저 이야기를 접하고 책을 아주 잘 보길래 세계명작 구입을 결정했던건데, 책 구입을 고민하는 중에 전래,명작동화보다 창작동화를 먼저 접하게 하는 것이 아이의 창의력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어버린 것이다.
그 이유인 즉슨 고전은 권선징악이 분명하여 사고를 획일화 하고, 응징이라는 내용으로 잔혹성을 두각시켜 아이에게 공포감을 조장하므로 아이의 창의력발달에는 고전보다 창작동화가 낫다는 것이었다.
허걱. 아이의 창.의.력.
창의력을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덜한 것을 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러나 결국 책을 사주었다. 결론은 아이들이 아~주 잘 보고 있다는거.
원본이 아니다보니 내용이 조금 변형&생략되어있기도 하고, 유아용이다보니 그림이 허접한 부분도 보인다. 그래도 아이들 나름대로 책을 읽어주면 몰입하고, 생활 속에서 유사한 상황을 구별해내고 상상하는 것을 보면 잘 보고 있는 거다.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같이 책을 읽는 시간 자체를 즐기고, 그림을 보기보다 숨은그림찾기를 통해 놀이를 하고, 일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상상하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만으로도 책이 우리에게 기여하는 바는 충분하다.
이 책에서 해석하는 고전의 심리학적 의미들은 하나같이 흥미롭긴 하지만 너무 어렵다. 실제로 아이들이 이렇게 복잡하게 받아들일지 굳이 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고전이란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제공하는 한편,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어른들이 자아에 내재된 상처를 위로받기 더 적당한 것 같다. 내가 어릴때 동화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알려주는 것만큼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며 성장했을 것 같지는 않다. 아이들과 고전을 다시 접하고, 또 해석해주는 책을 읽으면서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지금 오히려 고전이 주는 이런 의미들로 내가 이만큼 성장했구나라고 알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아이들을 성장하게도 만들지만, 어른들 역시 위로받는다. 같이 하는 시간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심리학적인 해석이 가득한 1권을 넘어, 가장 많이 읽힌 고전 하나하나를 짚어보는 2권도 무척 기대된다.
책에서...
p24
오늘날 어린이들은 더 이상 대가족 제도나 잘 화합된 공동체와 같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양육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어린이들에게 옛이야기는 더욱 중요하다. 혼자 세상속에 뛰어들어야하는 주인공의 이미지가 더욱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p33-34
따라서 어떤 시기에 어떤 옛이야기를 들려주어야할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우리는 판단할 수 없다.이것은 오로지 어린이만이 결정할 수 있다. 어린이는 이야기에 대한 반응으로 그것을 결정한다.
(중략)
어린이가 이끄는 대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항상 최상의 방법이다.
(중략)
부모와 함께 옛이야기를 즐김으로써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만큼이나 자신이 마음먹기 전까지는 자신의 내면을 부모에게조차 숨기고 싶은 느낌도 어린이가 느끼는 행복감의 중요한 요인이다.
p35
어린이 스스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반추함으로써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그 뿌듯한 느낌을 어린이에게서 박탈하는 결과 밖에 남는 것이 없다.
p36
옛이야기는 원본으로서만 그 참된 의미와 영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p73
우화에는 숨겨져 있는 의미가 없으며,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반대로 옛이야기에는 모든 결정이 다 우리의 몫이다. 결정을 내리고 싶은 마음까지도 남겨 놓는다.
p76
어린이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의 성숙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며 또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 나게 한다.
(중략)
어린이에게 이래라저래라 해서 성숙한 행동으로 유도하는 것은, 미성숙의 굴레를 훈계의 굴레로 바꾸는 것일 뿐이다.
p81
어린이는 전에는 몰라서 당황했던 것을 스스로 알게 될 때 안도감이 생기는 것이지, 잘 이해가 안 되는 새로운 사실이 주어지는 경우에는 절대로 안도감을 느낄 수 없다.
p82
그걸 안다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어른들의 설명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다. 그 설명들은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거짓이지만 어른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사실일 거라고 믿어두는 것이다.
p99
이런 이유로 인해 현대의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선호하는 삽화 있는 이야기 책은 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못한다.삽화는 도움이 되기 보다는 방해가 된다.
p131
집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자아를 확립해야하는 시기임을 상징한다.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집이라는 궤도를 일탈하여 정신적인 위기를 포함한 온갖 고통스런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p162-163
갈등은 한편으로 볼때 어른과의 갈등으로 일반화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부모와의 갈등임을 암시한다. 다른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살아가는 데 협조적이고, 부모의 권위에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는다.
(중략)
부모의 계획이 수행되지 않는 것은 부모가 권위를 잘못 사용하려 들 때 부모의 위치가 갖는 무기력을 보여준다.
(중략)
그들은 마땅히 어른으로서 자기의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해야지, 아이가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위협을 느낀다면 얼마나 바보스러운 부모인가를 희미하게나마 깨닫는다.
p195
심리학의 발견은 어른의 지식의 틀 안에서 어린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어린이의 마음을 그렇게 어른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따로 서로 이질감만 넓힌다.
p227-228
어른들은 때로 옛이야기에서 악한 사람에 대한 잔인한 처벌에 놀라고 그것이 어린이들을 불필요하게 겁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아주 그 반대다. 그런 처벌은 범죄에 합당한 응보라고 어린이가 느끼게 한다.
(중략)
그 메세지는 악한 의도는 결국 악인 자신의 파멸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p245
괴테는 인생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인생의 힘든 일을 기분에 맞게 환상적인 삶으로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