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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브람스 &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1번 & 25번 [2CD]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외 작곡, 데이비스 (Sir Col / Decca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Alfred Brendel
plays Brahms, Beethoven
and Mozart
이 음반의 정체는 무엇일까?
잘 모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표지 타이틀로 보아 그의 생일(어르신이니 '생신'?)에 맞춰 헌정하는 의미로 구성된 옴니버스 앨범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 음반은 판매량 순위라든가 리뷰 같은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이므로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음으로 인해 의외로 저평가되어 있는 음반인 듯하다. 어쨌거나 유럽 남성 피아니스트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알프레드 브렌델의 '생신날에 맞춰 헌정'된 앨범 되시겠다^^
이 앨범의 구성상 특징은 일단 그가 가장 자신 있게 선보일 만한 곡들 중에서도 특히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곡들이 최고 수준의 연주로 한 앨범 안에 차곡차곡 잘 담겨 있다는 것이다. 먼저 내가 피아노협주곡 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많은 클래식 애호가들도 그러할 것이다)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 1 번이 맨 앞에 수록되어 있다. 맨앞이라고는 하지만 피아노협주곡 주제에 거의 1시간 가까운 길이이므로 CD 1은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 1 번으로 끝난다. 오, 역시 브람스 박사님은 위대하시도다!
CD 1이 끝나고 CD 2를 바꿔 넣으면 모차르트의 간드러지는 피아노협주곡 제 25 번이 나온다. 간드러지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이 끝나고 나서 시작되는 작품이 바로 저 위대한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제 31 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슈베르트의 즉흥곡 4곡 가운데 제 1 번을 끝으로 연주가 모두 끝난다.
이 앨범의 최대 장점은 곡이 마무리되면 객석에서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내는 applause 부분이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이다. 마치 연주회에 실제로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박수소리를 나는 굉장히 좋아한다. 현장감이 있으니 말이다. 1-3만원 하는 음반을 구입하여 수십만원짜리 티켓을 대신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그것도 반영구적으로! (디스크가 손상되지만 않는다면^^) 특히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이 끝나고 나면 박수소리가 1분 이상 나온다! 특별히 덧붙여 언급하자면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중에서도 이 앨범에 수록된 녹음은 '명연'에 해당된다. 피아노협주곡이 장기이기도 한 콜린 데이비스 경이 아주 아름다운 반주를 선보이고 브렌델 또한 관조적이면서고 명징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들어본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하다.
이 앨범에서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깊게 들었던 연주는 다름아닌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제31번이다. 그 덕분에 지난 1개월 동안 드디어 클래식 피아노 독주와 엄청나게, 심지어는 지나치게 친해지고 말았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에밀 길렐스, 미켈란젤리, 폴리니 등 기라성같은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을 드디어 사 모으기 시작했다는 비보를 접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클래식 애호가라는 이 취미는 정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이 놈의 취미 때문에 다른 걸 지난 2년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ㅠㅜ)
베토벤은 생전에 피아노소나타를 32곡 남겼다. 그 중에 초기와 중기에 해당하는 8번 '월광소나타' 14번 '비창소나타' 같은 곡은 클래식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매우 잘 알려진 친숙한 곡이다. 이외에도 고별소나타나 열정소나타 같은 중-후기 소나타들이 가장 대중적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언급한 이 31번 소나타는 그의 귀가 거의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을 무렵에 작곡된 것으로 음 하나를 친 뒤에 피아노에 보청기와 귀를 바짝 들이대고 한 음 한 음 작곡해나갔을 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 소나타에는 깊은 울림과 영혼에 침잠코자 하는 악성의 위대함이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 후반부가 시작될 무렵, 왼손과 오른손이 같은 음을 짚는 '둥둥둥둥~'하는 부분에 이르러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토벤은 후기 소나타에 이르러 고전주의를 더욱 과감히 탈피하여 낭만주의로 훨씬 더 깊이 들어간다. 이것이 그의 한층 더 깊어진 영혼의 울림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깊은 성찰, 그리고 신의 구원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자세를 느끼게 해 준다.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제31번은 참으로 명곡이다.
소나타란, 독주 혹은 2중주를 위해 작곡된 곡을 말하는데 통상 2-4악장, 그 중에서도 3악장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인 곡을 말한다. 피아노소나타, 바이올린소나타, 첼로소나타 등으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잘 알려진 곡들로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악장이 어우러져 있는 클래식의 또다른 선물과도 같은 장르가 되겠다.
이 음반이 리뷰 하나 없이 판매량도 저조한 이유는 아마도 탑 프라이스에 정체가 모호한 타이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구성 면에서 가장 흡족한 음반의 하나임에 분명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브람스 피협 1번에 모차르트 피협 25번, 거기다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1번(일반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수록된 연주는 명연이다), 거기에 슈베르트 즉흥곡까지! 게다가 비싼 만큼 북클릿이나 내부구성 면에서도 무척 고급스럽게 잘 꾸며놓았다. 구매를 추천한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