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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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4

 

내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세번째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시작으로 두번째 만난 건이 『악의』. 그리고 세번째로 「새벽 거리에서」를 읽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보고 치밀한 구성에 반해 그의 책을 더 찾아보게 되었는데 두번째 만난 『악의』역시 매우 훌륭했다. 다만, 리뷰를 쓰면서 책의 줄거리는 되도록 언급하지 않다보니 재미있게 읽은 것은 맞는데 무슨 내용이었더라? 하면서 다시 찾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용의자 X의 헌신』의 줄거리는 확실하게 기억이 나는데 왜 『악의』는 그만큼 기억이 나질 않을까.

 

하여간.

세번째로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새벽 거리에서」역시 재미로 따지자면 good을 줄만 하다. 피곤을 핑계로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게 되면 거의 잠을 청하는데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잠들 새도 없이 책에 몰입해서 읽어댔던 걸 보면 일단 책의 흡입력은 확실히 좋다.

 

그러나 이 소설의 소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불륜이기 때문.

'불륜에 대한 정의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p60)

이성과의 관계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따라 불륜이냐 아니냐를 논의하는 기준은 제각각이라는 거다. 그러나 그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바로 불륜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불륜이 아니라면 논의할 필요조차 없으니까 말이다.

 

살인사건을 주제로하고 불륜이 하나의 소재에 불과하지만 이 책은 주제보다 소재에 훨씬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왜냐하면 주제에 대한 황당한 결말을 보여주는 반면 불륜이라는 소재에 대하여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무척 충실하게 기술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이 추리소설인지 로맨스소설인지 헷갈리다가 마지막에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책이 끝나버린다. 물론 왜 불륜이라는 소재를 등장시켰는지에 대한 당위성도 같이 납득을 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소재에 집중된만큼 주제가 잘 부각되지는 않은 것 같다.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들의 감정의 변화, 그들을 둘러싼 가족의 심리는 이 책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영화, 다른 소설들을 통해서도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는 않다. 이 책은 살인사건이라는 약간의 외적 긴장감을 더해 불륜의 중심에 서있는 40대 남성의 심리를 잘 표현해낸 것이 매력이나, 작가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기로점에 세워둘 수 있을 만큼 어딘가 부족한 것이 있어보인다.

 

리뷰를 쓰면서 정리하다 보니 내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세권 모두 평온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딸이 있는 옆집 여자를 사모하는 남자의 사랑을 위한 헌신(『용의자 X의 헌신』), 친구의 글쓰는 능력과 친구의 아내를 사모하는 남자의 질투(『악의』), 그리고 살인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는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의 고뇌(「새벽거리에서」)로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즉 평범한 가정에서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지.

 

'그만두자 그만두자 생각하면서도 질질 끌려가는거'(p138)

불륜에 빠져드는 남자의 입장에서도 이것만이 마지막 사랑일거라 생각하며 그만두지 못한다. 하지만 불륜을 만드는 커플끼리 결국 결혼하게되면 그 다음에 찾아오는 사랑은 결국 불륜일텐데, 이건 또 어쩔껀데?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을 보면 도져히 살을 맞대고 한집에서 살수 없을 만치 싫을테지만, 쿨하게 이혼해주지 못하는 아내의 입장도 그쪽에 서보면 그만둘수 없는 사정이라는게 있을거다.

생각이 쿨하지 못해 미안하네...

 

책에서...

 

p192

자신의 장점을 상대방에게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 연애라면, 결점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 것이 결혼이다. 더는 상대를 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연애할 때처럼 상대의 눈길을 끌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p212

의논하는 말투이긴 하지만 그녀가 내 의견을 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있을 뿐. 그럼에도 굳이 내게 묻는 것은 스스로 정리한 생각을 자기 입으로 말함으로써 확실히 해 두고 싶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금 내게 바라는게 있다면 오로지 자신의 의견을 지지하는 것 뿐이다.

 

p419

결혼한 이상 연애 따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것에 말려들면 결국 자신만 너덜너덜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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