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나온 여자 - 양선희 작품집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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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나온 여자'와 몇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말한 유명한 대사를 차용한 제목으로, 실제로 이 소설 속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첫 대사 부터가 '나는 이대 나온 여자다'라고 시작한다. 여대에서 최고의 위상을 자랑하는 '이대' 출신의 주인공은 아파트에서 영어과외를 하면서 혼자 딸을 키우고 있다. 그녀가 일하는 교습학원의 원장은 그녀의 출신 대학에 흡족했고, 동네 아줌마들은 그녀가 '이대' 출신이기에 과외를 맡기면서도 영화 '타짜'를 보면서 '자기도 이대 나왔지? 호호' 라면서 가볍게 농담하듯이 얘기하는 것을 보아 '이대'의 위상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견해는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것 같다.

소설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을 활용하자면 그녀는 정말 말도 못하게 뚱뚱하다. 처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것을 알아챌 수 없지만, 소파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딸이 한심하게 바라보는 모습, 몸을 일으키기가 무겁고 힘들다는 묘사를 시작으로는 직접적으로 거울을 보면 엄청나게 커진 내가 서있다, 딸의 직접적인 묘사로 '엄마는 왜 그렇게 뚱뚱해?'라는 대사로 알아챌 수 가 있다.

아마 동네 아줌마들의 약간의 무시가 섞인 대화는 그녀의 몸매를 표현하는 듯하다. 어느날 무언가에 홀려 이대 앞 자주 가던 분식집을 10년만에 간 그녀는 3인분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교정에서 우연히 동창을 만난다.

'너 행복하지 않구나, 행복한 사람은 이렇게 뚱뚱해지지 않아.' 라는 대사로 그녀의 뚱뚱함에 우울함을 더해 준다.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가만히 누워지내 본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배가 고픈 적이 없었다. 늘 배가 고파지기 전에 음식을 욱여 넣고, 먹고 또 먹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공허함을 음식으로 채웠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집안의 모든 간식을 비워버리고 자신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짧은 단편이지만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간접적과 직접적으로 잘 어우러져서 세련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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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이근후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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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의 나이가 되었어도 살만큼 살았다는 말이 착각이 될 수도 있나보다. 어쩌면 이 책은 나이 먹은 꼰대가 나 이만큼 살아봤소, 내 말 좀 들어봐라. 라고 느낄 수도 있는 책이겠지만, 이근후 작가가 젊었던 늙었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잣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른들이 말하면 꼰대다, 잔소리한다, 왜 저러느냐면서 타박을 하거나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잘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 바로 설명이나 이유없이 그저 그렇게 하라고 하기 때문이다. 소통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청년 층인 상대방의 의견도 들어보고, 자신이 어떤 계기를 가지고 그랬다는 등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냥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내 말은 내 말이다. 내말을 들어라라고 하니까 반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근후 작가는 꼰대가 절대 아니고 젊은이들이 듣고 싶은 얘기만 골라서 상대방을 모두 이해하며 완벽한 성인군자처럼 말은 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럼 그냥 나이 많이 잡수신 어르신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작가가 87세이고, 많은 경험을 해보았고, 그래서 어른인척 한다는 전제를 깔고 생각해 보는 것이 문제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 작가가 30세든 20세든 이 사람은 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꼰대가 아니며, 나이가 어리다고 마음이 넓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작가의 말이 모두 나의 마음을 울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꼰대여서가 아니라 이 작가님의 견해가 나와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40대의 작가든 20대의 작가든 나와 견해가 모두 일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을 보고, 아 나이 많이 잡순 양반이 가르치려 드네, 하고 덮지 말고 한번 쯤 읽어보는 것도 삶의 견해가 다채로워 지는 길이 아닐까 싶다. 대표적으로 몇가지 좋았던 부분은 특히 인문학에서 많이 나오는 타인과 비교하지 말기, 주체성을 갖기도 좋았지만 의심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의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건강한 의심은 궁금증이며, 합리적 의심도 궁금증이겠지만 밑도 끝도없이 망상까지 빠져서 의심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이야기 였다. 궁금증에 대한 태도를 더욱 습관화하자는 말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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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팅 게임
샐리 쏜 지음, 비비안 한 옮김 / 파피펍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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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그를 사랑하는 마음과 짜증날 정도로 비슷하다. '헤이팅 게임'은 두 개의 출판사가 합병된 후, 두 명의 대표가 생기고, 그 대표의 각각 비서들 루시와 조슈아의 알콩달콩 로맨스 이야기다.

그들은 같은 사무실 안에서 단 둘이 매일 근무하지만, 서로를 향해 항상 이빨을 으르렁 거린다. 서로를 향해 매일 폭언과 무시를 일삼으면서 싸움이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인사부에 과감히 신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대체 서로 관심이 없다면 어떻게 저렇게 욕하면서 난리를 부릴까?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관심조차 없으면 어제 회사는 나왔는지, 옷은 뭘 입었는지, 밥을 먹든 말든 퇴근 후 뭘 하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옷차림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업무에 대해서도 관심 없는 척 훔쳐보고, 퇴근 후 삶 까지 신경을 쓴다. 루시가 어느날 끝내주게 섹시한 옷을 입고 사무실에 나타나 데이트를 하러간다는 말에 조슈아는 참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에서 키스를 해버린다. 없던 일로 하자고 서로 이야기 하면서도 서로를 의식하게 된다.

루시의 데이트 상대가 같은 회사 직원이라는 걸 안 조슈아는 사사건건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고, 계속 모른 척 그녀를 감시하며 신경쓰다가 그녀가 아픈 기회를 잡고 연애에 성공하게 된다. 둘이 주고받는 날카로우면서 달콤한 언쟁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전형적인 남성적이고 츤데레인 남자와, 눈치 없으면서 귀엽고 섹시한 것을 본인만 모르는 여자와의 연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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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의 꿈이 가장 뜨겁다 - 단칸방 문제아에서 인권변호사가 된 구본석의 꿈과 도전, 그리고 응원
구본석 지음 / 문예춘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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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개천에서 용나기 어렵다는 말을 흔히들 쓰고 있다. 아무래도 빈부격차가 커지다 보니 가진 사람들의 자본으로 시작한 사람과 무자본과 더 덜 좋은 환경에서 시작한 사람과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내 인생은 별거 없어. 흙수저니까 그냥 이렇게 살다 죽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듯 하다. 정보 이동의 속도가 빨라졌기에, 알지 못했던 나보다 위의 세상도 접하기 쉬워졌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고 여길 수 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돈과 명예? 자아 실현?

이 책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노력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열심히! 노력해서! 와, 체계적으로 방법을 가지고 노력해나가는 것은 다르다. 정보의 순환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얻고, 조사할 수 있다. 물론 나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구본석 작가는 끊임없는 공부와 도전으로 결국 본인의 원래 꿈인 인권변호사가 되는 꿈을 이뤘다. 여기에는 구 작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그냥, 열심히만 했어요. 라는 말이 아닌 그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까지 살아야 겨우 꿈을 이룰랑 말랑 하는구나. 내가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한 건 그냥 자기 위로 정도 였던 것이리라.

먼저 체력을 길러야 한다. 인생은 장기전이기에,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한다. 세 번째는 약속을 지키는 것의 중요함, 네 번째는 디테일을 강조했다. 어쩌면 성공한 사람과 그 아래의 사람은 한 끗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었는데, 하고 아쉬워하지 말자.

확실한 건, 우리는 모든지 할 수 있다. 하지 않는 것 뿐이다.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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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하는 문장들 - 지극히 사소한 밑줄로부터
이유미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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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의 저자 이유미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이런 제목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왠지 성공한 작가의 표식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인 즉슨 작가 본인이 좋아하는 문장을 골랐다는 것이 분명한 제목인데, 누구인지도 모르는 작가가 편애하는 문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다. 출판사에서도 왠지 출판을 흔쾌히 해줄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나도 책을 그저 1차적으로 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많은 것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아이 '서하'와 떨어져서 이틀밤을 보내고 있을 때 아이의 울음이 섞인 전화를 받는 이유미 작가의 글은 참 귀여웠다. 서로의 빈자리를 절실히 깨닫는 이때가 우리에게 '슬픔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슬픔이 꼭 나쁜 것은 아니고 빈자리가 슬플 수록 서로는 애틋해진다고. 우는 아이를 그저 달래려고 생각한 문장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삶은 똑같은 것을 반복할 수록 지쳐가고 흔해지고 가벼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부재를 가끔 경험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겠지.

그리고 또 기억에 남은 부분은 책을 냈는데 왜 책 안주냐고 따져댔던 지인들의 이야기다. 참 이상하다. 가까운 사람이 책을 냈으면 축하의 의미로 사 주는 것이 정상 아닌가? 정상이라는 표현도 이상하긴 하지만. 왜 맡겨놨다는 듯이 달라는 건지 세상에는 참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젊을 때는 무엇이든 최선이 아니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지만 최선이 안될때는 차선이라도 괜찮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바로 나의 편애하는 문장으로 꼽을 수 있겠다. 작은 것이라도 실패를 겪지 않고 계속 성공만 겪어온 삶은, 최선이 아닐 때 인정하기가 어렵다. 실패를 해보고,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하지 못한 것도 나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더 열심히, 더 궁리하고, 더 최선을 다하면 더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난 그 길을 걷어차고 차선을 택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얻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때마다 무너지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하지 않는것이, 다음 최선을 위해 갈 수 있는 밑거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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