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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 교향곡 5번
말러 (Gustav Mahler) 작곡, 텐슈테트 (Klaus Tennstedt) 지휘, / 워너뮤직(팔로폰)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Klaus Tennstedt
conducts Mahler
1988년 로얄 페스티벌 홀에서 열린 실황녹음으로서 말러 애호가들에게는 필수 음반의 하나이다. 말러 애호가의 한 사람인 나(Mahlerian) 역시 말러를 듣기 시작한 꽤 이른 시점에 구입했다.
지휘자 클라우스 텐슈테트는 원래 동독 출신으로서 부모 역시 음악가였다(클래식 지휘자 쯤 되려면 확실히 음악가 집안의 배경이 있어야 하긴 하나보다--;;). 그의 일생 또한 회한과 아픔이 있었을 것인데(특히 딸이 자살하였다ㅜㅠ) 후에 그가 자신의 삶과 음악인생을 회고하며 덧붙인 코멘트에 따르면 "나는 말러를 늦게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많은 인생의 슬픔이나 어려움을 경험한 후에 말러를 시작한 것은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의 삶에 대한 슬픔을 모두 경험한 이후에야 비로소 말러를 이해하였고 말러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회고는 또 한 사람의 위대한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에게서도 발견되는데 "우리는 20세기의 광기어린 역사가 보여준 전쟁과 학살 인간에 대한 차별 등을 경험한 뒤에야 드디어 말러를 만나게 된 것이다." 라고 고백하였다.
말러의 음악은 클래식 초심자가 절대로 쉽게 들을 수 없는 음악이다. 매우 난해하고(사실 친숙해지면 절대 그렇지 않지만)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말러 음악을 끝으로 고전음악의 시대는 거의 끝난다. 그리고 자칫 사장될 뻔한 고전음악의 불씨를 살린 이도 또한 말러이다. 그러므로 그는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자취를 남긴 셈이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자세한 내용을 시중에 나온 말러에 관한 책(대표적으로는 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가 있다)에서 상세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이 필요할 만큼 복잡다단한 인생이었고 고전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였으며, 그가 생전에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세기가 지난 뒤에나 나의 때가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 말 그대로 현대인들에 의해 말러가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말러의 교향곡 제5번에는 따로 부제는 없다. 말러 교향곡 제5번의 백미는 어찌되었든 내 입장에서는 3악장 스케르초(scherzo, 빠르고 경쾌한 악곡진행)에서 4악장 아다지오(Adagio, 무척 느리고 서정적인 악곡진행)에 있다고 여겨지며, 1악장 시작에서부터 대단한 임팩트가 있고 보통 4악장으로 끝나는 교향곡의 전형에 비해 말러의 교향곡은 대부분 5악장으로 끝나는 것처럼 교향곡 제5번의 피날레도 5악장으로서 대단한 감동을 남기며 단숨에 마무리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말러를 듣지 않은 사람들은 반드시 인생에서 한 번은 들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말러가 아니라 하더라도 고전음악, 즉 클래식에 누구나 한 번은 꼭 접목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지만 말이다. 클래식은 현대음악의 아버지였고 인류의 근대정신이 담긴 총아 중 하나이다. 그리고 클래식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보면 결국 자기 내면의 깊은 소리, 즉 신에 대한 염원이나 자기 성찰과 같은 울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말러는 살아생전에 브람스(유명한 교향곡 작곡가)를 만난 적이 있는데, 말러의 악보를 본 브람스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넨 시위대의 대장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혁명군의 왕이었군!"
아마도 말러의 음악이 지닌 진보성과 진취성에 대한 칭찬이었을 것이다. 그 브람스가 바로 내가 말러에 입문하기 전에 거쳤던 중간 경유지였다^^ 브람스 교향곡은 총 4곡 뿐이고 유명한 슈만의 제자였으며 그의 아내와 정신적인 사랑을 평생 나눈 남자였다. 기회가 되면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의 1악장에서 울리는 심장고동 소리같은 팀파니와 4악장의 장중함도 느껴보시길!
어쨌거나 우리 인생에서 Mahlerian이 된다는 것, 그것은 인생이 또다른 단계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새로운 세계와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새로운 여정이 거기에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말러는 인류가 자랑할만한 문화유산의 하나이며 하나의 문화현상이 될만한 코드가 들어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들어와 보시라, 말러의 세계로!
<개인적인 추천음반>
1. 말러 교향곡 제 1 번,
정명훈/서울 필하모닉, DG
2. 말러 교향곡 제 2 번,
주빈 메타/빈 필하모닉, Decca legends
3. 말러 교향곡 제 3 번,
리카르도 샤이/로얄 콘세르헤보우, Decca
4. 말러 교향곡 제 4 번,
클라우디오 아바도/베를린 필하모닉, DG
5. 말러 교향곡 제 5 번,
존 바비롤리/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EMI
6. 말러 교향곡 제 6 번,
존 바비롤리/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EMI
7. 말러 교향곡 제 7 번,
주세페 시노폴리/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DG
8. 말러 교향곡 제 8 번,
게오르그 솔티/시카고 심포니, Decca legends
9. 말러 교향곡 제 9 번,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시카고 심포니, DG originals
말러 교향곡 제 9 번,
레너드 번스타인/베를린 필하모닉, DG originals
말러 교향곡 제 9 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베를린 필하모닉, DG originals
말러 교향곡 제 9 번,
클라우디오 아바도/베를린 필하모닉, DG
말러 교향곡 제 1 번
클라우디오 아바도/베를린 필하모닉, DG
마리스 얀손스/로얄 콘세르헤보우, R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