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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이근후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평점 :
87세의 나이가 되었어도 살만큼 살았다는 말이 착각이 될 수도 있나보다. 어쩌면 이 책은 나이 먹은 꼰대가 나 이만큼 살아봤소, 내 말 좀 들어봐라. 라고 느낄 수도 있는 책이겠지만, 이근후 작가가 젊었던 늙었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잣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른들이 말하면 꼰대다, 잔소리한다, 왜 저러느냐면서 타박을 하거나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잘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 바로 설명이나 이유없이 그저 그렇게 하라고 하기 때문이다. 소통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청년 층인 상대방의 의견도 들어보고, 자신이 어떤 계기를 가지고 그랬다는 등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냥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내 말은 내 말이다. 내말을 들어라라고 하니까 반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근후 작가는 꼰대가 절대 아니고 젊은이들이 듣고 싶은 얘기만 골라서 상대방을 모두 이해하며 완벽한 성인군자처럼 말은 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럼 그냥 나이 많이 잡수신 어르신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작가가 87세이고, 많은 경험을 해보았고, 그래서 어른인척 한다는 전제를 깔고 생각해 보는 것이 문제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 작가가 30세든 20세든 이 사람은 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꼰대가 아니며, 나이가 어리다고 마음이 넓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작가의 말이 모두 나의 마음을 울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꼰대여서가 아니라 이 작가님의 견해가 나와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40대의 작가든 20대의 작가든 나와 견해가 모두 일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을 보고, 아 나이 많이 잡순 양반이 가르치려 드네, 하고 덮지 말고 한번 쯤 읽어보는 것도 삶의 견해가 다채로워 지는 길이 아닐까 싶다. 대표적으로 몇가지 좋았던 부분은 특히 인문학에서 많이 나오는 타인과 비교하지 말기, 주체성을 갖기도 좋았지만 의심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의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건강한 의심은 궁금증이며, 합리적 의심도 궁금증이겠지만 밑도 끝도없이 망상까지 빠져서 의심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이야기 였다. 궁금증에 대한 태도를 더욱 습관화하자는 말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