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약
킴 & 크리킷 카펜터.다나 윌커슨 지음, 정윤희 옮김 / 열림원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개봉을 앞둔 영화 서약의 원작소설이다.

 내가 좋아하는 채팅테이텀이 남자주인공이어서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책으로 먼저 읽게되어 반가웠다.

 

 책은 로맨스 소설 더하기 기독교소설이다.

 둘의 만남에서 고통과 아픔을 이겨냄까지 모든 것에 하나님을 가운데 두는 독실한 크리스천의 마음과 태도와 생각이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다.

 

 야구 코치 킴과 야구의류 매장 점원 크리킷의 첫만남은 전화로 이루어졌다. 단지 목소리만으로 엄청난 끌림과 설렘을 느꼈던

킴은 야구점퍼 핑계로 크리킷에게 자주 전화를 걸면서 둘의 관계가 진전되었다.

오랜 동안 전화로써 서로에 대해 알아가다 드디어 만나게 되는데.. 역시 킴은 그녀의 활기차고 아름다운 외모에도 빠지게 되고 크리킷 역시 사랑에 빠진다. 여느 커플과 다르게 가볍고 즉흥적인 로맨스가 아닌 진지하고 서로를 조심스레 아껴주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마침내 청혼을 하고 결혼에 이른다. 죽음이 가르기 전까지 절대 떠나지 않고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서약을 한다. 훗날 이 서약이 킴의 마음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될거란 걸 모른채..

 

깨소금같은 신혼을 지내던 중 휴가 전날 부모님 댁으로 운전을 하던 중 피곤한 킴을 대신해 크리킷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대의 트럭과 충돌해 날아가는 끔찍한 전복사고가 일어났다.

 

갑자기 내가 사랑하던 그 혹은 그녀가 전에 알던 그녀 아니게 된다면...

사고로 남편 존재자체의 기억을 송두리째 잃었다. 더 이상 둘 과의 사랑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절망적인 것은 한 쪽은 기억하는데 상대는 모른채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얼마전까지 달콤한 사랑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뇌손상 회복 중 나타나는 전과 다르게 변한 난폭한 행동의 그녀 옆에서 남편이 아닌 코치의 자격으로 물리치료를 돕는것 만큼 황당하면서 힘든 일은 없는 것 같다.

밀린 병원비와 아직 사고 휴유증으로 겪는 척추의 고통, 자신을 기억도 못하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아내로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된다.

 

여러 달 동안 나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한 가지 생각에 괴로워했다. 크리킷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해야할 일이 과연 예전의 남편과 아내로서 우리의 가정을 다시 복원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었다. 대신 나는 아내를 진정으로 이기심 없이 사랑하는 남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녀가 남은 생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것이라고 점점 믿게 되었다. 그것이 그녀에게 평화를 가져다 준다면. p174

 

보통 이러한 경우 이혼할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한다.

이 커플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오랫동안 회자되는 건 결혼으로 맺어진 서약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아주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마음이 안맞거나 싸우면 쉽게 헤어지는게 다반사인 요즘인데 아내에게 두 번째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킴의

마음이 진실되게 빛나 보인다.

 

생각해보면 울고 외롭고 불행한 것은 관계에서 나오는게 상당부분인것 같다.

만약 한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상대가 나에대한 사랑의 기억과 결혼의 서약, 책임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가진다면 정말 너무나 행복할것 같다.  

그런 관계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킴과 크리킷이야 말로 진정환 관계를 보여준다.

물론 살아가면서 때론 소리도 지르고 서운한 일도 많겠지만 사랑의 토대가 튼튼한 만큼 사랑은 더욱 커져갈꺼라 생각한다.

다시한번 영화로 여운을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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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 지음, 이현경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아프간 소년의 실화를 다룬 소설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놀라운 마음으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성 국회의원 파지아 쿠피를 통해 아프간을 들여다 보았다면 이번에는 10살 가량의 소년을 통해서 접해볼 수있었다.

 

어느 날 에나이아트는 엄마와 단둘이 먼 길을 떠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몇날 몇일 걷다가 트럭에 올라타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의 퀘타에 도착했다. 이민자들이 묵는 숙박업소인 사마바트에서 몇일을 보내 던 중 아침에 눈을 뜨니 옆에 엄마가 없다. 엄마가 그를 혼자 놔두고 돌아간 것이다.

그 이후로 그는 낯선 세상을 혼자의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가야 할 긴 날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실제로 아이의 몸으로 겪었다고

말하기에 너무나 불안하고 고생스러운 여정을 헤쳐나갔다.

트럭 운전사였던 아빠는 강제로 물건을 운반하다가 강도습격으로 사망하자 물건 빚으로 아들을 종으로 데려가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엄마는 집에 구덩이를 파놓고 사람들이 올때마다 숨겼지만 아이가 크자 그것도 소용이 없어졌다. 그래서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에나이아트는 퀘타에서 음료를 배달하고 길거리 장사를 하다가 이란에서는 시아파에게 우호적인 일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힘겹게 이란에 도착해 케르만과 이스피한에서 건설노동일을 맡았던 중 불시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그는 항상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벌벌떨리는 공포를 유발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텔리시아와 상 사피드.

이곳은 아프간의 임시난민 수용소로 바퀴벌레도 살지 않을 만큼 더럽고 열악한 곳으로 실제로 그곳 생활을 겪고 돌아온 미친 사람을 동네에서 봤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헤라트라는 곳에서 풀려나 쿰이라는 도시에 도착했지만 돈에 매수된 경찰에 몽둥이로 매를 맡고 물건을 빼앗기고 삭발을 당하고, 이젠 이 곳을 떠나 터키로 가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 어떤 때보다 지옥같고 온 몸의 마비가 된듯한 끔찍한 20여일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끝도 없이 걷다가 트럭 밑바닥에 수십명과 뒤엉켜 몸을 숨긴채 몇일을 이동했을 때는 사람들이 발로 밀어서 굴려떨어뜨려야할 정도로 온 몸의 뼈가 무른듯한 고통이었다.

죽을 고생끝에 터키에 왔지만 일자리를 찾을 수 없자 이번엔 그리스로 가기로 한다. 14살 정도가 된 에나이아트는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 몇몇과 함께 고무보트로 바다를 건너기로 한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나이에 어른도 감당못할 거친 삶을 온몸으로 받아냈다는게 가슴이 아프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대견하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성실하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어른들의 신뢰를 받아 일을 계속 맡을 수 있었던 에나이아트를 볼때 그 혹독하고 힘든 고생이 어두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서쪽으로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더 나은 일자리를 향해. 좀 더 불안하지 않은 삶을 위해.

 

맞아요.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 그 어떤 감정보다 강렬했어요. 예를 들면 우리 어머니가 내린 것도 이런 결정이었을 거에요.

미래를 향한 여행을 하며 늘 위험에 처하는 쪽이, 당신 곁에 있지만 진흙탕에서 매일 두려움에 떨며 위험하게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P127 

 

학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소리에 부러워 하던, 돌을 나르다 발목이 으깨졌을때도 치료보다는 피흘리는 다리는 질질끌며 비싼 돌들을 주워야 했던 어린 에나이아트를 볼때 문득 내가 편하게 정착해서 교육받고, 물건을 사는 소소한 행위들도 참 고마워야할 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있다는게 든든하고 국민으로써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

조국에 살지도 못하고 부모와 떨어져 타지를 떠도는 것도 불안정한 나라가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를 가는 망망대해 앞에서 바다에는 악어가 산다고 두려워했던 아이들의 말이 오래 기억이 남을 것 같다.

참 아이답지만 안타까운 이 말이 온 세상에 보호받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이탈리아 정치자 망명 허가증을 받아내기까지의 성실하고 앞으로 나가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소년의 삶은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걸 실감케 했다.

아프간에서 다른 종교파들이 겪는 갈등과 탈레반의 흉포, 목숨 건 불법 이민자들과 이들을 이동시키는 브로커와 부패 경찰.

부랑자처럼 떠도는 아프간 아이들에 대해 생생하게 알 수있었다.

이 모든 걸 이겨낸 에나이아트의 삶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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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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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들의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작가 닉혼비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주인공 4명이 각각 일인칭 화자이기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12월 31일 새해를 앞둔 저녁, 토퍼스하우스 옥상 지붕에서 우연히 4명이 마주친다. 모두 자살을 하기 위해 온 것.

 마틴은 잘나가는 tv토크쇼 진행자이지만 미성년자와의 성추문으로 교도소까지 갔다와 모든 것을 잃은 40대 남자이다.  

 모린은 장애 아들을 키우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잃고 사는 중년 여자이다. 그리고 십대불량소녀 제스, 밴드와 여자친구를 잃은 미국 청년 제이제이.

 모두 절망적인 이 상황에서 뜻밖의 만남은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먼저 뛰어내리려던 거친 제스의 얼굴을 마틴이 엉덩이로 깔고 앉아 저지하게되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연출된다. 거친 제스가 뛰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가 자신을 찬 남자친구를 찾아달라는 말을 듣고 모두 그를 찾아 클럽으로 향하면서 이들의 우울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모임이 시작된다.

 

그날 이후 죽을건지 말건지 나름의 회의를 갖는 모임을 가진다. 그러다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 90일만

넘기면 된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이들은 우리 딱 90일만 더 살아보자 결론을 짓는다. 

 

함께 모이면 의견도 다르고 투덜대지만 서로 묘한 동지감을 느낀다. 마치 이미 세상사람들에게서 나뉘어져 자기들만의 세계로 분리된듯한.

대화를 하면서 속을 터놓게되고 나도모르는 사이 몰랐던 나에 대해, 문제에 대해 깊게 알아가게 되는데,

특히 모린의 말이 기억이 남는다. 우리 모두 삶이 싫어서 죽는게 아니라고. 삶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자살하려는 걸꺼라고.

이대로 갈 수 없으니까. 마치 안락사와 같은거라는 비유가 와닿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살이라는 어둡고 읍습한 주제를 마치 코미디영화처럼 재치있게, 하지만 문제의식들을 전혀 가볍지 않게 풀어낸 작가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것 같다.

서로 전혀 어울릴수 없을 것 같은 다양한 직업과 연령층의 조합이 우습지만 묘하게 조화롭다는게 멋지다고 느껴진다.

쉬운듯해도 의외로 쭉 읽혀내려가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번 더 읽어야 이해가고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은근 많다.

힘들때 절망감이 올때 한 번씩 들춰보는 것도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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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전 특별판이다. 제목부터 특이하다. 미스터 개씨.

 남자들 종족의 특성을 개에다 비유한 것이다.

 블로그 연재 글과 자신의 삶을 모아서 쓴 논픽션 형식의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다니는 신혼여성이 겪는 남편 그리고 직장에서의 좌충우돌의 에피소드들이 현실감있고 공감이 간다. 또 재미있다.

 책은 제목처럼 우리가 흔히 겪으면서 이해가가지 않는 남자의 속성을 가볍게 파헤쳐 본다.

결론은 남자는 남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다는 것. 절대 변화시킬수 있는 종이 아니라는 것.

놀랍게도 개들과 너무도 닮은 점이 많다는 것.^^; (여자가 주는 밥 한끼에 남자들이 부여하는 엄청난 의미, 밥= 자신들의 세계)

 

 주인공 나다씨가 남편 서비와 개 써비를 비교한 블로그의 연재 글과 나다의 직장생활 및 결혼생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약해보이다가도 이익앞에서 이성적이고 무서우리만큼 냉철해지는, 이기적이기까지한 남자의 모습과 이와는 달리 감정적이고 늘 함께있고 싶어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 정말 이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읽다가 깜짝 놀란 것 하나, 남자들이 의외로 외로움에 취약하며 외로움에 미치면 알 수 없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벽에 전화를 해서 그냥 끊거나, 보고 싶다고 말하거나 하는 행동들.

보통 여자들은 그 동안 많이 괴로워하고 그리워하다 어렵게 전화기를 집어든 거라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런 상상은 밤안개가 걷히듯 수컷들에게 외로움이 사라지면 없어질 환상 같은 겁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생각하듯 그녀를 잊지 않고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다시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도 아니며, 그 시간에 전화 받는 당신이 가장 한가하고 편안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여자들이 생각하는 윤리 도덕, 감정, 사랑. 이 모든 것이 남자의 본능앞에서 설명이 안되는, 많이 납득되지 않는 개^^;같은 습성을 탓해선 안되지 싶다. 그냥 수컷의 본성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아픈 노력이 있어야 할 듯하다.

마지막 블로그 글이 웃기다.

 

개들은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이므로.

자나 깨나 "개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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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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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때가 전쟁세대이다. 흔히 "배고픈 시절"을 겪은. 꽁보리밥과 허기에 진달래를 따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네는 배고픈 시절을 안겪어봐서 몰라,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많이 듣는다.

 사실 전쟁과 굶주림이 실제로 어떤지 체감할수 없다.

 죽음의 공포, 학대의 공포 등 그 어떤 공포보다 끔찍한게 배고픔이라는 걸 이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있었다.

 

소련에게 진 루마니아는 소련의 요청에따라 루마니아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을 수용소로 강제추방했다.

우크라이나 근처 수용소로 보내진 주인공 17살 레오는 작가와 친분이 있는 실제 인물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가 수용소에서 겪은 것들을 받아 적은 공책 여러권으로부터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수용소에서 보낸 5년의 세월 동안 그를 지배하고 끌고다닌 것은 다름아닌 배고픔이었다. 강제노동의 고통도, 딱딱한 나무신도,

온 몸에 기어다니는 이와 빈대도 텅빈 배 만큼은 혹사하고 진저리나게 한 고통은 아니었다.

배고픔은 또 다른 타인이었다. 그에게 배고픈 천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배고픈 천사는 일단 나타나면 본때를 보인다.

 정확도는 높다. 삽질 1회=빵 1그램

 .... 배고픔이 눈을 뜨고 배고픈 천사는 나를 식당 뒤편의 음식 쓰레기 더미로 데려간다. 나는 배고픈 천사보다 한 걸음

내 발길을 뒤따라 걷는다. 그는 수줍음을 모른다. 나는 감자껍질을 입에 밀어넣고 두 눈을 감는다. 그러면 더 잘 느껴진다.

투명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은 갑자껍질의 맛이.p98

 

뼛속까지 맺힌 굶주림의 고통은 오히려 눈과 기억의 예민함을 더 날카롭게 해주나보다. 수용소에서 경험했던 사물과 사람, 상황들이 정말 또렷하고 예민하고 세세하게 살아있다.

그 곳에서 나온 뒤에도 끝까지 자유롭지 못하고 여전히 강박적인 노동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니네가 내가 겪은 그 고통을 알기나 해? 너흰 몰라".   입을 닫고 무덤덤하게, 가족과 세상에 쉽게 섞이지 못한다. 이는 정신적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고 회복되는게 힘든 것인지, 또 얼마나 억울한 일일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것을 덮고도 남을만한 공포는 역시 허기다. 뱃속의 허기가 머리로 올라가 뇌를 텅비게 만들고 입천장만 남아 둥둥 떠다닌다는 이런 표현을 통해 아주 조금은 그 끔찍함을 알만했다.

소설 파이 이야기에서 바나나 꼭지도 못 딸정도로 맘이 약했던 인도소년이 산 거북의 등딱지를 떼 마시고, 눈을 파먹는 대목을 읽으면서 허기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5년동안 배고픈 천사가 나를 파고들어 고통스런 숨이 널뛰게 하는 굶주림이 어떤 것인지 실감나게 체감할 수있다.

수용소의 실상이 어땠는지, 그 열악한 굶주림에 어떻게 대항하고 그 속에서 나를 살린 건 무엇이었는지 알 수있다.

이 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치유가 적게나마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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