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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헨리 ㅣ 노는날 그림책 1
카타리나 마쿠로바 지음, 김여진 옮김 / 노는날 / 2022년 9월
평점 :
인생의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한가지 목표를 독서실 책상 앞 포스트잍에 붙여놓고,
그것 하나만을 생각하며 달려왔다.
그러나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나에 대한 자책감,
삶에 대한 배신감에 큰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지금 무언가 열심히 하는 것이 꼭 내가 이뤄야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 아님을,
그리고 사실 이 시간이 다른 무엇으로 사용될 수도 있음을,
그러므로 이걸 하다보면 '그 무엇'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데 20여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심지어 쓸데없는 것 조차 무언가로 변신할 수 있고,
쓸모있다고 맹목했던 것 조차 조연이 될 수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데 말이다.
그런 내 20년간 깨달음을
우리 달팽이 헨리가 친숙하고 귀엽게 알려주는 책이 바로 "달팽이 헨리"이다.

일단 표지의 제목과 체리에 눈을 한번 뺏긴다.
이 책에서 헨리의 눈은 상황별 헨리의 마음을 나타내고,
체리는 헨리에게 중요한 모멘텀이 되어줌을 알려주듯 너무 또렷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헨리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난 이것을 신체적 장애라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 정도라 생각한다)
그리고 헨리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남들과 똑같아 지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어쩌면 여기까지도 헨리는 굉장한 아이인 것이다. 박수받고 칭찬받아 마땅한!
본인의 컴플렉스를 슬퍼하지 않는다.
그저 본인이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시도의 실패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세상은 역시나 호락호락 하지 않은 것!!!
헨리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중간 정도까지 밖에 이루지 못한다.
너무나 나의 이야기이다.
그때 또 다른 컴플렉스를 가진 친구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나누고 성취한다.
사실 여기까지가 아마 보통의 이야기 일 것 이다.
우리가 말하는 Happily ever after 말이다.
목표 달성이 전부인..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정도의 성취가 있었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햇을까?
그 반만을 위해 그 노력을 한 것인가?(속상)
그저 서로 도움을 줄만한 친구만 잘 만나면 되는것 아닌가?(물론 이것도 괜찮은 방법 중 하나다)
그럼 노력한게 너무 아깝지 않은가... (실망..내 시간 아까워..)
나라면 너무나 그렇게 생각했을것이다.

역시
헨리는 본인이 못하는 것을 도움을 받고,
본인이 가진 독특한 것을 또다시 친구들과 나눈다.
본인이 노력한 것을 그저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 나눔은 헨리의 자신감을 더 커다랗게 만들어준다.
책을 덮는다.
다시 한번,
책의 맨 뒷장에 있는 문장을 읽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가능성을 '만든다'는 단어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만든다는 것은 '노력한다', '나눈다', '실망하지 않는다' 등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모두는 하나씩은 컴플렉스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을까?
그 노력으로 컴플렉스를 없애는데 성공했는가?
실패했다면 슬펐는가?
실패했지만 너의 그 노력을 다른데 활용했던 기억은 없는가?
함께 이야기를 읽고 공감하고 이야기 나누고싶은 부분이 많아 좋은 <달팽이 헨리>
헨리이야기를 같이 읽은 우리 삼박에게 슬쩍..가볍게..실험적으로...물어본다.
'이 책 재미있지? 무슨 생각했어?'라고..
'엄마..이 줄기....무슨 큰 케일 같잖아! 근데 봐봐....(한장 넘기며) 해바라기지!!!'
'글고 엄마...달팽이가 운동 열심히해'
아이들의 시각은 역시나 다르다.
역시나 육아는 너무 내 맘대로 안되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나도 내 시도 노력 실패에 실망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곧 삼박이와 헨리를 매개 삼아, 그의 성장을 함께 이야기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