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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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소설'이라는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책을 읽다보니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남 오빠에게>는 여성 작가 7인의 소설을 담은 소설집이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주목받은 조남주 작가를 비록해, 최은영, 구병모, 김이설 등 한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도 익숙한 작가들이 '스스로를 믿기로 선택한 여성의 삶을 정가운데 놓은 일곱 편의 이야기'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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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현남 오빠에게'(조남주)는 주인공이 스무살에 만나 10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 '현남 오빠'에게 전하는 이별 편지이다. 화자는 담담한 어조로 여자친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가 행해온 행위들이 잘못되었으며 폭력적이었음을 쏟아낸다. 하지만 '현남 오빠'의 행동은 사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긴 하다. 이 이야기가 대학교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올라온다고 해도, 그 내용 자체의 진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그 필력에는 놀라겠지만 말이다. 평소에는 아빠 생일날에 외식을 하다가 남동생이 결혼할 여자친구를 소개한 뒤 갑자기 집에서 생일상을 차려야겠다고 고집스레 주장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큰딸의 복잡한 심경으로 시작하는 '당신의 평화'(최은영)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페이스북이 아니라 네이트판에 어울린다는 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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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정확히는, 갑갑했다. 뭔가가 잘못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 잘못된 상태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 오히려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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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남 오빠에게>에는 다른 스타일의 소설들도 담겨있다. 손보미 작가의 '이방인'은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느와르풍 소설이고, 김성중 작가의 '화성의 아이'는 SF소설에 가깝다. '페미니즘'이라는 큰 키워드를 공유하지만, 작가에 따라 선보이는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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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었다. 다만, 딱히 도착점을 찾을 수 있는 생각들은 아니라, 한동안 곱씹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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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현남 오빠에게'의 끝부분 문장을 일부 옮긴다. 편지가 끝을 향해가면서 화자의 '빡침'이 점점 고조되고, 문장이 시원해진다. ㅋㅋㅋ 


(p.31)

그리고 그날 우리는 김밥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갈비탕을 먹었어요. 제 몸이 너무 약해진 것 같다며 오빠는 고깃국을 사주겠다고 했어요. 저는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 일단 마음이 불편했고 갈비탕이 싫었어요. 오빠는 설렁탕에 소주 마시는 소박하고 소탈한 여자가 좋다고 자주 말하죠. 그런데 오빠, 설렁탕 비싸요. 그리고 저는 물에 끓인 고기는 별로더라구요. 고기는 구운 게 좋지. 오빠는 자꾸 설렁탕이니 갈비탕이니 그런 거 먹자고 하고, 제가 잘 안 먹으면 입이 짧다고 잔소리하고 악순환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입이 짧은 게 아니라 오빠가 몸보신시켜준다고 사주는 음식들이 입에 안 맞았을 뿐입니다. 몇 번 얘기했는데 오빠가 그냥 흘려듣더라고요. 다시 말하지만 고기는 정말이지 구운 게 좋습니다. 입맛의 차이일 뿐인데, 그때는 왜 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p.34)

오빠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삶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해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습니다. 오빠의 질문은 "아이를 낳는 게 좋다고 생각해?"가 아니라 "아이를 몇 명이나 낳는게 좋다고 생각해?"였고, "네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가 아니라 "네가 아이를 몇 년쯤 직접 키울 수 있을까?"였으니까요. 저는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고 대답을 피하곤 했고 오빠는 왜 그렇게 계획 없이 사느냐고 저를 한심해했습니다. 하지만 오빠, 오빠가 아이를 직접 낳을 것도 키울 것도 아니면서 무슨 자격으로 그런 계획을 혼자 세우죠? 한심한 건 제가 아니라 오빠에요. 


(p.37)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하지만 청혼은 거절합니다. 저는 더 이상 '강현남의 여자'로 살지 않을 거예요. 오빠는 그럴듯한 프로포즈가 없어서 제가 망설이는 줄 알지만 아닙니다. 아니라는데 왜 자꾸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 인생을 살고 싶고 너랑 결혼하기 싫은 겁니다.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가 나오고 나서야 꺼림칙하던 모든 게 분명해졌어. 그동안 오빠가 나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 애정을 빙자해 나를 가두고 제한하고 무시해왔다는 것, 그래서 나를 무능하고 소심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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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 -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
애비게일 마시 지음, 박선령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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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이라니. 처음에 책 표지에 적힌 문구를 보고, 인간은 모두 악한 존재라고 말하는 무서운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애비게일 마시의 <착한 사람들>은 '사이코패스'와 더불어 '비범한 이타주의자'의 뇌를 살펴봄으로써, 인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착한 존재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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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느 여름 밤 고속도로에서 이름 모를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졌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밤길을 달리다 갑자기 튀어나온 개를 피하려다 급히 핸들을 꺾었고, 차가 빙글빙글 돌다가 역방향으로 정지한 상태로 엔진이 멈춘 상태에서 지나가던 운전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그 운전자는 한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추월 차선에서 반대편을 향한 채 고립된 SUV를 발견한 뒤, 차들이 쌩생 달리는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저자에게 다가가, 그 차량을 다시 반대편 차선으로 이동시켰다. 그는 그에 대한 보상을 바라지 않았으며,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가버렸다. 저자는 "그는 엄청난 용기와 이타심을 가진 사람이 분명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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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학원 첫해 라스베이거스에서 낯선 사람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을 겪으며, 저자는 무자비하고 잔인한 인간의 성격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낯선 사람에게 구조되었던 일과 낯선 사람에게 폭행당한 일은 묘하게 대조적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사건은 저자에게 인간의 본성에 대한 믿음을 재고해야 한다고 속삭였다. 고속도로에서 저자를 도와줬던 사람이 이례적인 경우이고, 라스베이거스에서 폭행한 자와 같은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나 같으면 그냥 이런저런 사람이 있나보다 하고 지나쳤을 텐데, 저자에게는 두가지 사건이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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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이 잔인하고 냉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많다. 하버드 대학교 스턴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지원자'들이 교사가 되어 '학습자'에게 단어 묶음이 나열된 목록을 '가르치는' 실험을 진행했다. 지원자는 학습자가 단어 묶음을 잘못 말하면 레버를 당기라는 지시를 받았다. 레버를 당기면 학습자에게는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 지원자 절반이 학습자가 심한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전기 충격을 가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실험 과정에서 지원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진행자는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고 '조용히' 말했다. 조용히 재촉했을 뿐인데도 평범한 미국 남자들은 죄 없는 낯선 사람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었다. 밀그램이 이 실험을 통해 연구한 것은 '권위'에 대한 복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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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연구의 기본적인 결론은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밀그램의 연구 동영상을 보면, 학습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한 지원자들 역시 비참한 모습을 보인다. 지원자들이 결코 무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연구를 다양하게 변형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순종'보다 '연민'이 강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일례로, 대니얼 뱃슨(Daniel Batson)은 전기 충격을 이용해 보통 사람들이 연민의 감정으로 낯선 사람을 어느 정도까지 도울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연구에서는 '권위'와 '연민'이 충돌할 경우 '연민'이 이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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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자는 동정심을 느끼는 뇌 기능이 상실된 정신 질환인 사이코패시(psychopathy)를 유발하는 원인을 찾는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살아 있는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로 들여다봄으로써, 겁에 질린 표정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즉,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들의 폭력과 위협으로 인해 타인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어도, 그 표정을 식별하고 반응하는 뇌 영역에 결함이 있기 때무에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서, 이 책의 남은 분량이 모두 '사이코패스'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내용이라면 끝까지 읽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침울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저자의 연구는 사이코패시 점수가 높은 '사이코패스'의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주목해 '비범한 이타주의자'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p.155

인간은 이기적인 본성을 타고났다는 생각은 현대의 수많은 경제학, 생물학, 심리학 연구의 초석으로 남아 있다. 소위 합리적인 자기 이익이라는 경제학적 가정의 기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동기는 잠재적인 의사 결정이나 행동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과비용을 계산하는 내면의 작은 회계 원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즉 가장 이기적인 옵션을 고르려고 애쓴다. 우리 사회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런 믿음이 만연해있다. 

(중략)

하지만 밀그램과 뱃슨, 블레어, 그리고 나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의 연구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런 견해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람들의 성향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단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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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비범한 이타주의자'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장과 같은 장기를 모르는 사람에게 기증한 사람들이 비범한 이타주의자로서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신장 기증의 경우, 모든 의료상의 이익은 수혜자에게 돌아가고 기증자는 의료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과 이익이 불공평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렇게 신장 기증자들의 뇌를 살펴보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비범한 이타주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겁먹은 표정'을 비교적 잘 인식하며, 그에 반해 '화난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은 대조군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의 두려움에 대한 공감의 정확도만 평균치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양육 본능'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두려움을 나타내는 표정이 아이의 표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p.271

이타주의의 가장 뛰어난 예측 인자 가운데 하나가 겁에 질린 얼굴 표정에 대한 반응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보살핌 연속체에서 매우 낮은 끝부분에 위치한 개인들 -사이코패스-은 이런 표정에 매우둔감한데, 아마도 편도체의 기능 장애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두려운 표정을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적절한 감정이나 행동 반응을 나타내지 못한다. 두려운 표정은 공격을 억제하고 공감적 관심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표정을 보고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이타주의자들은 이런 표정에 남달리 민감하다. 겁먹은 표정을 잘 알아보고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이것이 무척 흥미로운 이유는, 인간이 지을 수 있는 모든 표정 가운데 아기와 가장 닮은 것이 바로 두려워하는 표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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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잔인하고 냉혹한 범죄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범죄의 상당 부분은 전체 인구의 1~2퍼센트를 차지하는 사이코패스들이 저지르는 것으로, '인간의 본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는 공격성과 폭력성 역시 타고난 본성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동정심과 잔인함이라는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으나, 의식적으로 이타주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p.354

사이코패스는 모르는 사람을 돕기보다 해치면서 즐거움을 느낄 가능성이 더 크다. 보통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쁨을 줌으로써 즐거움을 얻는다. 이건은 우리에게 진정한 이타주의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증거다. 불교 승려이자 신경과학 연구원 마티유 리카르(Matthieu Ricard)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은 타인의 행복을 원한다는 것을 전재로 한다. 타인의 운명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왜 그들을 보살피면서 기쁨을 느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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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활동과 <착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통해 이타주의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행보 역시 이타주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 호기심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이타주의적 본능을 자극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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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개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 판단을 내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착한 사람들> 책에 담긴 연구 사례들과 저자의 주장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술술 읽어나가지는 못했지만, 사이코패스에서 비범한 이타주의자, 양육본능, 이타주의 증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주는 색다름에 이끌리듯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책장을 덮고서도 생각을 정리하느라 멍하니 있었다. <착한 사람들>은 '인간 본성'에 대해 곱씹어보는 기회를 주는 의미있는 책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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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아 고마워 - 쌈짓돈 10만원으로 시작하는 부자법칙 41
구채희 지음 / 원앤원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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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벌어 한 달을 사는 프로지름러(!)의 삶을 살다가, 뒤늦게 탕진잼의 삶에서 조금씩 발을 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쓰던 가락이 있는지라 무작정 안 쓰고 모으는 건 자신이 없다. 사실, 제대로 돈을 모아본 경험이 없다. 이전부터 적금을 몇 번 들어보긴 했지만 만기를 채운 적은 한두번에 그친다. 큰 지름은 신용카드로 긁고 어떻게든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적금을 깨서 신용카드 대금을 낸 적도 많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당장 생활비를 확 줄이라는 식의 조언이 귀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그래서 일단은 '푼돈'을 모으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라고 권하는 <푼돈아 고마워> 책에 관심이 갔다. 

(p.14)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내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즐기면서 하는 재테크'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어떻게 아낄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더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어떻게 여행경비를 줄일 수 있을까?'보다 '한 번 여행할 비용으로 두 번 여행할 수는 없을까?'를 생각한다. '얼마나 더 싼 제품을 살 수 있을까?'보다 '가성비 좋은 쇼핑 방법이 뭘까?'를 찾는다.

(p.15)
처음 재테크를 시작했을 때 나는 두려웠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를 담보로 현재의 삶이 초라해질까 두려웠고, 소소한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사치'가 사라질까 두려웠고, 저축을 핑계로 돈에 구질구질한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나처럼 '즐거운 재테크'를 지향하는 이늘과 이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짧고 굵게' 한 방에 끝내는 재테크 말고, '가늘고 길게', 그렇지만 멀리 내다보고 천천히 즐기는 재테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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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아 고마워> 책에는 일상의 '작은 사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재테크 비법들이 가득가득 담겨 있다. 그저 막연하게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만하던 예전에 이 책을 접했다면, "이런 방법도 있구나, 우와"하고 그냥 흘러버렸을 것이 분명하다. 실천에 큰 힘이 들지 않는 소소한 팁들이지만, 소소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가 쉽다. 하지만 나름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돈을 모아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지금은, 이 책을 읽는 것이 마치 줄줄이 고구마를 캐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일상 생활에서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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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 PART1 :: 적게 벌어도 잘 사는 우리집 생활비
-. PART2 :: 즐겁게 쓰고도 돈이 모이는 나들이
-. PART3 :: 부자의 DNA를 심어주는 금융생활
-. PART4 :: 월 10~60만 원! 즐겁게 돈 버는 투잡
-. PART5 ::  10만 원으로 시작하는 소액투자

우선 PART1과 PART2에서는 푼돈을 모으고 잘 쓰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말하자면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PART3는 금융생활과 관련된 지식을 키우는 심화 학습 과정에 해당하며, PART4에서는 부수입을 얻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마지막 PART5에서는 일단 1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진행할 수 있는 투자 방법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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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모으기 쌩초보인 나에게는 특히 PART1에 제시된 생활비 아끼기 팁들이 완전 노다지 그 자체였다. PART1의 일부 소제목만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 돈이 따라붙는 가계부 작성부 작성법
-. 1천 원으로 시작하는 초간단 푼돈재테크
-. 30년 뒤 2억 원! 하루 한 잔 카페라테 효과
-. 수상한 병원비, 손해보지 않으려면?
-. 부담되는 이사비용, 최저가 견적내기
-. 우리 집 '생활비 도둑' 통신비 30% 줄이기
-. 전기세/난방비 걱정 없이 잘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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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하루 전에 '네이버 가계부'를 설치한지라, 가계부 적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반가웠다. 특히 지출 내역을 적을 때 항목에 이것저것 적었더니 너무 길어져서 난감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답을 찾았다. 가계부를 쓰는 목적은 구매한 상품의 가격을 세세하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 식비, 통신비, 보험료 등의 전반적인 지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므로, 그게 가능할 정도로만 간단하게 적으면 되는 것이다.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가계부 초심자인 나에게는 완전 유레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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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원으로 시작하는 푼돈재태크 부분도 인상깊었다. '1천 원 재테크'는 적금/연금 등 기존 저축은 그대로 유지하되, 변동지출인 생활비에서 푼돈 저축을 시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없어도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는 1천 원을 활용해 부담 없이 저축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책에는 총 4가지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데 가장 난이도가 낮은 것은 하루 1천 원씩을 30일 동안 꾸준하게 모으는 방법이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방법은 다이어트, 금연, 영어공부 등 목표 달성시에 '칭찬수당'을 지급하는 것인데, 목표 달성 시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지출수당'을 설정해놓은 나와 정 반대의 발상이라 놀랐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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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의 작지만 큰 구멍인 '커피 값'을 살짝 조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 우선 아낀 커피 값으로 '나만의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커피 값을 아끼는 데 효과적인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또한 '작심 하루' 공식을 대입해 딱 하루만 커피를 참아보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틱커피를 이용하는 것은 당장 내일부터 손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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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은 구체적은 방법들은 <푼돈아 고마워> PART1에 제시된 내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 밖에도 반값 항공권 예매 스킬, 해외여행 환전팁, 항공 마일리지, 여행자보험, 해외직구 수수료, 자동차 유지비, 대중교통 할인 팁, 예금 풍차돌리기, 소액적금, 신용카드 포인트, 내집 마련 지원제도 등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꿀팁들이 가득 담겨있다. 무엇보다 경제관련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한 내가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은 편이라 좋았다. 물론, 중간중간 잘 모르겠는 내용도 있었는데, 그건 차차 알아가는 걸로 한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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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아 고마워>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돈'을 참 무심하게 써재낀 것을 반성했다. 그와 더불어 수입, 내지는 나의 몸값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것도 반성했다. 후아, 일단은 심호흡을 하고, <푼돈아 고마워> 책에 제시된 데일리 재테크 방법들을 하나하나 실생활에 적용해 봐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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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는 시간 -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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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사회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살피는데는 온 정신을 기울인 나머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여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삶을 이어가다보면 결국 지치는 때가 오게 마련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인데, 주변에만 신경을 쓰고 중심을 챙기지 못하다보니 한계가 오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이라는 제목에 덥썩 손이 갔다.

 

(p.7)

내 마음이 지금 어떤지, 지금 어떤 기분이나 느낌이 드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삶에서 정말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까요? 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별로 없는 사람이 삶을 이렇게 저렇게 살겠다고 구상할 수 있을까요? 왜 많은 분이 그렇게 열심히 살면서, 삶의 목적이나 의미는 고사하고 자신이 바라는 것조차 모를까요?

과연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p.12)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에 집중적인 관심과 호기심을 쏟아본 적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강도 높은 관심이나 보살핌을 자기 자신에게 쏟아본 적이 있나요? '비교'라는 전쟁터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판단'의 화살을 맞으며 살아온 우리는 내가 이 집단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아도 나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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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는 시간>은 크게 2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 내 마음을 읽는 법에서는 '자기분화', '애착', '정서분열', '정서조절'이라는 4가지 마음도구에 초점을 맞춰 나를 읽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2부 삶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법에서는 '마음챙김', '자기자비', '조망수용'이라는 3가지 나를 바꾸는 마음도구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도 있었지만,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아니라 마음을 살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외국인 작가의 책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 직접 쓴 책이라서 더 읽기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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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부탁에 'No'라고 대답하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1 1 '나는 왜 항상 휘둘리는가?'의 내용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허헛. 책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말려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고, 각자의 '경계'를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분화'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인데, 개념을 알게 되니 막연하게나마 행동의 방향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p.24)

내가 마음이 약해서 거절을 못하거나 지나치게 공감을 잘해서 손해 볼 때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칼라 매클래런(Karla McLaren) 박사는 이런 사람들에게, '말려드는 것(enmeshment)'을 공감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공감은 '모든 것을 덮어두고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고요.

 

(p.34)

'자기분화(differentiation of self)'란 한마디로 자율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중요한 타인과 친밀함을 나눌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나를 희생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자, 내 입장과 다른 사람의 입장은 다르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내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잘 분리되었는지 여부를 뜻합니다.

 

(p.54)

자기분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은 '경계(boundary)'라는 단어를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내가 '경계'가 잘 안 세워지고, 나 스스로가 그 경계를 자주 무너뜨리기 때문에 타인과 융합되는 것입니다. 경계라는 나를 지키고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는 ''입니다.

 

(p.57)

경계란 나를 지키기 위해 정한 기준이자 한계입니다. 나 자신이 정한 한계에 따라 내 시간과 소중한 사람들, 그 외에 여러 가지 자원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경계를 침범하거나, 여러분이 탕니에게 자신을 침해하도록 내버려둔다면 내 삶도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고하더라도 내 경계를 건드릴 때는 분명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때로는 "고맙지만 이것은 내가 알아서 할 문제야" 또는 "그건 좀 곤란한데,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마음챙김(Mindfulness)'을 다룬 부분에서는, 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주고 구체적인 연습 방법이 제시되어 있어서 좋았다. 이전부터 마음챙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는데, 이 책에 나와있는 연습 방법들을 조금씩 실천해봐야겠다.

 

(p.205) _마음챙김 연습1

소리에 대한 마음챙김(소요시간: 5)

-. 큰 소음이나 텔레비전,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비교적 조용한 곳에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아 눈을 편안하게 감는다. 의자에 앉거나 소파나 쿠션에 기대도 좋다. 앉아 있는 자세를 크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 나는 거기에 스쳐 지나가는 소리들을 그냥 만나기 위해 앉아 있다.

-.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 소리에 이름을 붙이거나, 의미를 부여하거나, 특별히 어떤 소리에 주목할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들리는 대로 듣는다. 소리를 일부러 찾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소리가 오게 내버려둔다.

-. 소리는 내 귀로 들어오고 다시 사라지며,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 그러다가 마음이 다른 생각으로 산만해지는 것을 알아챌 때, 다시 소리 듣기로 돌아온다.

-. 5분 알림이 울리면 천천히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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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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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저자인 이용마 기자는,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기자로서 한국 사회 전반을 취재해 왔다. 그리고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으로서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이끌고, 해고되었다. 2016년에는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복막암 판정을 받았을 당시 그가 전해들은 생존 기간은 12~16개월었다. 이 같은 내용을 이미 접한 상태에서 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현실을 그의 문장으로 접하는 것은 역시 가볍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에,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으로서 치열한 삶을 바라보는데서 오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더해지니,  눈은 문장을 따라가는데 머리 속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서 뒤쳐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p.4)
물론 삶의 고비마다 내가 내린 결정과 판단이 반드시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갈등하며 현실과의 타협을 줄기차게 거부해온 나의 선택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지도 많을 것이다. 헤겔의 말처럼 욕망의 체계에 불과한 현실 사회에서 교과서적인 정의를 갈구한 것이 과연 바람직했는지 재고할 필요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이 없는 현실은 마치 미래가 없는 현재와 같다. 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현실에 분노하고, 저항하고, 끊임없이 부딪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언제나 현재보다 미래를 선택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빠져나올 수없는 현실 속에서 꿈을 이루어보려는 나의 작은 발버둥이기도 했다. 사실 그 어느 때보다 미래가 불안하게 다가오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런 발버둥은 일상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침묵과 순응보다는 이런 치열함이 소중한 꿈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자랑스럽다. 


*
이 책은 이용마 기자가 쌍둥이 아들들을 위해 쓴 책이다. 아들들이 스물 즈음 인생의 행로에 대해 고민할 때, 어쩌면 자신이 곁에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이 책을 쓴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지,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에 그의 아들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펼칠지 생각하면 먹먹해진다. 

(p.12)
내가 없다 해도 나의 경험이 너희들의 삶에 밑걸음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살아 있어도 어차피 내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않겠는가. 게다가 나는 남들이 좀처럼 하기 어려운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나의 경험이야말로 너희에게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정리이자, 우리가 살아온 세상, 우리가 바꾸어야 할 세상에 대한 진솔한 기록이다. 내가 살면서 얻은 경험, 주요 고비마다 했던 고민, 그동안 보고 들었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솔직하게 정리했다. 기자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듣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자 했다. 



*
사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기에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기자로서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지금도 MBC와 KBS가 파업을 진행하고 있고,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 지인이 있기 때문에 책에 담긴 그의 이야기가 남일같지만은 않았다. 저자는 1996년 MBC에 입사해 근 2012년 해고당하기까지 사회, 경제, 문화, 통일외교, 검찰, 정치 등 한국 사회 전반을 취재했다. 그래서 저자의 삶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과정은 곧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
저자는 공영방송이 정치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MBC의 경우, 주식의 70%를 소유한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과 임원 인사를 전적으로 결정하는데, 방문진 이사회는 여야 정치권의 추천으로 구성된다. 방송사가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국민대리인단 제도이다. 공영방송 사장에 입후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야가 청문회를 실시하고, 그 과정을 국민대리인단이 지켜본 뒤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생각해본 적 없는 방식인데,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이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 'ㅡ')!

*
책을 읽는 내내, 시한부 판정을 받고서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세상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저 대단하게 느껴졌다. 

(p.347)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제 민주주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다고 할 때 언론은 이를 자연스럽게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 정치권력/언론사주/재벌 등 누군가에 의해 통제된다면 이런 순기능적인 발전 모델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사회적 의제는 정치권력이든 재벌이든 언론사 사주든 누군가에 의해 왜곡될 것이다. 그러면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의제로 등장해야 할 것들이 등장하지 못하게 되고 언론은 또다시 우리 사회를 억압하거나질식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사회가 뒤틀리게 된다. 언론이 바로 서야 사람들이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자기 역할을 하며, 사회가 발전하고 미래가 보장된다.  

(p.366)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기득권 세력들이 그동안 쌓아놓은 사회적 적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체와 인간다운 삶을 목표로 한다면 가지 못할 길이 아니다. 이 사회를 지금부터 바꾸어 나가야 우리 아이들 세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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