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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 지음, 이현경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아프간 소년의 실화를 다룬 소설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놀라운 마음으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성 국회의원 파지아 쿠피를 통해 아프간을 들여다 보았다면 이번에는 10살 가량의 소년을 통해서 접해볼 수있었다.
어느 날 에나이아트는 엄마와 단둘이 먼 길을 떠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몇날 몇일 걷다가 트럭에 올라타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의 퀘타에 도착했다. 이민자들이 묵는 숙박업소인 사마바트에서 몇일을 보내 던 중 아침에 눈을 뜨니 옆에 엄마가 없다. 엄마가 그를 혼자 놔두고 돌아간 것이다.
그 이후로 그는 낯선 세상을 혼자의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가야 할 긴 날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실제로 아이의 몸으로 겪었다고
말하기에 너무나 불안하고 고생스러운 여정을 헤쳐나갔다.
트럭 운전사였던 아빠는 강제로 물건을 운반하다가 강도습격으로 사망하자 물건 빚으로 아들을 종으로 데려가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엄마는 집에 구덩이를 파놓고 사람들이 올때마다 숨겼지만 아이가 크자 그것도 소용이 없어졌다. 그래서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에나이아트는 퀘타에서 음료를 배달하고 길거리 장사를 하다가 이란에서는 시아파에게 우호적인 일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힘겹게 이란에 도착해 케르만과 이스피한에서 건설노동일을 맡았던 중 불시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그는 항상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벌벌떨리는 공포를 유발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텔리시아와 상 사피드.
이곳은 아프간의 임시난민 수용소로 바퀴벌레도 살지 않을 만큼 더럽고 열악한 곳으로 실제로 그곳 생활을 겪고 돌아온 미친 사람을 동네에서 봤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헤라트라는 곳에서 풀려나 쿰이라는 도시에 도착했지만 돈에 매수된 경찰에 몽둥이로 매를 맡고 물건을 빼앗기고 삭발을 당하고, 이젠 이 곳을 떠나 터키로 가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 어떤 때보다 지옥같고 온 몸의 마비가 된듯한 끔찍한 20여일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끝도 없이 걷다가 트럭 밑바닥에 수십명과 뒤엉켜 몸을 숨긴채 몇일을 이동했을 때는 사람들이 발로 밀어서 굴려떨어뜨려야할 정도로 온 몸의 뼈가 무른듯한 고통이었다.
죽을 고생끝에 터키에 왔지만 일자리를 찾을 수 없자 이번엔 그리스로 가기로 한다. 14살 정도가 된 에나이아트는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 몇몇과 함께 고무보트로 바다를 건너기로 한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나이에 어른도 감당못할 거친 삶을 온몸으로 받아냈다는게 가슴이 아프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대견하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성실하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어른들의 신뢰를 받아 일을 계속 맡을 수 있었던 에나이아트를 볼때 그 혹독하고 힘든 고생이 어두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서쪽으로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더 나은 일자리를 향해. 좀 더 불안하지 않은 삶을 위해.
맞아요.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 그 어떤 감정보다 강렬했어요. 예를 들면 우리 어머니가 내린 것도 이런 결정이었을 거에요.
미래를 향한 여행을 하며 늘 위험에 처하는 쪽이, 당신 곁에 있지만 진흙탕에서 매일 두려움에 떨며 위험하게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P127
학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소리에 부러워 하던, 돌을 나르다 발목이 으깨졌을때도 치료보다는 피흘리는 다리는 질질끌며 비싼 돌들을 주워야 했던 어린 에나이아트를 볼때 문득 내가 편하게 정착해서 교육받고, 물건을 사는 소소한 행위들도 참 고마워야할 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있다는게 든든하고 국민으로써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
조국에 살지도 못하고 부모와 떨어져 타지를 떠도는 것도 불안정한 나라가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를 가는 망망대해 앞에서 바다에는 악어가 산다고 두려워했던 아이들의 말이 오래 기억이 남을 것 같다.
참 아이답지만 안타까운 이 말이 온 세상에 보호받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이탈리아 정치자 망명 허가증을 받아내기까지의 성실하고 앞으로 나가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소년의 삶은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걸 실감케 했다.
아프간에서 다른 종교파들이 겪는 갈등과 탈레반의 흉포, 목숨 건 불법 이민자들과 이들을 이동시키는 브로커와 부패 경찰.
부랑자처럼 떠도는 아프간 아이들에 대해 생생하게 알 수있었다.
이 모든 걸 이겨낸 에나이아트의 삶이 너무나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