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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6년 1월
평점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도 쓰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생업에 치여서, 시간이 없어서, 혹은 영감이 없어서... 핑계는 많지만 이제는 괜찮다. 나는 저술업을 할 만큼 글을 잘 쓰지도, 열성적으로 쓰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내보일 만한 나만의 뚜렷한 이야기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정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가감 없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출간을 위해 글을 쓰는 프로 작가의 하루를 훔쳐보는 듯했고, 평소 그가 글쓰기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전업 작가로서 치열하게 지내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밀도 있는 내용이었다.
프로의 세계는 언제나 멋지다. 한 분야에 집중해 무언가를 이루어내기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인고가 필요하며, 그렇게 켜켜이 쌓인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작가 그만의 소중한 것이다. 보통의 전문적인 일들이라면 감히 '아무나 잠깐 배워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을 텐데, 유독 글쓰기에 대해서만 '누구나', '출판 가능', '투잡 수익' 같은 수식어를 붙여 그 노동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세태가 있다.
글쓰기의 예술성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황홀함에서 빛난다. 단어들이 춤추듯 어우러져 예상치 못한 세계를 창조하는 순간, 작가는 신과 같은 전능감을 느끼며 시간마저 잊는다. 이 책은 그런 창작의 전율을 '망해도 상관없다'고 느끼는 정직한 기쁨으로 표현하며, 프로의 고단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황홀함은 동경의 대상이자, 취미로라도 맛보고 싶은 영원한 유혹이다.
특히 '무드 토닝'이라는 단어가 매우 인상깊었는데, 나 역시 일상을 잠시 벗어날 때 비로소 문장들이 차오름을 느낀다. 볕이 좋은 날 휴가를 내어 찾아간 카페 창가에서, 혹은 낯선 여행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나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에서 예기치 않게 글이 써지곤 한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마주하는 그 생경한 공기가 나에게는 일종의 무드 토닝인 셈이다. 이처럼 찰나의 틈새에서 길어 올린 글들은 내가 정말로 토해내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답을 찾아가는 소중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책을 덮고 나니 어김없이 다시 글이 쓰고 싶어진다. 내 안에는 늘 무언가를 쓰고 싶어 하는 열망이 머물고 있지만, 그것이 적확히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그 실체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내가 정말로 토해내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