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1996년 200여 명의 여성을 인터뷰해서 만든 작품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유명한 작가 이브 엔슬러.
여성이 겪는 모든 상황에 대해 거침없이 다루면서 여성의 성적 해방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여성주의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엮은 아버지의 사과 편지.
첫 표지를 보고 왜 아버지의 사과 편지인지 의문이 들었는데 막상 읽다 보니 책을 덮기를 몇 번...
훌쩍 훌쩍이며 책을 읽는내내 가슴이 먹먹해서 글 내용에 차마 담기가 힘들었다.
간접적으로 읽는 나도 고통을 이겨내기 어려운데 하물며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고
10대 이후에는 학대, 폭행, 가스라이팅 등 견디기 어려운 삶을 지낸 엔슬러...
사과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사과는 겸허함이야.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는 일. 엄청난 자기 이해와 통찰이 요구되는 친밀함과 연결의 행위기이도 하지. 이 모든 일에 나는 부족했다. p30
31년전 아버지가 끝내 딸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돌아가신 후 상상함으로써 수십년 동안 묻어둔 이야기를
아버지가 딸에게 사과 편지 보내는 형식으로 생생하게 복원해 낸 책이다.
넌 자신감 넘치고 기억력이 뛰어나며 지적이고 행복한, 생기 넘치는 존재였지. p34
어린 소년이었던 나의 진짜 모습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부모의 방식, 그들이 나를 이상화하고 왕처럼 대했던 그들의
방식 그대로, 나 역시 스스로를 대했다. p51
엔슬러는 아버지가 왜 본인에게 정서적 학대, 성폭력을 했는지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글도 적음으로써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인생을 살던(아버지의 어린 시절 상처가) 자신에게 커다란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 딸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였다고, 그래서 자기 안에 꽁꽁 숨겨둔 탐욕스러운 욕망을 억누르지 못해 다섯 살 아이를 성적으로 착취했다고 아버지는 말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누구나 겪을 수도, 경험할 수도 있는 그루밍이라는 사건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핑계로 말이다.
가슴이 먹먹한 체 책 읽기를 마무리하고 작가 이브 엔슬러가 어떤 분인지 검색해서 찾아 보았다.
콩고에서 겪었던 끔직한 사건들과 자궁암으로 고통스럽게 보낸 지난 날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
무너진 세상의 아픔을 진실하고 용기 있는 태도로 버텨 온 세월이 역력하다.
행복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작가이자 사회운동가로 활동중인 엔슬러.
어디선가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여성이나 어린 아이가 있다면 누군가의 손길을 바라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