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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자본주의 세계에서 돈은 그들의 신분이다. 베이비팜에서는 미친듯이 돈이 많은 백인, 가난하기에 백인에게 고용되어 유모로 일하는 필리핀인.
또한 '대리모'로 일하는 돈을 얻고 싶거나 정체성을 찾고 싶은 사람들, 대리모를 선별하고 고객과 연결시켜주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
하나 흥미로웠던 번역은, 유모차가 여성만 육아를 한다는 의미로 쓰여저 유아차로 바꾼다는 개정안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유모차를 유아차로 번역해 둔 부분이 시대에 발맞추어 따라가는 기분까지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리모가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때문에 제 3자의 정자와 난자를 통해 대리모가 착상 및 임신을 하는 일은 불법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도 대리모는 불법이지만 미국, 캐나다 는 일부가 합법이며 영국, 호주, 태국 등도 대리모가 합법이다. 그래서 대리모가 불법인 국가의 불임 부부들이 대리모가 합법인 국가에서 대리모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베이비팜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인 부부도 돈이 차고 넘치지만, 일에 매진하느라 출산 나이가 늦어져 임신이 어렵기 때문에 대리모 시스템을 이용한다. 대리모로 선별되기 위해서는 정서적 테스트를 위한 시험이 몇차례 있고, 면접도 이루어진다. 백인이거나, 몸매가 좋거나, 명문대를 졸업할수록 그들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단지 타인의 정자와 난자를 가지고 아이를 품는 일만 하는데도 어차피 대리모를 고용하는 사람은 돈이 차고 넘치므로 더 최고의 더 우월한 더 그들이 원하는 사람을 고르고 싶어한다.
대리모로 선별되어 임신된 그들은 최고의 합숙소에서 선별된 식당, 운동, 정기 검진 중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며 출산 까지의 시간을 보낸다.
또한 대리모 사업을 확장시키려는 사장 '메이'는 대리모 뿐만 아니라 난자.정자 은행, 배아 보관소, 모유 주문제작, 젖어머니 서비스 같은 산후 관리, 체계적인 유모 서비스도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 배달 서비스의 확대, 새벽 배송, 샛별 배송 등 뿐만 아니라 화장품을 사도 퀵서비스처럼 3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등 돈으로 시간을 사는 일이 많아졌다. 베이비팜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했던 아이를 가지고, 키우는 일을 모두 돈을 가지고 모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에서 아이를 품고 있어준다고 하지만 내가 직접 가진 아이와 정서적 교감이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것 같다. 정말 불임이고 절대로 낳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그저 편의를 위해서 아이를 베이비팜에서 만들어오는 세상이 된다면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 16주째, 한 대리모의 아이에게 다운증후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이 때 메이는 단지 중절, 유지, 계약금 회수 등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며 스프레드 시트로 경우의 수를 정리하는데에서 약간 소름이 돋았다.
과연, 대리모 사업의 사장인 '메이'는 자신의 아이도 베이비팜에서 만들어 낼 것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