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계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녹음 중 판매량과 완성도 등 모든 분야에서 제 1 위를 차지하고 있는 앨범. 라이브 레코딩으로 녹음되었으며 애호가들의 일순위를 차지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 3 번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제 1 번이 커플링된 음반이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아르헨티나 태생으로서 음악의 천재들이 그러하듯이 4-5세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으며 결국 20세가 갓 넘은 나이에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이후 대(大)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수학하면서 더욱 탄탄한 실력을 쌓게 된다. 참고로 아르헤리치가 우승했던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2등을 차지했던 이가 바로 마우리치오 폴리니였다. 둘 다 입상한 이후 미켈란젤리 문하생으로 피아노 수업을 착실히 쌓고 난 뒤 훨씬 더 탄탄한 실력을 갖춘 연주자가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가장 큰 특징은 타건(건반을 두드림)이 웬만한 남자 연주자들을 능가할 정도로 강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연주하기 때문에 정말 스피커를 뚫고 음이 튀어나올 것 같은 강렬함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섬세한 연주에서 말할 수 없이 서정적인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이 시대 최고의 연주자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시대라고 하였지만 데뷔가 이미 50년전인 60년대 초반이고 현재 나이가 일흔을 넘었으니 과거의 연주자라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 여전히 왕성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으니 현 시대의 연주자라는 표현도 무방하겠다.
아르헤리치는 당대의 센세이션이기도 했다. 무대매너에서부터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훌쩍 뛰어넘는 다양한 면모들로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혼도 세 번이나 했는데 결국은 여전히 되돌아온 신분이다. 세 명의 남편에게서 각각 딸을 한 명씩 낳았으니 우리의 시각에서는 참으로 놀라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닐 수 없겠다. 물론 세 명의 전남편 모두가 음악가였고 특히 유명한 지휘자 샤를 뒤트와,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슈테판 코바세비치가 잘 알려진 전남편들이다. 그 중에서 특히 샤를 뒤트와는 일본 연주여행 중에 아르헤리치로부터 결별을 당했고 귀국 이후에 바로 이혼을 당했다. 이래저래 선진국이 될수록 남자들의 위상은 떨어지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음악 인생을 걸어가는 여걸이니 남자 하나로 만족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그 남자와 해로할 수도 없는 운명을 타고 났고 그러한 운명의 길을 선택, 혹은 개척해나간 사람이다. 세 남편에게서 낳은 성이 다른 세 딸은 현재도 어머니의 매니저 역할을 하며 곁에 붙어있다고 한다. 여성이라는 존재는 위대하고 또 무섭다는 것을 이러한 장면들에서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아르헤리치의 인생여정에 관한 사설이 좀 길었으나 어쨌든 이 음반만큼은 그 누가 구입하더라도 실패볼 일이 없는 최고의 녹음이다. 말할 필요도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와 러시아 출신의 대 지휘자 키릴 콘드라신이 레코딩에 능한 라디오방송국 오케스트라,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각각 지휘하여 최고 수준의 연주를 선보인다. 라이브레코딩답게 연주가 끝나면 객석의 박수갈채 소리도 빠지지 않고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다가 80년과 82년에 녹음된 음원으로 마스터링이 ADD이기는 하지만, 디지털 방식으로 마스터링되었기 때문에 음질이 우수하다. 국내 음반 사이트 중 할인율이 가장 높은 알라딘에서 1만7천7백원(17%할인)에 구매가 가능하다. 기회가 닿는 이들의 일청一聽을 권유한다.
젊은 시절의 아르헤리치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녀를 안았던 음악가들은 행운아였을 것이다. 물론 그 뒤에 숨겨진 장미의 가시로 고통받았겠지만. 그러나 최근에 보았던 아르헤리치의 모습은 카리스마는 넘치지만 완연히 늙은 할머니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인생은 역시 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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