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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2월
평점 :
소설가들의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작가 닉혼비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주인공 4명이 각각 일인칭 화자이기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12월 31일 새해를 앞둔 저녁, 토퍼스하우스 옥상 지붕에서 우연히 4명이 마주친다. 모두 자살을 하기 위해 온 것.
마틴은 잘나가는 tv토크쇼 진행자이지만 미성년자와의 성추문으로 교도소까지 갔다와 모든 것을 잃은 40대 남자이다.
모린은 장애 아들을 키우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잃고 사는 중년 여자이다. 그리고 십대불량소녀 제스, 밴드와 여자친구를 잃은 미국 청년 제이제이.
모두 절망적인 이 상황에서 뜻밖의 만남은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먼저 뛰어내리려던 거친 제스의 얼굴을 마틴이 엉덩이로 깔고 앉아 저지하게되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연출된다. 거친 제스가 뛰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가 자신을 찬 남자친구를 찾아달라는 말을 듣고 모두 그를 찾아 클럽으로 향하면서 이들의 우울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모임이 시작된다.
그날 이후 죽을건지 말건지 나름의 회의를 갖는 모임을 가진다. 그러다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 90일만
넘기면 된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이들은 우리 딱 90일만 더 살아보자 결론을 짓는다.
함께 모이면 의견도 다르고 투덜대지만 서로 묘한 동지감을 느낀다. 마치 이미 세상사람들에게서 나뉘어져 자기들만의 세계로 분리된듯한.
대화를 하면서 속을 터놓게되고 나도모르는 사이 몰랐던 나에 대해, 문제에 대해 깊게 알아가게 되는데,
특히 모린의 말이 기억이 남는다. 우리 모두 삶이 싫어서 죽는게 아니라고. 삶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자살하려는 걸꺼라고.
이대로 갈 수 없으니까. 마치 안락사와 같은거라는 비유가 와닿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살이라는 어둡고 읍습한 주제를 마치 코미디영화처럼 재치있게, 하지만 문제의식들을 전혀 가볍지 않게 풀어낸 작가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것 같다.
서로 전혀 어울릴수 없을 것 같은 다양한 직업과 연령층의 조합이 우습지만 묘하게 조화롭다는게 멋지다고 느껴진다.
쉬운듯해도 의외로 쭉 읽혀내려가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번 더 읽어야 이해가고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은근 많다.
힘들때 절망감이 올때 한 번씩 들춰보는 것도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